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닌텐도 스위치' 가 가리키는 달을 봐야 하는 이유

칼럼 | 이명규 기자 | 댓글: 46개 |



견지망월(見指忘月) -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리키는 달을 보라'

지난 13일, 닌텐도는 자사의 신작 게이밍 콘솔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비로소 우리는 닌텐도 스위치의 거의 모든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수많은 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쟁점은 그것이었다. 과연 닌텐도 스위치는 Wii가 될 것인가, Wii U가 될 것인가?

개인사를 돌이켜 볼 때, 기자는 닌텐도라는 회사와 유독 연이 없었다. 휴대용 게임기를 하나 갖는게 꿈이었던 학창시절, 당시 유행하던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두고서 GP32를 구입했었다(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깊이 후회하고 있다). Wii의 성공 당시에도 시큰둥 했었고, 성인이 되어 처음 구입한 콘솔도 Xbox360 이었다. 마침내 닌텐도와 연을 맺게 되는 건 몬스터헌터 신작이 3DS로 나오게 되면서 부터다.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기자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기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괜찮은 가격, 거치형과 휴대용의 접목, 깔끔하고 발전한 컨트롤러, 고질병 중 하나였던 지역제한과 독자규격의 폐지까지. 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닌텐도 스위치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그런 몇 가지 스펙이 아니다. 이건, 닌텐도라는 회사가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가리키고 있는 '달'에 대한 이야기다.




닌텐도라는 회사가 가진 연혁 정도는 누구나 알 것이다. 닌텐도는 전세계 게임업계를 자신의 손아귀 안에 두고 천하를 호령한 때가 있었고, 세계 굴지의 게임 기업들이 닌텐도와 싸웠지만 결국 패배했다. 그들의 무덤 위에서 닌텐도는 세계 최대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게임사로서 위치를 굳건히했다.

하지만 닌텐도의 역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슈퍼패미컴 이후 부터다. 닌텐도64(이하 N64)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90년대부터 닌텐도는 굉장히 다이나믹한 굴곡의 역사를 보여왔다. 최초로 현대식 아날로그 스틱을 대중화한 N64, 새로운 광매체를 사용한 게임큐브, 조작계의 혁신을 가한 Wii, 터치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추가한 Wii U까지 말이다.

이 모든 역사에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사실 한 가지는, 바로 닌텐도라는 회사는 경쟁자들과 똑같은 전략으로 맞붙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N64에서 Wii U에 이르기까지, 닌텐도의 게임기과 게임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유독 독특하고 사파스러웠다. '닌텐도' 라는 말이 어떤 고유 명사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게임기, 게임은 '닌텐도는 자신들만의 철학이 있다' 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비록 그 철학이 때론 쓸데없는 고집으로 비춰진다 해도 말이다. 때문에 닌텐도는 성공을 거둘 때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만큼, 오직 자신들만 거둘 수 있는 거대하고 멋진 성공을 이루었으며, 실패할 때에는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닌텐도라는 회사에 대한 팬과 안티팬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유도 이런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소소한 유쾌함도 닌텐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기자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그것이다. 분류하자면 닌텐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에 속하던 내가, 그들의 철학에 매력을 느끼고 닌텐도 스위치에 커다란 연정을 품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하는가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다. 왜, 닌텐도 스위치가 그토록 특별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21세기 닌텐도의 천국과 지옥을 가른 대중성


먼저 한 가지 사실을 짚어보자. 현재 20대, 30대를 아우르는 코어 게이머들에게 '닌텐도' 라는 회사의 게임은 어떤 이미지인가? 얼핏 보기에 단순하고,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며, 여러명이 동시에 즐기기 좋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런 느낌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특징들을 엮어 사람들은 '대중적'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Wii 이전만 하더라도 닌텐도는 코어 게이머들을 위한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Wii의 거대한 성공 당시와 그 이후, 닌텐도는 대중을 겨냥했다. 이는 단순히 난이도가 쉽고 쉬운 게임을 만들고, 콘솔의 가격을 최대한 억제하는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닌텐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콘솔의 전통인, 다인 플레이를 현재로서 거의 유일하게 지켜오고 있는 회사이고, 소위 '파티 게임' 이라 부르는 장르는 현재와서는 다른 회사와 닌텐도를 구분하는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Wii 는 일단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어필하는 게임기였다

