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9 리프트 라이벌즈가 남긴 세 가지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34개 |




LCK는 초기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리그였다. 많은 지역 리그들이 LCK를 목표로 삼아 지켜보며 연구했고, 실제로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중국은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2014 엑소더스 현상 이후부터는 LCK와 LPL의 라이벌 구도는 더 짙어졌고, LCK 내에서 서로 견제하던 팀의 팬들도 리프트 라이벌즈 만큼은 LCK라는 하나된 이름으로 똘똘 뭉쳐 목놓아 응원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한 리프트 라이벌즈는 기존 국제 대회들과 다른 재미를 준다. 롤드컵이나 MSI처럼 팀에 집중하는 대결이 아닌 지역 대항전으로 진정한 최고 리그는 어디인지, 라이벌이라 불리던 리그의 진짜 주인공을 가리는 대회라 지역의 모든 팬들이 리프트 라이벌즈 경기에 매료됐다.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리프트 라이벌즈 결과에 따른 여파도 상당했다. 국가대표 스포츠 경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고, 이긴팀에게는 칭찬을, 패배한 팀에게는 거센 비난이 쇄도했다. 항상 LCK 앞에는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터라, 한 두 번의 패배는 전체 LoL 씬을 봤을 때 긍정적이라는 목소리도 꽤 컸다.

하지만 LCK는 2년 연속 LPL에 패배했다. 팬들도 2연속 중국에 패배는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가 중요했다. LCK 팀들은 이번 대회를 정규 시즌보다 피땀흘려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3년 만에 리프트 라이벌즈 첫 우승 타이틀을 가져왔다. 그것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 하나가 된 LCK 네 팀, SKT-그리핀-킹존-담원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 임하는 LCK 네 팀, SKT-그리핀-킹존, 담원의 어깨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을 거다. 어쩌면 롤드컵보다 더. 야구도 삼진아웃이 있듯, LCK는 이미 2아웃인 상황이었다. 팬들은 이제 더 이상 LCK가 패배하길 원치 않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오길 간절히 원했다. 짜릿한 만루 홈런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들이 짊어졌을 부담감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LCK 대표팀들은 네 팀이 하나가 되어 자존심 회복을 목표로 밤낮없이 노력했다. 한 예로, 킹존 드래곤X 강동훈 감독은 "리프트 라이벌즈 대회 기간 동안 네 팀의 감독, 코치진이 하나가 되어 새벽 4~5시가 되도록 계속 회의와 상대 분석에 몰두했고, 서로가 분석한 팀에 대한 정보나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유했다"고 말했다.

담원게이밍 김목경 감독 역시 " LCK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시즌에 쓸 카드들도 이번 대회에 쏟아부었다. 그만큼 이번 대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섬머 시즌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팀, 선수의 목표인 롤드컵으로 가는 핵심 시즌이 바로 섬머 시즌이다. 그런데, 리그에서 사용할 자신들의 무기, 노하우를 모두 공유했다. 이제는 다시 적이 되어 경쟁해야 할 상대가 됐지만,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LCK가 LPL을 이길 수 있었다.




■ 국제 대회 속 빛난 '코리안 게이머'





이번 대회는 반박할 여지가 없는 LCK의 독주였다. 예선부터 7승 1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결승에서도 그리핀만 LPL 1위인 펀플러스 피닉스에게 패했을 뿐, 나머지 경기들은 모두 압도했다.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중국이 활약했던 경기 속에서도 빛났던 건 '한국 선수'였다.

눈도장을 찍었던 선수들을 떠올려 보면, '베릴' 조건희의 알리스타, '페이커' 이상혁의 환상적인 니코, 중국 담당 해결사이자 이즈리얼 그 자체였던 '데프트' 김혁규, 오랜만에 암살자의 짜릿함을 보여준 '쵸비' 정지훈, '너구리' 파워를 세계로 알린 장하권의 블라디미르. 거기에 LPL팀이지만 밴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준 '도인비' 김태상마저 한국인이다. 지역을 떠나 한국인 게이머의 위상을 새삼 확인한 대회였다.

MSI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유럽이나 북미와 붙은 게 아니긴 해도, 한국 게이머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에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가을에 벌어질 2019 롤드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 노력 끝에 '우승'이라는 결실 맺은 LCK, 하지만 보상은?





한 지역, LCK를 대표해서 출전한 네 팀이 이룬 2019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의 의미는 값으로 따질 수 없다. 비시즌 기간도 아니고 섬머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진행되는 대회다 보니 쉴 틈 없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LCK는 첫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맛보고, LCK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국제 대회 경험이 전무했던 그리핀과 담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경험치를 얻어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LCK가 또 준우승을 차지했더라면? '우승'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결승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면 LCK팀들에게 돌아갈 비난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까놓고 말해 이겨서 얻는 것보다 패했을 때 잃는 게 더 많은 독이 든 성배같은 자리기도 하다. 이겼을 때 얻는 전리품인 '명예', '자존심'만 운운하기에는 졌을 때 팀에게 돌아갈 피해가 너무 막심한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납득할만한 보상이 시급하다.

2020년부터는 확실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대회 방식이든, 일정이든 다양한 측면에서 리프트 라이벌즈를 바라보며 팀들이나 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국제 대회 경험이 가장 많은 SKT T1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 이상혁은 우승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균 감독은 "작년 리프트 라이벌즈 일정까지는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서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인드로 임했다"고 말했고, '페이커' 이상혁도 비슷한 뉘앙스로 "첫 리프트 라이벌즈는 메리트가 없고, 불편한 대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연속으로 지니까 이번에는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리프트 라이벌즈 일정과 보상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라이엇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리프트 라이벌즈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 중국 측에서는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가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일정 문제였다. 그들의 말처럼 진짜 이번이 마지막 대회 리프트 라이벌지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리프트 라이벌즈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가령,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서머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열리는 MSI를 리프트 라이벌즈 방식으로 펼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먼저, 리프트 라이벌즈 방식만의 묘미를 MSI에 적용시킬 경우, 한국 VS 중국을 넘어 한국 VS 유럽, 북미 등 더 많은 재미와 이야깃거리를 쏟아낸다. 진정한 지역 최강을 가리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리프트 라이벌즈는 없앤다고 가정하면, MSI에 네 팀씩 출전해도 비용 문제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 부분인데, 섬머 시즌 중간에 국제 대회를 치르지 않아도 돼, 부담이 확 줄어든다. 또한, 섬머 시즌 중간에 대회 일정이 잡혀 있어, 기존 리프트 라이벌즈 참가 자격인 스프링 1~4위의 폼이 대회 시기와 맞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로스터가 변화된 팀들도 많아 전혀 다른 팀으로 바뀐 채 참가하는 팀도 있었는데, 이런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확실한 건, 현 리프트 라이벌즈만의 대결 방식이 주는 즐거움은 롤드컵과는 확실히 다른 부류의 재미다. 뭐가 더 재밌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분명 롤드컵 못지않게 리프트 라이벌즈를 즐기는 팬들은 많다. 이제 겨우 세 번째 치른 대회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부디 라이엇이 팀이나 팬들의 긍정적 피드백을 수용하여 2020년에는 모두가 만족할만한 묘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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