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참 다르다, 대만

칼럼 | 원동현 기자 | 댓글: 2개 |



얼레? 참 다르네. 대만은 정말 다르구나. 한국의 게임 문화에 한창 익숙해져 있다 와서 그런가, 이곳의 분위기가 사뭇 낯설게 느껴지네요. 그제 대만의 게임 산업 현황에 대한 강연을 들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먼저 앞서 갔는데, 오늘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4명이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하는 청년들이 있더라고요. 한 명은 회색 코트, 한 명은 갈색 코트, 나머지 두 명은 검정 코트, 맞춰 입기라도 한 건지 패션코드마저 비슷해보였습니다. 왠지 말을 걸고 싶어지는 모양새였어요. 조심스레 명함을 꺼내 들고 찾아갔죠.

“안녕하세요, 한국 게임 매체 인벤의 원동현 기자라고 합니다.”

쾌활해보이던 친구들, 갑자기 얼어붙습니다. 서로 조심스레 눈빛을 교환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입니다. 그러더니 서로에게 인터뷰를 떠넘기더군요. 인터뷰이로 당첨된 친구, 쑥스러운듯 웃으며 제 질문에 조곤조곤 대답해줬습니다.

“대만 최고의 게임쇼에 놀러 왔는데, 기분이 어때요?”

아직 안 들어가 봐서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제가 너무 멍청한 질문을 했네요. 놀이공원 대기줄에 서있는 사람에게 롤러코스터 타본 감상이 어떠냐는 질문을 한 것과 같습니다. 황급히 질문을 바꿨죠. 가장 기대되는 게임이 무엇이냐고. 그러더니 그 친구 ‘타워 오브 세이비어’라고 즉답을 합니다. 6년간 즐겨온 소위 ‘최애 게임’이라 하네요.

그 외에 기대되는 게임이 있냐는 질문에 다 해본 게임이라 기대된다기보다는 게임쇼 자체를 즐기고 싶다고 대답합니다. 우문현답입니다. 타이베이 게임쇼의 특징과 이들의 문화를 제가 제대로 이해못한거죠.

타이베이 게임쇼엔 신작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대만 게임 산업의 정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문화 역시 궤뚫어봐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게임쇼는 게임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곳이더군요. 시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부스를 둘러보다 보면, 검은사막과 플레이스테이션을 제외한 대다수의 부스는 시연 기기를 아주 소량만 비치해놨습니다. 부스 규모가 아주 어마어마하게 큰데도 불구하고, 기기는 고작 4대에서 6대 정도에 불과했죠. 아예 시연기기가 없는 곳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럼 뭘 즐기는 걸까? 첫날엔 참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쇼인데 게임이 없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들은 코스프레를 즐기고, 굿즈를 사며, 서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입니다. 이들에게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꼭 PLAY만이 아닌 거죠. 우리나라에선 소위 ‘서브컬쳐’에 속하는 문화들이 이 곳 게이머들에겐 아주 대중적으로 개방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친구에게 한번 물어봤어요. 서브컬쳐 매니아에 대한, 그래요 직설적으로 ‘오타쿠’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없냐고. 그랬더니 대만 사람들은 다 오타쿠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게임을 즐기고, 모두가 그 문화를 즐긴다고 명언을 남겼습니다.

어쩐지, 작년 레이아크 탐방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묘한 위화감을 느꼈거든요. 1층에 자사의 게임 컨셉 스토어를 두고, 별도의 카페까지 차려서 수시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한다던 레이아크 측의 설명을 듣고 참 독특한 회사라 느꼈죠. 하지만 그게 대만에선 당연한 거였군요.

약간 부럽습니다. 게임쇼에서 신작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오늘의 상황은 안타까우면서도, 이들이 게임을 받아들이는 관용적인 자세가, 사회의 시선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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