[PAX2018]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게임을 즐기는 것의 차이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9개 |
사실 'PAX'는 기자로서 그리 중요한 행사는 아닙니다. E3나 도쿄 게임쇼처럼 미공개 신작 정보가 팡팡 쏟아지는 행사가 아니죠. 또 게임스컴처럼 시연 버전이 처음 공개되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진다는 PAX 소식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죠. 적어도 직접 체험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보스턴 컨벤션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놀랐는데요. 주최 측은 행사장의 절반가량을 테이블 탑 게이밍, 그리고 랜 파티 공간으로 마련했습니다. PAX가 여타 대형 게임쇼의 십여 개 정도 되는 홀 중 한두 개를 떼어낸 크기임을 고려하면 꽤 과한 투자로 보일 만했죠. 유저들이 들어오고 나서야 과감한 투자가 아닌, 당연한 배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행사장 절반의 공간은 그야말로 관람객 스스로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유저는 테이블만 넓게 펼쳐진 곳 중 원하는 데에 집에서 가져온 보드게임이나 TRPG 도구 등을 펼쳐 놓으면 됩니다. 이 게임이 마음에 드는 누군가가 게임에 필요한 인원수를 채워줄 테니까요. 그건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처음 만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자유롭게 만나 말 그대로 '노는' 거죠.



▲ 식사를 하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함께해 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그저 공간만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주최 측은 수많은 보드게임을 쌓아놓고 입장 배지만 보여주면 무료로 게임을 대여해줍니다. 또 다양한 이벤트 대회를 열어 모르는 사람과의 게임을 낯설어하는 이를 돕고 있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스태프들이 나서 룰도 알려주며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랜 파티 공간도 비슷한데요. PAX는 게임 몇 개만 정해주고 노트북이나 PC를 가져와 알아서 게임을 즐기면 됩니다. PC방과는 좀 다른데요. 이 장소에 모인 사람들끼리만 게임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도 하고 정보도 나누죠.




그리고 게이머들이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는 것 자체가 이 행사의 방향을 제대로 설명하는 예입니다. 굳이 색다른 무언가를 제시해주지 않아도 게이머들 스스로 행사 자체를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유저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분위기는 게임사들이 부스를 차린 엑스포 홀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관람객이 모이는 일부 부스나 굿즈샵을 제외하면 진행 요원들은 딱히 줄을 세우지 않습니다. 혼자 즐기는 게임이라면 조용히 뒤로 가 시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되지만, 아니라면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죠. 소파 빈자리에 함께 앉아 손 인사 한번과 함께 게임을 즐기면 되니까요.



▲ A 혼자 플레이하다 모르는 사람 B가 왔고 한참 뒤 또 모르는 사람 C가 와 3인 파티가 되었다.

PAX를 주최하는 웹코믹 '페니 아케이드'는 이 행사를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게임' 쇼가 아니라 '게이머' 쇼라고요. 그리고 고작 한글자 차이인 이 표현이 가지는 의미는 위 글을 읽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 할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생각해봤습니다. '저런 게임쇼라면. 아니 게이머 쇼라면 대형 게임사의 불참, 편중되는 출품 게임 플랫폼 한계 탓에 정체 중인 국내 게임 행사도 게임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죠.

미국과 문화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조금 다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저들도 PAX처럼 게임을 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과 함께 놀 수 있는 행사를 조금은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신작, 첫 시연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즐길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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