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왜 블루홀은 다 차린 밥상에 카카오게임즈를 초대했을까

칼럼 | 이현수 기자 | 댓글: 588개 |



오늘 (14일) 카카오게임즈(각자대표 남궁훈, 조계현)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을 맡았다고 발표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는 연일 고공비행 중이다.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50만 명을 돌파했다. 트위치 TV에서는 1/4이 해당 게임을 관람하고 있다. 1,600억 원 이상의 매출고를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블루홀은 2016년 영업손실 73억 원, 당기순손실 249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의 지속으로 2017년 초 현금 보유액은 형편없었다. 2017년 1월 넵튠이 블루홀의 상환전환우선주 16만 6,666주를 50억 원에 사들이기로 결의했을 때 주당 3만 원 가량으로 평가됐다. 지금은 장외시장에서 30만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급등했다. 장외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한다는 것은 기업 자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대박' 덕분이다.

성과가 해외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체 판매량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e스포츠화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트위치와 판다TV 등 플랫폼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는 '보는 맛'은 이 게임의 성장 가능성과 블루홀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가오는 게임스컴에서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대회도 열린다.

이처럼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억세스 단계에서 이미 예견된 성공을 보여줬다. 이미 밥상은 거의 차려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블루홀이 카카오게임즈와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PC방 점유율 7% 육박...블루홀은 '매달 25억 원'씩 날리고 있다

블루홀은 스튜디오 시절부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조직이었다. 현재도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세미나를 열고 스터디를 하는 곳이 블루홀이다. 상대적으로 지원 조직의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조직 구조이며, 최근 몇 년간 매출을 고려하면 새로운 지원 조직을 구성한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자체 고객관리(CS) 조직이 없다. 현재 블루홀의 여력으로는 나날이 늘어가는 '배틀그라운드'의 사용자를 감당할 수 없다. 블루홀에게는 반드시 조력자가 필요했다. 밥은 있는데 그 밥을 떠먹기에는 지금의 숟가락이 너무 작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미 '검은사막'으로 성공적인 PC 온라인 퍼블리싱 사업자로서 면모를 보여줬다. 검은사막 이전부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 시장분석을 통한 트렌드 분석을 행했다. 고객관리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북미/유럽에서 검은사막의 성과다.

고객관리 조직이 필요했던 블루홀으로서는 경험이 누적된 퍼블리셔가 반드시 필요했고 카카오게임즈는 경합을 통해 블루홀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블루홀은 e스포츠에 대한 복안과 대세감 형성 및 모객을 위한 PC방 사업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했을 것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오늘(14일) 기준으로 7%에 육박하는 PC방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점유율 5%게임이 월 20억 원 내외의 매출을 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 25억 원 내외 가량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블루홀은 이 매출을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다. 블루홀 자체적으로 챙길 방법도 없거니와, 이를 수행할 조직조차 없다. 이처럼 절대로 블루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물론, 카카오게임즈가 PC방 사업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주 당연하게도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배에 올라탔을 것이다.




▲ 북미/유럽 진출을 위한 당시 다음게임즈의 전략


카카오게임즈의 투 트랙 전략, 배틀그라운드가 반드시 필요했다

게임계의 트렌드는 2년마다 변화해 왔다. MUG부터 2D MMORPG, 2D MMOG, 3D MMORPG, 3D MMOG, WEB, 페이스북, iOS 생태계, 카카오 플랫폼, 모바일 하드코어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IP 기반 모바일 게임이 가장 뜨거운 시장이다. 이런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가 양분하고 있는 '박 터지는' 현재 시장은 카카오게임즈에게는 최악의 시장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수의 흥행작을 통해 플랫폼의 위력을 과시해야만 한다.

카카오는 인스턴트 메시지 앱 시장 진입도 빨랐고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 진입도 빨랐다. 덕분에 현재에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몇년 간 국내 퍼블리셔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 체질'까지 바꿨다. 넷마블이 그렇게 찬란한 빛이 되었으며, 엔씨소프트도 몇 년만에 뉴스에 회자되는 기업으로 돌아왔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과 PC 온라인,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선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2018년 상장은 기정 사실화 되어가는 분위기인 가운데, 카카오의 게임 사업부가 카카오게임즈로 편입되면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즉 더 많은 공모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카카오게임즈에 아쉬운 게 하나 있었으니, PC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빈약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멀티 플랫폼을 구축하기를 원한다. 지난 1년간 모바일 게임사에 7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고 검은사막을 내세워 PC 온라인 퍼블리싱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스마트 TV 플랫폼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PC 온라인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검은사막을 제외하면 구색을 맞출 게임이 없다. 카카오게임즈에게는 좀 더 파괴력 있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했다. 후보작은 애초에 별로 없었다.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아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배틀그라운드가 제격이었다.

배틀그라운드의 합류로 이제는 구색을 갖췄다. 아니, 이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배틀그라운드를 합류시켰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 카카오게임즈는 멀티 플랫폼을 표방한다.


배틀그라운드 for kakao? 사용자는 '우려', 카카오게임즈는 '억울'

계약 규모와 세부 내용은 양측 모두 함구하고 있다. 향후 사업전개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 서비스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며, 유료화 모델도 이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팀 버전 사용자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배틀그라운드의 주요 고객층은 코어 게이머 층이다. 이들은 모바일 코어 게이머 층과는 색이 조금 다른 사용자층으로 카카오게임즈에 적개심부터 보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매우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벌써 'for Kakao' 묻었다며 각종 합성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카카오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현재 모바일 시장의 원흉으로 카카오를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촌극이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어쩌겠나, 밖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비치는걸.

블루홀과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최고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모습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는 블루홀지노게임즈와 블루홀의 합병 철회와 함께 새롭게 카카오게임즈와 전개할 사업적인 움직임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다르다. 사용자들은 딱 한 가지만을 원하고 있다. 아주 당연하게 이해관계가 맞아 진행된 사업처럼 아주 당연하게도 사용자들은 지금의 배틀그라운드를 계속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카카오게임즈 역시 게임에 칼을 댈 생각이 없다. 두 기업이 함께 들고 나오는 '배틀그라운드'는 올 연내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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