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GF, 더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3개 |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게임 축제인 AGF2023이 금일(2일) 일산 킨텍스에서 막을 올렸다. 2018년부터 꾸준히 성장한 AGF는 게임사들의 참가가 점차 늘어났고, 올해에 이르러는 정말 많은 게임사가 참가했을 만큼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어 기대가 컸다. 그러한 기대는 게이머들과 애니메이션 팬들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행사장이 열리기도 전부터 이미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긴 대기열이 보였다. 입장이 시작전부터, 그리고 입장하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대기열은 남아 있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팬 층은, 행사의 전날부터 대기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행사장 내부에서도 시시각각으로 사람이 늘어나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애니메이션 부스, Vtuber(이하 버튜버) 부스, 게임 부스, 피규어 부스 등 다양한 서브컬처의 문화가 어우러진 행사장 내부의 열기도 정말 뜨거웠다. 스테이지의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팬들, 굿즈를 구매하려는 팬들, 게임을 해보려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코스프레를 한 팬들도 많았다.

이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사랑하는 팬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 얼마나 거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는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를 참가하지 못한 게임사들은 정말 아쉽겠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AGF2023은 첫 날부터 그저 대성황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인파를 맞이하며 개막했다.



▲ 규모있게 참여한 게임사들은 대부분 '메인 스테이지'를 갖고 있었다.

어마무시한 팬층을 가진 유명 애니메이션 부스 사이에서, 그동안 발전시켜온 게임사들의 부스 홍보 전략은 빛을 발했다. 다른 부스들과 다르게, 힘을 꽉 준 게임사들의 부스에는 '메인 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서브컬처 특성상 행사 곳곳에 시각적 홍보물은 차고 넘친다. 그런 가운데 게임사들이 마련한 메인 스테이지는 청각을 자극해 관람객의 흥미와 관심을 끌었다. 이는 게임사들이 다양한 게임 행사를 통해 다져온 전략 중 하나일 뿐이지만, AGF에서는 그것이 강력한 차별점이자 유니크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주최측이 마련한 블루 스테이지, 그리고 레드 스테이지에서는 단독 부스 스테이지 규모로는 할 수 없는 대단한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게 AGF라는 행사가 가진 매력이고 팬의 니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각 부스들의 입장에서는 참가가 한정된 스테이지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메인 무대를 만들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임사들의 부스는, AGF에 참가한 기업들에게 적잖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게임사들도, 참가한 애니메이션이나 버튜버 부스들의 굿즈들을 보면서 서브컬처 팬층이 원하는 니즈에 대해서 한층 더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동안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임사들의 머천다이징 분야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고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 행사장 외부는 정말 거의 활용되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다.
지스타처럼 외부 주차장이라도 활용했으면 더 나았을지 모른다.

보완이 필요한 아쉬운 점도 분명하게 눈에 띄었다. 행사장은 지난해보다 더욱 확장했으나 텅 비어 활용되지 못한 공간들이 너무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스별 구조 배치가 썩 좋지 않아서 어느 곳이나 심각한 정체가 발생했다. 야무지게 활용하지 못한 공간에는 결국 지친 관람객들이 바닥에 털썩털썩 주저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나왔다.

내부 공간 활용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 점은 외부 공간 활용이다. 드넓은 킨텍스의 외부 공간 자체가 거의 활용되지 못했고, 긴 대기열을 나름대로 정렬하긴 했으나 매우 불편한 동선이 나왔다. 서브컬처가 강조되는 행사의 특성상 코스프레 모델 혹은 이를 즐기는 관람객들이 모여서 놀고 교류할 공간도 모자랐다. 결과적으로는 광장을 비롯한 외부 공간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차라리 2전시장을 활용하는 쪽이 좀 더 나은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AGF는 'IP'의 전쟁터다. 그것도 내로라하는 팬층을 가진 유명 IP들의 놀이터이자 팬서비스 행사의 성격이 적지 않다. 그만큼 '신작'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하기 보다는 IP를 좋아하는 팬들의 '페스티벌'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에 신규 게임이자 IP가 중심이 되는 성향이 강한 지스타와는 다른 성격의 설렘과 감정을 갖는 곳이다.

게임만이 중심이 아니기에 게임사들도 그렇게 큰 관심을 두기 어려웠다. 시기상으로도 국내 최대 게임쇼와 멀지 않으니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AGF2023을 보면 게임사들도 이제 AGF를 그냥 두고 넘기기는 아쉬운 상황이라고 본다.

캐릭터 등 IP를 강력한 동력으로 삼는 서브컬처 게임들은 지스타에 참가가 어렵다면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달까. 특히나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들도 큰 특별한 소식 없이 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강점이다. AGF는 앞으로 풍성함을 늘리고, 행사의 성격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게임사들의 참가를 더욱 독려할 환경이 마련됐다.

그렇기에 이제는 킨텍스, 그리고 고양시 혹은 그 이상 규모 정부 단체도 나서서 AGF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지원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팬데믹이라는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AGF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올해 행사를 통해 스스로가 깨달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이 주목하기를 바란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고 AGF를 가꾸어 나가며 좋은 모습으로 성장해야 한다. 서브컬처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 팬들과 관계자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대표적인 페스티벌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미래에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팬들이 어우러져 의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훌륭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행사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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