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제 영웅까지... 많은 제한 속 가능성 찾길 바라는 오버워치 리그

칼럼 | 장민영 기자 | 댓글: 37개 |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리그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영웅 로테이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 7일부터 시작하는 경쟁전 21시즌과 리그 경기부터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매주 하나의 지원-돌격 영웅과 두 개의 공격 영웅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블리자드 측은 이번 변화로 "리그에서 팀별로 차별화된 전략 수립을 유도하고, 새로운 영웅 조합과 보다 많은 영웅들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정 한 메타가 계속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패치의 취지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더 많은 영웅과 조합이 등장해 쉽게 굳어졌던 메타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니까. 오버워치가 게임 중 실시간으로 영웅과 조합을 바꿔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기에 더 그렇다. 출범 시즌1 스테이지3-4의 후반부에 스나이퍼 조합과 돌진 조합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그림이 나온 바 있긴하다.

하지만 영웅 로테이션 시스템 적용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밴만으로 정답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현재 오버워치는 31개의 영웅(돌격8/공격16/지원7)이 있다. 기본적인 영웅의 수가 밴 시스템을 도입할 만큼 많지 않다. 31개를 풀어놨을 때도 나오는 조합과 영웅의 수가 제한적이었는데, 그중에 4개의 영웅이 사라졌을 때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조합의 가짓수는 얼마나 되겠는가.

나아가, 여전히 주로 쓰이는 조합은 정해져 있다. 윈스턴-디바 중심의 '돌진'과 오리사-시그마를 정면에 세운 '방벽', 두 조합은 각각 리그 개막 이전과 2019 시즌 PO를 대표하는 조합으로 같은 영웅 풀에서 그 이상의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조합의 중심은 주로 돌격 영웅이었고, 뒷 라인을 흔드는 솜브라 운영은 2/2/2 역할군 고정 이후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돌격 영웅의 스타일에 따라 경기 전반의 운영을 결정짓는 오버워치에서 색다른 스타일을 바라긴 쉽지 않다. 돌격 영웅 역시 방벽 없이는 버티질 못하기에 방벽에 의존해야 하는 모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작년 말부터 이어진 방벽 조합(오리사-시그마)이 중심으로 자리잡은 상황. 오리사가 핵심이지만, 로테이션 상으로 1주일의 공백일 뿐, 방벽을 내릴 만큼의 변화는 이뤄지기 어렵다. 시그마 역시 라인하르트와 같은 다른 방벽 영웅으로 대체할 수 있기에 대격변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공격과 지원 역할군 역시 기존 조합을 유지한 상태로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영웅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만한 스타일의 영웅이 없다는 점이다. 오버워치가 발매된 초창기에는 영웅들이 활용하는 방패, 둔기, 검, 표창, 얼음, 해킹, 등을 활용한 공격 방식은 기존 FPS를 뛰어넘는 발상이었다. 새로운 무기는 또다른 교전 방식-운영을 만들어내면서 말 그대로 '하이퍼 FPS'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점점 비슷한 유형의 대체 영웅들이 출시되면서 혁신과 거리가 멀어졌다. 위도우메이커의 역할인 저격을 대신할 법한 애쉬, 오리사-라인하르트와 함께 방벽을 세우는 시그마까지. 작년 한 해 출시된 영웅 대부분이 기존 영웅이 할 수 있는 역할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기에 조합과 플레이스타일이 고정돼 버린 것이다. 점점 굳어져 가는 방벽 메타에서 독창적인 방식으로 방벽을 부수거나 새로운 유형의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지, 밴으로 방패를 잠시 내리라고 말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패배로 시작해 PO 그랜드 파이널 우승한 SF 쇼크

설령, 밴이 제대로 맞아떨어져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매주마다 바뀌는 로테이션은 리그의 경기 수준을 떨어뜨리게 된다. 프로들에게도 단 한 주만에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라고 말할 수 없다. 최강팀에게도 메타에 적응하고 수준을 끌어올릴 만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시즌 최강팀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쇼크에게서도 나타났다. 모든 스테이지 결승 진출에 그랜드파이널 우승까지한 팀도 변화가 일어난 초반부에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테이지2 전승팀이 딜러 중심 조합이 급부상한 스테이지3에서 하위권이었던 휴스턴 아웃로즈와 청두 헌터즈를 상대로 2패를 거두고 말았다.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첫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하며 결승까지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져 메타에 적응을 마친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달랐다. 막판에 수준 높은 경기로 해당 메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렇듯 최상위권 팀들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자신들의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예열이 필요하다.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 역시 초반 부진에 대해서 '메타 적응 기간'이라고 표현하며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이제 로테이션으로 그 예열 시간마저 사라진다면, 프로 경기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확인하긴 더 쉽지 않을 것이다. 미드 시즌-플레이오프-그랜드파이널을 기다려야만 가까스로 오래된 메타 속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렇듯 제한된 상황에는 수많은 전제가 붙는다. 가능성이 닫혀있기에 새로운 꿈을 꾸는 것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블리자드의 최근 행보는 신 영웅과 맵을 출시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아닌 2/2/2 역할군 고정과 영웅 선택 제한이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유저들과 프로들에게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떠넘기는 느낌마저 든다. 일시적으로 방패를 몇 주 동안 내려주고 짧은 시간 동안 했던 시도가 정답이 될 수 있을까.

블리자드가 리그에 나오는 영웅-조합의 다양성을 지키고 싶었다면, 신 영웅의 합류가 먼저 였을 것이다. 기존 스타일을 넘어설 수 있는 영웅 말이다. FPS 게임의 틀을 뛰어넘어 독특함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봤던 오버워치였기에 다시 그렇게 나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역할군에 이어 영웅 선택까지 블리자드는 스스로 게임의 가능성마저 제한하면서 이전에 본인들이 냈던 답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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