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PUBG e스포츠 출범 3년, 여전히 어설픈 규정과 운영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3개 |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던 PUBG e스포츠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권역 국제 대회 'MET 아시아 시리즈: 펍지 클래식(이하 MET 아시아 시리즈)', 둘째 날 마지막 라운드서 정전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 한 시간가량 대회가 지연되긴 했으나, 대회는 무사히 재개됐다. 12라운드는 처음부터 다시 진행됐고, 그렇게 2일 차가 마무리됐다.

문제는 다음날 터졌다. 경기 시작 전, 주최측(MET)에서 정전 전에 치러진 12라운드 경기를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살아남았던 6개 팀은 생존 인원에 따라 추가 점수를 부여 받았다. 하지만, 첫 라운드 종료 후 중국과 대만 대표팀이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며 경기 불참을 선언했다.

대만 팀 중 하나인 ahq e스포츠에 따르면 12라운드 점수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팀들이 합의 후에 경기를 진행하길 원했으나, 주최측은 일방적으로 경기 시작을 요구했다. 결국 중국과 대만 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주최측에서 경기를 강행하면서 두 번째 라운드는 9개 팀이서 경기를 펼치는 말도 안 되는 그림이 그려졌다.

결국, 대회는 또다시 중단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이번에는 무려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긴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정전이 발생한 12라운드부터 9개 팀이 참여한 15라운드까지 총 4개 라운드를 무효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MET 아시아 시리즈에 걸린 'PUBG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 시드권 한 장도 철회했다.



▲ MET 아시아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젠지 e스포츠

정전 이슈로 시작된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무질서했고, 결과 또한 게임단과 시청자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다. '제대로 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가 펍지주식회사가 주최하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MET 아시아 시리즈는 분명 PUBG로 치러진 대회다.

대회 종료 후 펍지주식회사는 관련 질문에 "모든 대회는 각각의 규정집이 있고, 이번 MET 아시아 시리즈 역시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을 뿐 규정집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 안에는 재경기에 대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더 문제가 크다. 재경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판단을 번복하는 실수를 범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팀까지 발생했다. 유명무실한 규정은 결코 그 무엇도 규정할 수 없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수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획득했던 점수를 잃어야 했고,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중요한 무대에서 긴 시간을 대기하는데 허비해야 했다. 우승을 차지한 젠지 e스포츠는 PGC 추가 시드도 박탈당한 셈이 됐다.

PUBG e스포츠가 출범한 지 어느덧 3년째다. 2017년 말, 이벤트 매치와 파일럿 리그로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와 한 해를 아우르는 굵직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식 규정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한다는 건 결국 PUBG e스포츠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늦었지만, 이후 대회에서라도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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