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인생의 시작점이 달라졌다

칼럼 | 원동현 기자 | 댓글: 29개 |



넥슨 11종, NC소프트 5종, 넷마블 4종, 올해 대형 게임사가 공개한 모바일 게임 작품 개수다. 서서히 바뀌어 오던 트렌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암묵적인 증거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하며 PC 작품의 명맥을 이어오고는 있지만, 모바일 작품의 대세를 거스르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이를 한탄하는 게이머가 많다. 몇 년째 이어져 오는 아우성이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놀 거리가 없다고, 그렇게 울상을 짓는 이들이 참 많다. 대한민국의 대표 게임쇼 ‘지스타’ 역시 이러한 비판을 피해가진 못해갔다. 언제부턴가 모바일 게임 시연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심심치 않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17일 지스타 3일 차, 수능이 끝난 직후인 만큼 수많은 관람객이 지스타 현장을 방문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역대급 인원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대형 PC 작품이 ‘전멸’했다는 아쉬운 평가와는 달리 관람객 수는 예년을 한참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슨 조화일까?

제1전시장의 문이 채 열리기 전, 아직 앳된 얼굴을 한 학생을 붙잡고 질문을 건넸다. 왜 지스타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본인이 즐겨온 게임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06년생이라 밝힌 학생은 지스타를 관람하기 위해 대구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평소 다양한 게임을 열성적으로 즐기고 있고, 올해 넷마블에서 시연 중인 ‘세븐나이츠2’를 꼭 시연해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학생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한 게임은 무엇일지, 어떤 작품으로 게임 인생의 첫발을 디뎠을지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근본적인 생각과 경험이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갔다. 80년대생에겐 머드 게임과 TRPG가, 90년대생은 PC 패키지와 온라인 게임이 흔히 게임 인생의 시작점이었다.

학생은 가장 처음 즐긴 게임이 세븐나이츠라고 밝혔다. PC나 콘솔보다도 가장 먼저 손에 쥐고 자발적으로 즐긴 플랫폼이 모바일이었다.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쉽게 즐거움을 느끼는 통로가 8090 세대와는 사뭇 달랐다.

반대편에 삼삼오오 모여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져봤다. 돌아오는 대답 역시 비슷했다.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플랫폼은 모바일이다. 혹시나 올해 지스타에 PC 작품 참여가 적어 아쉽지 않냐는 말에 이들은 애초에 PC를 갖고 게임할 시간이 잘 없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05년생이라 밝힌 한 학생은 한 번도 PC 온라인 RPG는 즐겨본 적이 없다며,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는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이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금 벡스코의 정면을 바라봤다. 다양한 모바일 게임 배너가 큼지막히 걸려있었다. 그 밑으로는 어린 학생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지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시대가, 아니 게임 인생의 시작점이 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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