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억 원 달라" 판호 브로커 사기 주의보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5개 |



우리 게임사의 중국 판호 발급이 3년 넘게 막힌 가운데, '판호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대형 게임사 가운데 한 곳이 피해를 입고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판호 브로커의 특징은 중국 당국과의 관계를 내세워 판호를 대신 받아주겠다고 장담한다. 이들은 '꽌시'와 같은 중국 문화의 특수성을 내세운다. "내가 중국 정부 중앙당 고위 관계자와 연이 있다"며 "광전총국이 우리 게임에 판호를 안 주더라도, 중앙당 고위 관계자를 통하면 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댓가로는 수억 원을 요구한다.

판호 브로커는 국내에서는 확인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이력으로 현혹한다. 10여 년 전에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사업할 때 친해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중국 관료의 과거를 검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판호 브로커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그럴듯한 중국 연구소나 대학 등을 이력을 내세우지만, 이 또한 확인이 어렵다.

이들은 한한령 초기에 중소게임사들 위주로 접근했다. 판호를 받아줄 수 있는데, 대신 게임빌드를 통째로 넘겨야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물론, 브로커들이 받아내온 판호는 없다. 문제는 브로커들이 게임빌드를 받아낸 뒤 중국의 다른 게임사에 다시 팔아버리는 일이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익명을 원한 대형게임사 출신 A씨는 "그런 사람(판호 브로커)이 있다는 건 업계에서 암암리에 전해진다"며 "작년에는 중국 지방정부를 통하면 된다는 식으로 홍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론 지난해 중국 정부는 법을 바꿔 지방정부 허가권을 몰수했다"며 "중국 사정에 밝지 않으면 국내 게임사 관계자가 현황을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불투명한 정보를 노하우라고 속이는 셈이다.

A씨는 "실제로 중국통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대형게임사에 접근해 판호를 대신 받아주겠다며 돈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당연히 판호는 나오지 않았고, 게임사는 브로커를 고소했다"고 전했다. 떳떳한 일이 아니다 보니 소송전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판호를 대신 받아주겠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주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화번호를 차단하라"고 A씨는 강조했다.

중국 현지 게임사 관계자 B씨도 "대신 내자판호를 받아주겠다며 (중국의) 중소게임사에 접근하는 브로커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로커에게 돈을 건내지만, 끝끝내 판호를 받지 못하고 파산하는 게임사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텐센트도 판호 대기 줄을 기다리는데, 한국 게임이 꽌시로 넘어갈 리 없다"고 의견을 냈다.

결국 '판호 브로커'는 정보 불투명,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최근 국회에서도 판호 관련 피해 정보를 모아보려 했으나, 정부는 데이터가 없었고 협회는 말을 아끼고 싶어 했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으니 이 틈을 비집고 사기꾼이 설친다. 공공기관에서 판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취합해 알리고, 대응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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