닌텐도가 HD 시대 이후 획득한 '대중 지향' 이란 정체성은 한차례 닌텐도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원동력이었고, 그 직후 다시 나락으로 빠트려버린 원흉이었다. 사람들은 모두들 닌텐도가 다른 콘솔 플랫폼 홀더들의 추세에 맞춰 대중과 코어 사이에서 타협할 것이라 예상했고, Wii U를 통해 실제로 그렇게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Wii U 는 어쩌면 닌텐도에게 잘못된 타협이었을 수도 있다. Wii를 구입했던 대중들은 기존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향상시킨 것에 가까운 Wii U에게서 어떤 매력도 느끼지 못했고, Wii에게서 어떤 부족함도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게임이라는 문화에 기대하는 바가 적었으니까. 또 반대로 코어 게이머들은 이런 닌텐도 게임들의 대중적인 포지션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코어한 게임 시리즈가 출시 되지 않는 게임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양측에게 모두 버림받은 Wii U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름의 근원인 선배와 반대로 닌텐도에게 거치기 사상 최악의 실패를 안겨줬다.

Wii U 이후로, 많은 이들은 닌텐도가 이제 그런 대중지향적인 포지션을 포기할 것이라 예상했고, 기대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또한 번 대중을 노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많은 이들은 닌텐도 스위치가 Wii U의 실패, 코어와 대중 모두를 잡지 못하는 어중간함을 답습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감격스럽게 '젤다의 전설' 을 시연하는 지미 팰런

하나 좀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해 말, 닌텐도 스위치가 최초로 방송을 통해 실기 시연 펼친 곳은 조금 쌩뚱맞게도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지미 팰런의 투나잇쇼였다. 일단 프로그램은 미국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토크쇼이긴 한데, 그것 만으로는 일본 게임회사가 만드는 신작 게임기가 최초로 시연되기엔 이유가 좀 부족하다.

사실, 이 토크쇼의 진행자인 지미 팰런과 닌텐도가 얽힌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의 쇼에 출연한 톱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이 과거 그와 썸(?)을 탔을 때의 일을 고백한 것. 지미 팰런이 결혼하기 전이고, 니콜 키드먼이 재혼하기 전의 이야기니 못해도 2006년 이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지미 팰런의 집에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니콜 키드먼이 방문했고, 급작스런 방문에 준비한게 없던 지미 팰런이 먹다 남은 음식을 대접하고 한시간 반 동안 비디오 게임-게임큐브나 N64의 '마리오' 타이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을 켜서 같이 했다는 것. 둘은 최악의 데이트였다고, 혹은 그건 데이트가 아니었다며 웃었고, 이 사건은 후에 크게 화제가 됐다.

기자는 이런 배경을 알고 있었기에, 지미 팰런이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광란하며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하는 것을 낄낄거리며 구경했다. 그런데 그때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니콜 키드먼이 지미 팰런의 집에 방문했던 그 때, 지미 팰런이 가지고 있던 게임기가 게임큐브가 아닌 닌텐도 스위치고, 같이 하자고 한 게임이 '마리오'가 아니라 '1-2 스위치' 같은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이라는게 그런 사소한 한두 가지 차이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니콜 키드먼이 자신은 전혀 관심 없는 취미를 처음부터 좋게 받아들였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미 팰런이 '기껏 집에 놀러왔더니 자기 혼자 마니악한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는 한심한 녀석'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세계 최고의 여배우를 앞에 두고 마리오나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보였던 거다. 닌텐도 스위치가 지향하는 '대중성' 이란 지난 번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언제나 대중성의 핵심은, 바로 비 게이머가 게임을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마주치는 모든 장벽을 없애는 것이었다.




스위치가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될 수 있는 이유


‘젤다의 전설' 같은 걸출한 코어 게임이 건재했지만, 닌텐도는 자신들의 콘솔과 게임을 판매할 때 '가장 파티에 적합한 게임기' 라는 포지션,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고 강조해왔다. 수많은 '파티 게임' 라인업은 굳건했고, 콘솔이 궤멸한 한국 시장에서도 Wii를 앞세운 멀티방은 과거 '위닝일레븐'을 앞세운 플레이스테이션 방의 짧았던 성공이 지나고, 현재까지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콘솔 방으로 남았다.



