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레임' 이호종, 뉴 제너레이션 시대에 보여준 베테랑의 품격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23개 |




제목부터 고민이 많았다. 1승 했을 뿐인데 '베테랑의 품격'이라. 호들갑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만큼 대단하고 화려한 복귀전이었다.

'플레임' 이호종은 공식적으로 지난 18일 담원 게이밍에 합류하며 LCK로 돌아왔다. 2016년 롱주 게이밍 이후 3년 만의 복귀다. 이적 시장 시기도 아니고, 시즌 중에 말이다. '플레임' 이호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팀에 합류하고 스크림도 아홉 경기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란 듯이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오늘의 승리는 담원 게이밍 입장에서 어느 때보다 기쁜,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 승리였다. 킹존 드래곤X, 한화생명e스포츠와 중위권 싸움을 위해서도, 그리고 7승 고지에 있는 SKT T1에게 패배를 안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3년 만에 복귀한 '플레임' 이호종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담원 게이밍에는 '너구리' 장하권이라는 독보적인 탑 라이너가 존재한다. 팀의 에이스라 불리는 선수여서 사실 '플레임' 이호종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사실 '이번 시즌에 경기에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더 컸는데, 2라운드 첫 경기에 바로 출전했다. 그것도 팀이 0:1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대한 감각을 깨우거나 테스트의 느낌이 아닌 승리를 위해 나온 것이다. 그래도 아직 '플레임' 이호종에 대한 의심은 완벽히 풀리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다시 한국, 그리고 북미 등 꾸준히 선수 활동을 해오고, 실제로 가장 최근인 북미에서도 폼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탑 라이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많은 변화를 거친 2019 LCK는 역대급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시장이 됐다.

▲ '플레임' 이호종의 바론 스틸

'칸' 김동하, '기인' 김기인, '서밋' 박우태, '소드' 최성원, '트할' 박권혁 등 LCK 탑 라이너 명단을 봐도 '플레임' 이호종과 과거에 소환사의 협곡 탑 라인에서 자웅을 겨뤘던 선수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탑뿐만 아니라 그리핀 모든 선수들, 그리고 담원 게이밍, 샌드박스 신예급 팀들이 맹활약하고, 기존 강자였던 '젠지-아프리카-KT'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플레임' 이호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리 없다. 쉽게 말해 젊은 피들을 상대로 '플레임' 이호종이 버틸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 '플레임' 이호종은 LCK하면 떠오르는 대표 탑 라이너 '칸' 김동하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3년 만의 복귀,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들, 데뷔 8년 차 베테랑 92년생 '플레임' 이호종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2세트는 안정적인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서포팅했고, 3세트에서는 불리한 상황에서 기적 같은 바론 스틸을 해내며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승리의 장본인으로 MVP까지 선정됐다. '플레임' 이호종의 이런 활약은 굉장히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해외 리그를 즐겨 보지 않던 팬들에게 '플레임' 이호종은 그저 과거 '기장님'으로 불리고,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던 추억의 선수였다. 그런데 세대교체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시즌에서 8년 차 선수가 국내로 복귀해 이런 존재감을 뿜어내는 경기를 보여주다니. 이는 잠시 떠났던 LoL 팬들에게도 향수를 자극해 발을 다시 돌리게 해 줄 긍정적 요소다. 올드보이의 부활은 어디에서나 고무적인 일이다. 끝으로 과거 이호종이 코스프레했던 이즈리얼의 명대사를 떠올리며, 올드보이 '플레임' 이호종의 화려한 복귀를 다시 한번 격하게 환영한다.



▲ 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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