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승부조작으로 소 잃고 외양간도 잃은 '스타2'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87개 |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승부조작에 가담된 프로게이머들이 속출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창원 지검은 최정상 프로게이머 A를 비롯해 브로커, 배팅 담당 직원 등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 발표 자료에는 승부조작 후 검찰에 자수한 24세 프로게이머 정우용의 명단도 함께 공개됐다.

☞ [뉴스] 창원지검, 승부조작 혐의로 이승현 구속수사 및 정우용 불구속 기소"

정우용은 지난 3월 9일 2016 핫식스 GSL 시즌1 코드S 32강에서 사전 언질 없이 당일 불참했고, 지난 이승현이 기권했을 당시 상황과 같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심이 증폭됐었다.

심증만 있을 뿐,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3월 9일 당시 전화 연결이 되지 않던 권수현 감독에게 조심스레 메신저로 물어봤으나 건강상 악화라고만 일축했다. 혹여나 팬들이 염려하는 그런 일은 아니겠냐는 질문을 보냈지만, 이후 답변은 받아볼 수 없었다. 선수 영입 및 은퇴 소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페이스북에서도 유독 정우용의 은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서는 2015 프로리그 시즌 도중 선수 개인화면에 표시되는 시간을 없애는 등 방편을 마련했으나 사실 1, 2초를 다투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사이에서 20분 이내에 감으로 이런 경기 진행 시간을 알아채는 건 누워서 떡먹기 수준이다.

1:1 경기인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승부조작이 생각보다 쉽다는 뜻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나 구단 차원에서 아무리 선수들에게 방지 교육을 한다 해도 선수들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로 손꼽힌다.





실제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선수들의 승부 조작이 의심된다는 풍문이 끊이지 않고 있었고(정우용 역시 리스트에 있었다), 선수들 사이는 물론, 팬들끼리도 승부 조작을 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심증만 있던 선수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신뢰마저 잃었다.

심지어 A 선수는 "같은 동료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지만, 아무리 친해도 그들을 100% 신뢰하긴 어렵다"며, 선수끼리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프라임은 기업팀들에 비해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승부조작 유혹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팀에서 생활하던, 그것도 스타크래프트1 시절 첫 승부조작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 [칼럼] 프라임과 열정, 승부조작, 두 번째 흉터

지난 2015년 프라임 승부조작 사건 당시 기사에 흉터가 있다는 건 고통을 견뎌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보다 곪아 악화되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 호전되기 힘든 상황까지 몰렸다. 그나마 창원지검의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가 극약처방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이게 끝이 아니란 것은 이제 누가 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 이상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즐거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창원지검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모두 투명하게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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