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망감만 키운 프로게임단의 '일베' 사건 대처

칼럼 | 심영보 기자 | 댓글: 215개 |



최근 e스포츠 팬들이 크게 실망한 사건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인 아프리카 프릭스 '에이밍' 김하람, 락스 타이거즈 '성환' 윤성환, 킹존 드래곤X '라스칼' 김광희가 일간베스트, 줄여서 '일베'라고 불리는 사이트에서 쓰는 모독적인 용어를 사용한 일이었다.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 믿고 응원해온 선수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발언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팬도 있었다. 이후 각 게임단이 사과문을 작성했고, 한 선수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자필로 반성문을 쓰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노여움을 거두지 않았다.

각 게임단은 세 명의 선수에게 내부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 전혀 알리지 않았다. 단순히 '내부징계'였다. 몇 경기 출장 정지를 하는지, 벌금을 내는 건지, 사회봉사로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건지 밝히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패널티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그들이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가 와닿는다. 예전 kt 롤스터는 이찬동을 퇴출할 정도로 이 사안을 무겁게 생각하고 패널티를 떠안았다. 프로 야구를 봐도, 한화 이글스는 김원석을 퇴출했고, 기아 타이거즈는 윤완주에게 3개월 선수 자격정지를 내렸다.

이처럼 각 게임단은 이들이 한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걸, 또 이만큼이나 반성하겠다는 걸 확실히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e스포츠 선수가 이제는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깊게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눈에 보이고, 대중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징계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게임단은 눈 가리고 아웅 했다.




문제는 징계 내용뿐이 아니다. 게임단의 사과와 반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아프리카와 킹존은 형편이 없었다.

먼저 유일하게 1-2차,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한 아프리카는 사과가 아니라 해명만 늘어놨다. 1차 사과문을 사건이 발생한 후 하루가 지나고서야 발표했고, 자필 사과문같이 진정성이 담긴 내용도 없었다. 해명은 모호하기까지 했다. 단순히 동료의 소환사 명을 채팅창에 적을 뿐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에이밍'은 "야 근데, 노무XXXXX이 더 낫지 않냐"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던 '에이밍'은 사과문이 발표됐던 6일로부터 단 이틀 후인 8일에 선발로 경기에 출전했다. 사람마다 자숙의 시간이라는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이틀은 자숙의 시작도 할 수 없는 시간이다.

대체 가능한 선수가 없던 것도 아니다. 기존 선발 선수인 '크레이머' 하종훈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에이밍'이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팬들을 기만하듯 행동해서는 안 됐다. 2일 만에 선발 출장한 '에이밍'을 보는 순간 내부징계는 사실상 '무 징계'처럼 다가올 뿐이었다. 이후에 감독과 선수 본인이 사과를 한들, 진심을 느끼기 매우 어려웠다.

킹존의 사과도 뒤늦게 큰 문제임이 드러났다. '라스칼'이 노무XXXXX을 사용한(실제로는 고무XXXXX) '에이밍'의 동료 선수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팬들에 의해 사실이 알려졌다. 킹존은 사실을 미리 알리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사과문에서 단순히 자질과 소양 문제로 실망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물론 킹존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라스칼' 만큼은 몰랐을 리가 없다. 킹존이든 '라스칼'이든 분명 누군가에게는 잘못이 있다. 또한 '라스칼'의 친구가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장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지만, 정말 사실이라면 역시 미리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없었다. 은폐하려고 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앞으로도 선수들의 인성 문제나 욕설, 일베 논란이 나올 것이다.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사건이지만, 자신이 프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가볍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중요한 건 선례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게임단의 대처가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 게임단은 강력한 징계와 정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선수들이 잘못됐음을, 정말로 반성하고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용서하냐, 안 하냐는 팬들의 마음이지만, 게임단이 조금이라도 용서의 계기만큼은 만들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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