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호 칼럼] 게임과 핸드폰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면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1개 |
방승호 선생(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관)은 아이들과 게임을 한다. 그는 게임을 통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활동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활용해 비대면 학생 특별활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단순히 게임을 시켜주는 게 아닌, 게임을 계기로 아이들이 일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서로는 '게임에 빠진 아이들', '마음의 반창고', '기적의 모험놀이' 등이 있다.

* 기고 글에 등장하는 학생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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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가 되면 중, 고등학교에서는 담배 문제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점심 후 흡연 욕구를 참지 못해 학교 담장을 넘는 아이들도 있다. 희정이와 봉주가 담장을 넘다가 걸려 상담을 하게 됐다.

검은색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고 동그란 얼굴, 긴장된 표정을 한 봉주를 먼저 만났다. 편안하게 하려고 초코파이와 물을 주었다. 담배 이야기를 하지 않고 팔씨름으로 시작했다. 손을 잡자 흰 이를 드러내며 팔심이 없다고 엄살을 부린다. 이어서 풍선을 손가락으로 쳐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풍선 치기 놀이를 했다. 봉주가 완전히 긴장이 풀렸는지 깔깔대며 웃는다.

지금 기분을 물었다. ‘기분이 좋다’고 한다. 담장 넘다가 걸린 것을 잃어버린 듯하다. 놀이는 당면한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또 두렵고 경계하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봉주에게 살면서 기분 좋았던 일을 떠올려 보자고 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없다고 한다,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달리기 빠른 것이 좋다’고 했다, 엄마가 육상 선수였다고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게임'이라고 종이에 작은 글씨로 썼다.

조금 전 좋았던 기억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기억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해주어서 그랬다고 한다. 좋았던 기억 중에 게임이 있는데 게임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다고 했다. 봉주는 갑자기 몸을 세우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PC방을 처음 갔다고 했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서든어택 게임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잘못했는데 하다 보니까 재미있고 친구들 함께 하니까 점점 더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게임 해서 좋았던 일을 물었다. 집 근처 PC방에서 동네 형들과 게임 대회에 나가서 우승했을 때 좋았으며, 다른 사람과 1대1 싸워서 이겼을 때는 힘이 난다고 하였다. 아쉬운 점은 정말 없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엄마 아빠가 그만하라고 했을 때 나는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만하라고 할 때마다 속상해서 싸운다고 말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게임을 해서 컴퓨터 본체를 없애 버렸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때 솔직히 화가 났지만, 게임을 너무 많이 하긴 하였다고 하였다. 이제 엄마는 ‘네가 게임이 좋다’고 하니 인정해 주었고, 다만 할 건 하고 공부하면서 게임을 줄여서 하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나도 몰랐던 것을 아니까 더 알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긴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 중 좀 더 깊이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게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쪽으로 취업할 생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의 게임 상태에 관해서 물었다. 0과 10 사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물었다. 10이 최대라고 가정하에 말해 보라고 했다. 봉주는 현재 3점 정도 된다고 하였다. 그 상태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아직 덜 배워서 그렇고, 차근차근 알아가는 시기라고 했다. 목표는 9점이라고 했다. 9점에 도달했을 때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물었다. 배운 것을 복습하는 시기이며, 게임 회사에 취업한 상태라고 하였다.

상담을 마치면서 내가 잘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고, 질문을 해 주시니까 이야기가 생각이 잘 났으며, 잘 알려 주어서 공감이 되었다고 하였다. 앞으로 열심히 배워서 꼭 취업을 하겠다고 하였다.

요즘 게임과 핸드폰 때문에 전쟁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많다. "게임은 왜 밤새 해야 하는가요" 그리고 "중학교 때 게임 때문에 열흘 동안 울었어요" 학부모가 한 말들이다. 처음에는 대부분 말로 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컴퓨터가 부서지는 경우를 한 번씩 겪게 된다. 봉주도 컴퓨터 본체가 몇 번 부서졌다고 했다.

사실 게임 하는 아이를 막아 이기는 부모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얼마 전 수원 도서관에서 강의 때 만난 엄마는 아이가 게임을 하도 많이 해서 방을 멋진 PC방처럼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 달 만에 게임에 흥미가 떨어지더라고 참 신기하다는 말을 들었다. 비슷한 경험을 나는 10여 년 동안 수백 명의 학생에게서 들었다. 토요일 공식적으로 프로 선수와 만나게 해주고, 2시간 공식적으로 게임을 하고, 놀아 주었더니 80% 아이들이 게임이 재미없어졌다는 반응과 게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봉주는 초등학교 때 성적이 떨어지자 학교가 재미없어지고 그때 친구들과 게임에 빠지게 된다. 그 이후 부모님에게는 게임을 그만해, 너 뭐가 되려고 그러니, 등 질책과 비난의 소리만 들었다. 가족과의 긍정적 소통은 거의 경험 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 가정에서도 게임에 빠져 있는 행위만을 보고 부정적 반응을 반복하며 실망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보통 안정을 찾기 위해 뭔가 몰두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공부는 힘들고, 하늘 같고 우주 같은 부모님에게도 의존할 수 없게 되자 다음 선택이 게임이 되는 것이다. 게임을 과하게 하는 아이들을 만나 보면 게임을 그만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잘 안된다고 한다. 우리 집 아이가 게임 시간을 조절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 다른 대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대답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소통이 시작되어야 한다. 걱정되는 미래가 주제보다 재미있는 주제를 찾아보자. "오늘 학교 점심에 뭐 나왔어" 이런 작은 소소한 대화로 시작해 보시기 바란다. 서로에게 다시 다가갈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게임에 빠진 아이와 어색함을 회복할 수 있는 색다른 대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말이 아닌 몸으로 시작한다. 발등 밟기를 하는 것이다. 서로 서서 손을 잡고 발등을 먼저 밟으면 이기는 간단한 놀이다. 손을 잡고 발을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신비한 일체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서로에게 갈라졌던 틈을 메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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