대중적인 파티 게임기로서 닌텐도 콘솔은 독보적이었다

그만큼, 닌텐도를 통해 게임을 알게 된 일반인들은 개개인이 많은 돈을 쓰지도, 항상 게임을 하지도 않았지만 닌텐도의 게임을 특별한 취미로 받아들였다. 더불어, 그렇게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된 이들은 게임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닌텐도'를 즐겼다. 다시 말해, 닌텐도에게 새로운 팬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팬층을 공략하기에도 여전한 장벽이 남아있었다. 우선 새로운 기계를 사는데 돈을 써야 한다는 부담, 거기다 같이 하기 위해선 인원 수에 맞춰 추가로 위모콘을 사야 하고, 여럿이서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을만큼 큰 거실과, 거기에 맞는 TV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게임을 하고 싶은 친구들을 게임을 할 수 있는 장소, 자신의 집이나 멀티방 같은 곳으로 꾀어내어야 한다.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게임기라는 Wii 마저도 그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닌텐도 스위치가 그런 장벽을 뚫고 게이머가 아닌 '대중' 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런칭 타이틀인 '1-2스위치'가 그 중요한 척도가 될지 모른다. 기자가 수많은 비 게이머 친구들에게 '1-2 스위치' 의 시연 영상을 보여주었을 때,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오버워치' 수준만 되어도 "나는 저런거 못해." 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을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가 대박을 터트릴지 아닐지는 '1-2스위치'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섣불리 단정짓는 것처럼 닌텐도 스위치는 Wii U와 같은 물건이 아니다. 거치형 콘솔과 TV가 없어도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는 휴대용 콘솔은 구입 장벽이나 접근성의 차원이 다르며, 별도의 준비물이나 별매품이 없어도 '휴대하면서 2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은 지금껏 나온 그 어떤 게임기들보다도 '게임'이라는 문화를 처음 경험하는데 생기는 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직접 구입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라. 게임에 입문할 때 ‘일단 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자, 그럼 지미 팰런으로 돌아가서, 닌텐도 스위치와 '1-2 스위치'의 조합을 생각해보자. 게임 역사를 통틀어 그 어떤 게임기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기와 그 어떤 게임보다 직관적인 대결 게임이 합쳐진다면 과연 그 누가 이를 거절할 수 있을까? 지미 팰런이 니콜 키드먼에게 한쪽 조이콘을 주며 우유짜기 대결을 하자고 한다. 과연 그녀가 어떤 이유를 들어 거절할 수 있을까?

할 줄 모른다고? 누구나 '우유짜기' 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그 방식을 유추할 수 있다. 번거롭다고? 고작 한 손에 막대기 하나만 들고 하면 되는 게임이다. 승패가 부담스럽다고? 이건 고작 한판에 1분도 걸리지 않는 미니 게임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아, 물론 그 모습이 웃기고 재미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포인트니까.

자, 이제 핑계는 없다. 니콜 키드먼은 게임을 하게 된다. 생전 처음보는 게임이지만,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말없이 과묵하게 혼자 마리오만 하던 지미 팰런과 또한 그걸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니콜 키드먼은 없다. 비록 아직 약간 어색하고 이 게임이란 물건이 우리 사이에 꼭 필요한 콘텐츠인지 의심이 들기는 하겠지만, 둘에게선 웃음이 나올 것이고 대화가 이어질 것이고 분위기는 한결 나아질 것이다.



물론 게임기에 앞서 게이머의 눈치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과연 대중만 공략한다고 해서 이 게임기가 성공할 것인가? 기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Wii의 환상은 이미 끝났으며, 대중이 게임기는 팔아준다 하더라도 핵심 타이틀들의 판매량을 유지하는 건 결국 코어 게이머들이다.

