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접히는 스마트폰 시대, 게이머 생활에 변화 올까?

칼럼 | 박태학 기자 | 댓글: 21개 |




"솔직히 TV로 볼 땐 '굳이?'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써보니까 진짜 편하긴 해요."

얼마 전 판교에서 근무하는 게임 개발자 지인이 한 말이다. N사에서 게임 기획자로 활동중인 그는 평소 최신 게임과 IT 기기에 관심이 많았다. 이날의 이야깃거리는 그가 최근 구매한 LG전자의 V50이었다. 액정이 두 개, 안으로 접히는 듀얼스크린 스마트폰.

삶이 좀 달라졌냐는 물음에 그는 '게임하는 데 방해받지 않아서 좋다'고 답했다. 노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게임 도중에 문자가 와도 화면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그게 그렇게 편할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거다. 화면이 두 개 달린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뭉게뭉게 피어나던 생각이 한 단계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좀 더 나아가 '모바일 게이머 생활 변화'의 키워드가 여기에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출시 예정인 제품을 포함하면, 접히는 스마트폰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먼저 1폰 + 1케이스 형태. LG전자의 V50이 대표적으로, '듀얼스크린'이란 이름의 커버 케이스에 별도의 화면이 장착돼 있다. 케이스를 안 끼우면 일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조 상 1화면 = 1콘텐츠에 최적화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나 화웨이의 메이트X는 화면 자체가 접히는 구조로, 폴더블 폰이라 불린다. 이음부가 없으니 화면을 100% 활용하기 좋다. 기존 스마트폰 대비 가장 큰 장점인 만큼, 삼성전자도 이 부분을 알리는 데 특히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미 국내외 다수 게임사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은 이미 출시한 자사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UI 및 UX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삼성전자와 함께 '리니지M'을 갤럭시 폴드에 맞추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접히는 스마트폰으로 게이머가 뭘 할 수 있을까? 삼성과 LG가 각자 자신만의 전략을 공개했을 때, 기자의 게임뇌에는 크게 네 가지 미래가 그려졌다.

먼저 1게임 + 1영상. 아래 화면으로 모바일 게임을, 위 화면은 유튜브나 게임 방송 등을 본다. 이번에 만난 개발자 지인도 이 방식으로 가장 많이 활용했고, 여기에서 오는 만족도 역시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소 즐겨보는 게임 리그가 있는 유저라면, 이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V50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두번째로 동시에 2개의 게임을 하는 형태다. 아래 화면으로 실제 조작이 중요한 게임을 하고, 위 화면은 방치형 모바일 게임을 켜놓는 것. 다 귀찮다면 그냥 방치형 게임 2개를 동시에 돌릴 수도 있겠다. 여러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유저라면, 사실상 최고의 선택지인 셈이다.

세번째는 한 화면으로 게임을, 다른 화면으로 웹서핑 등 개인업무를 하는 것으로, 공략이 필요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 극대화되는 장점이다. 모바일 MOBA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스킬트리를 위 화면에 띄워놓고 참고하며 플레이하는 게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메신저를 켜 놓거나 SNS를 작성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불필요한 화면 전환은 없다. 덕분에 게임 흐름이 끊어지는 일도 원천 차단된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게임을 큰 화면으로 즐기는 방식인데, 이는 하드웨어 개발사와 게임을 만드는 업체의 합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화면이 2개로 나뉘어진 V50보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에서 극대화되는 장점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이를 알고 있는지, 최근 행보가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 7월 20일, LG전자는 넷마블, 넥슨, 에픽게임즈 등을 끌어와 단독 게임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2화면=1게임까지 안 가더라도 V50은 이미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하는 자리인 셈이다. 현장에서 본 V50은 위 화면에 본 게임을, 아래 화면에 게임 UI를 배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직접 조작이 중요한 모바일 게임에서 손으로 화면 가릴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큰 장점이다.



▲ 브롤스타즈 해본 사람은 안다. 화면 안 가린다는 게 얼마나 유리한건지.


그렇다면, 게임사 및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접히는 스마트폰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몇몇 현역 게임 개발자들에게 문의해보니, "기존 출시작을 접히는 스마트폰에 대응할 수 있게 수정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전용 게임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기존 스마트폰과 워낙 다르다보니 빠른 대중화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갤럭시 폴드의 출고가는 200만 원이 넘을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신 기종에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가격인 건 사실이다.

V50은 기존 스마트폰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다른 단점이 있다. 결정적으로 V50은 화면 걸침이 안 된다. 2개의 액정을 한 화면처럼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지금은 게임 전용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모바일 게임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선 기자도 동의한다. 다만, 아예 새로운 차원의 모바일 게임을 기대하게 만드는 제품은 아니었다.

최신 기술이 반드시 넘어야 할 상용화 검증 단계에서 여러가지 문제도 발생했다. 화웨이의 메이트X는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나며 기세가 꺾였다. 큰 화면 덕에 기존 스마트폰보다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점 역시 접히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위해선 추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와 별개로, 접고 편다는 특징에 따른 가변 해상도 개발 역시 게임사 입장에선 추가 지출 요소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허들은, 접히는 스마트폰이 사실상 안드로이드 전용이라는 점이다. 아이폰의 다음 모델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데, 이는 화면 접기 기술을 당분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는 말로 이어진다. 즉, 아이폰을 맥북이나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과 함께 사용하는 유저라면, 접히는 스마트폰 기변에 기존 생활 방식의 '희생'이 전제된다.

정리해보면, 다음 달에 갤럭시 폴드가 출시된 이후라 하더라도 접히는 스마트폰 전용 신규 게임은 등장하지 않거나, 극히 드물게 출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도 접히는 스마트폰 전용 게임은 곧 안드로이드 독점작인 셈이기에, 개발비용 대비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 게임 개발사 입장에선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것이 접히는 스마트폰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가져올 잠재적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말은 아니다. 올해 1월, 삼성전자가 게임 전용 폴더블폰 특허를 취득하면서 국내외 각종 매체에서 차세대 모바일 게임을 예측하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화면이 접힌다는 점에서 닌텐도 DS 풍의 게임이 나올 것이라 보는 분석이 많았다. 정말로 터치펜 달린 '갤럭시 폴드 노트' 같은 게 출시되어 안드로이드 시장을 50% 이상 점유한다면, 닌텐도 DS 시절 그 창의적인 게임들을 스마트폰으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접히는 스마트폰 '전용' 게임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또 하나의 시장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로 인해 대형 게임사들이 리스크 부담하면서까지 당장 전용 게임 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접힌다'는 것, 기존 스마트폰 대비 화면이 많거나 대화면이라는 점은, 인디 게임 특유의 창의력을 마음껏 그려낼 수 있는 스케치북으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대적으로 개발 기간 및 비용이 적은 인디 게임이기에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도 있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굳이 너무 먼 미래를 보지 않더라도, 게이머의 생활을 좀 더 즐겁고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접히는 스마트폰의 매력은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의 발전은 환영이다. 5G보다 이런 걸 기다렸다. 자, 이제 배터리만 발전하면 된다.



▲ 새로운 플랫폼 등장은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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