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른들의 핑계가 된 '게임중독'

칼럼 | 강민우 기자 | 댓글: 59개 |



게임을 오래 하면 중독된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하다. 언뜻 들으면 합당한 주장처럼 들린다. 특히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청소년기에는 뭐든 장시간 몰입하는 행위는 학업이든 일상생활이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중독'으로 규정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얼마 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100번 봤다는 영국 소년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년은 올해 6월까지 3일 빼고 매일 극장에서 어벤져스를 봤다고 한다.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이 재밌어서일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수백 개의 게임이 쏟아지지만 재미있는 게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콘텐츠에 몰입하고 계속 즐기길 원하는 행위는 이 땅에 인류가 도구를 쥐었을 때 부터 주어진 본능이다. 굳이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영화,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마찬가지다.

게임이라서 다른 점도 있다. 재미있는 것을 자주 오래 한다고 해서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것만 좇다 보면 '불감증'에 걸려 어떤 게임을 해도 흥미를 잃게 된다. 재미는 빠르게 소진되며 특히 온라인게임은 오래할수록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는 그 안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 때문에 자주 접속하곤 한다.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따뜻한 관계의 결핍을 게임에서 채우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WHO에서 강행하고 있는 게임장애 ICD-11 정식 버전의 내용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포괄적이다. 게임 중독을 도박 중독과 마찬가지로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일명 행위 중독)'로 간주하고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로 나뉘어 설명되어 있다.

WHO의 설명대로라면 인간이 즐기는 모든 여가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서두에서 언급한 어벤져스를 100번 관람한 영국 소년이 좋은 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정신병원 직행 티켓을 끊어야 할 환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 명확한 사실인데 게임 중독성 논란은 왜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을 들어 설명한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업에 집중하지 못 하는 행동의 원인을 찾을 때 부모들은 외부 환경을 먼저 탓한다. 즉, 게임으로 돌리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기는 여가 활동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미디어가 앞장서서 낙인을 찍고 탄압해왔다. 공부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WHO의 게임장애(ICD-11) 등재 논란 이후 임상심리학자 앤서니 빈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게임에 과몰입하는 아이를 둔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왜 그 게임이 아이에게 흥미로운가'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이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1차 원인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학업에 쫓겨 점점 여가활동이 짧아지는 학생들에게 시간은 늘 소중하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이 학업 위주 특수문화권에 속한 아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인지 모른다.

물론, 게임 말고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은 많다. 그런데도 게임을 즐긴다. 어른들이 "아이들은 왜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가"를 스스로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게임중독'은 아이들을 옥죄는 어른들의 '핑계'로 계속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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