Wii 로 인해 콘솔 게임에 입문했던 대중들의 외면에 더하여 Wii U 가 처참한 실패를 기록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코어 게이머 유저들의 외면에 있었다. 근본적으로 게임과 게임기는 생활의 필수적인 필수재가 아닌, 엄연한 사치재다. 결국 가장 안정적인 수익은 그 게임과 게임기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코어 팬들에게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제 아무리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애초에 게임이란 것이 삶에 그다지 필요없는 이들에겐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위치는 전 세대 기기에서 코어 게이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절치부심 끝에 보완하고자 했다. ‘젤다의 전설’, ‘스카이림’, ‘드래곤 퀘스트’, ‘진여신전생’ 등 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성서와 같은 게임 시리즈들이 꽤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Wii U 런칭 당시의 다소 초라한, 거기에 멀티 플랫폼 이식작에 가까웠던 라인업을 본다면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스카이림’ 과 ‘드래곤 퀘스트’ 역시 이전 작품의 이식작이지만, 휴대용이라는 스위치의 특성이 그런 이식작 마저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사실, 현세대 콘솔과 비교해서도 형편없는 수준인 기기 성능을 납득할 수 있는 근거도 바로 휴대용이라는 특성이다. 어디서나 '스카이림'을 할 수 있다고? 여기에 열광하는 자들이 코어 게이머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많은 코어 게이머들은 이 장면에서 자신의 꿈을 봤을 것이다

결론은, 스위치를 판단함에 있어 오직 한가지 측면으로만 그 성공 가능성을 유추해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스위치의 여러 가지 특성들, 이를테면 휴대용 게임기이며, Wii 이후로 가장 많은 코어 타이틀을 갖추었고, 기본적으로 2인 플레이가 가능한 조작계를 내장하고 있으며, 터치, 음성인식, 동작 센서를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조작 방법을 담고 있다. 더군다나 그동안 닌텐도의 고질병인 지역코드와 독자 규격도 여럿 포기했다. 이러한 모든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개별적인 사실들만으로 쉬이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고 할 수 있다.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닌텐도 스위치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게임기이며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콘솔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게이머들에게 충분한 게임기이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닌텐도 스위치는 닌텐도 콘솔 역사에 있어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코어 게이머를 배려한 게임기다. 그러니까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Wii를 뛰어넘는, 게임기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다시 써내는 사건이.




스위치, 과연 닌텐도의 비전에 도달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자신이 번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로서, 제 아무리 그 이상과 비전이 멋지다고 해도 제품 자체가 내 돈을 들여 구입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닌텐도의 남은 과제다. 당장 눈 앞의 콘솔과 그들이 바라는 이상의 간극을 좁히는 것 말이다. 특히나 게임 카테고리의 다양화로 절대적인 게임의 수가 적어보이는 것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스위치는 Wii의 성공 이후 발생한 승자의 딜레마와 그로 인한 Wii U의 실패를 코어 게이머와 대중 모두를 공략함으로서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다양한 조작계를 통한 직관적인 조작과 기본 2인 플레이를 배려한 점은 대중을 위한 것이며, FHD 게임을 휴대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코어 게이머를 노린 것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젤다의 전설’, ‘스카이림’, ‘진여신전생’ 등과 ‘1-2 스위치’, ‘암즈’, ‘마리오카트’ 등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가 보여주는 비전은 분명 대단히 멋지다

물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런 다양한 카테고리는 Wii 시절부터 있었던 부분이지만, 기기의 성능과 조작계의 한계 등으로 인해 양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그 당시보다는 분명 진일보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 당시와 큰 차이를 가져오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는' 행위는 이제 닌텐도의 아이덴티티처럼 느껴진다.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전략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단순히 기계와 프로그램을 파는 셀러 입장을 넘어서서, 그 기계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우리 삶의 변화, 새로운 문화를 제시한다. '문화를 판다' 는 표현이 더할나위 없이 적합할 것이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자신이 하는 게임을 친구들과 언제 어디서든 나누고 같이 즐기며 보다 소중한 시간들을 남길 수 있는,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의 추억을 상상하게 된다.

그만큼 닌텐도는 자신들의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그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제품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물론 결과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금전, 명예, 문화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이 노력은 굉장히 멋지고 아름답다. 그동안 닌텐도가 거둔 성공은 모두 그랬다. 특별하고, 독특하고, 오직 닌텐도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의 성공이었다. 그리고 이는 역설적으로 닌텐도가 그 어떤 금전적인 성공에만 치중한 장사치들보다도 거대한 이윤을 남기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제 닌텐도는 그러한 자신들의 철학을 시대의 바람에 맞추어 변화시키려 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테이스트와 스타일은 놓치지 않는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장대에 걸린 줄만을 보고도 그런 줄타기를 포기하고 쉽사리 한쪽을 선택해버린다. 때문에, 기자는 닌텐도의 이런 도전에 감탄하고 그 도전을 응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상을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현실에만 안주해버리는 것을 보며,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훌륭한 선택이라는 걸 그들이 증명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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