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양간의 소는 안녕한가요?' 제자리 발전의 블소에게 안부를 묻다

칼럼 | 오인수 기자 | 댓글: 374개 |
한 빌딩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건축회사의 작품이다. 처음으로 공개 된 내부 구조와 디자인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또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사가 진행되며 계속해서 올라가는 내부 골격은 튼튼했고 새로운 마스터피스의 탄생을 즐거운 기분으로 기다렸다.


건물이 완성되어 개방이 이루어진지 2년이 흘렀다. 변해버린 빌딩의 모습이 가끔씩 어색하다. 그 튼튼했던 내부 구조는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고 꼬여버린 동선에 맘 편히 돌아다니는 것 조차 힘들다. 혹시나.. 이상한 생각에 밖으로 나가 빌딩 이름을 확인한다. 맞다.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이라는 빌딩이 맞다.




▲ 현재의 블소는 어떤 기억으로 남고 있습니까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블소가 3번의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아주 잠깐만 추억에 잠겨보자. 가장 최근에는 문파 의상이 추가되고 그 전에는 현 최종 던전인 흑룡교 지하감옥이 열렸다. 검사, 암살자, 기공사를 마지막으로 직업별 밸런스 1차 패치가 끝났고 바로 전 새로운 무왕이 탄생한 임진록이 있었다. 시즌2를 시작하며 신규 스토리와 지옥도 등이 추가되고, 아마 그 전은 백청산맥 업데이트로 기억한다.


그렇다. 확장팩급이라 할 수 있는 백청산맥이 열린지 1년이 지난 셈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만레벨은 50으로 확장되고 홍문/마도로 나뉘는 추가 레벨 시스템은 벌써 12레벨까지 존재한다. 새로운 던전도 제법 추가되었고, 무왕전을 통해 이스포츠로 진출하려는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업데이트 내역을 일일히 읊으려면 힘이 들어 고개를 저을 정도는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블소를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라면 이 대목에서 조금 의아해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약 1년 동안 일어난 '블소의 변화 중 딱히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 없다'라는 안타까운 맹점이다.




▲ 백청산맥 등장 후 1년,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딱히.. 라는 느낌이다



1년동안 블소가 아무것도 안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아무런 패치 없이 정기점검이 마무리되는 일명 '없데이트'가 있었던 날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없데이트'가 이루어지는 날의 반응도 전과는 다르다. 과거에는 "개발자도 사람인데 쉬어야하지 않느냐"는 걱정의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아쉬움의 한숨소리만 가득해진다.


문제는 바로 지금 당장 급한게 있는데, 항상 뒷전이 되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기약이 없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던전의 추가? 새로운 콘텐츠를 갈망하는 유저들을 위한 배려였으리라. 그런데 지금 블소에서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유저 편의성 증대를 통한 내실 다지기를 멀리하고 있음에 화가 나는거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에 있다. 약 1달 전 흑룡교 지하감옥이 등장했다. 던전에서 아이템을 얻어야하고 새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는 MMORPG 특성상 신규 던전을 누가 싫어할까. 그런데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았다. 사실 흑룡교 지하감옥은 지난 1월의 시즌2 업데이트 시작과 함께 예고 된 던전이다. 약 반 년만에 추가 된 셈이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화날만하다. 그러나 이런 점으로 화를 내는 모습조차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템 2.0 시스템이 살짝 개편되어 성장에 필요한 다수의 재료를 한 번에 등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많은 이들이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반색했다. 아이템 2.0 시스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일히 재료를 사용해야하는 불편함 좀 개선해달라고 이야기한지 1년이 넘은 시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새로운 콘텐츠의 추가보다는 플레이에 방해되는 간단한 오류 수정이 이루어졌을 때 더 좋은 반응이 있었다. 밸런스 패치 역시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스킬의 추가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플레이하는 직업에 대해 변화 혹은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간단하지만 정말 필요했던, 복잡하고 어려운걸 바라는 것이 아닌데..



과거 바다뱀 보급기지가 최종 던전이었을 때는 새로운 던전의 추가를 외쳤다. 그만큼 바다뱀 보급기지에서의 플레이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 다음 던전 역시 기대감을 가지기 충분했다. 그리고 플레이함에 있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점은 별로 없었다.


과연 최근의 블소 유저들이 신규 던전의 추가를 목놓아 외친 적이 있던가. 취재를 위해 만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간혹 파티에서 마주치며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바람은 대부분 비슷했다. 아이템 2.0의 삭제 혹은 개선, 밸런스 패치, 특정 직업 파티 소외 현상, 소지품 및 옷장 추가 등.


하나 같이 새로운 콘텐츠의 추가가 아닌 기존 콘텐츠의 개편 혹은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최근 임진록에서 김택진 대표가 방문했을 때 사회자가 관중석을 향해 블소에서 업데이트했으면 좋은 것을 외쳐보라 했다. 대규모 업데이트나 신규 직업 추가 같은 굵직한 내용을 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죽하면 '가방'이 제일 목소리가 컸을까.


늦은 감은 분명하지만 그 후 바로 패치가 이루어졌으면 그래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구나'라는 생각은 가졌을 것이다. 씁쓸하지만 벌써 2달을 향해가고 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기다릴만큼 기다렸고, 공식 석상에서 그렇게 외친만큼 배신감이 더 커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 소지품 포화 상태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



얼마전의 문파 의상 시스템도 비슷한 맥락이다. 검령(중국 블소)에서 문파 의상 시스템 및 백청산맥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유저들이 화낸 것은 중국에 신규 콘텐츠가 먼저 등장해서가 아니다. 중국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현지화 및 개선 작업을 하여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무언가 확실하게 개선 된 적도,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조차 없기 때문이다.


애초 문파 의상 시스템을 반기는 사람은 극소수다. 문파에 소속되어야 하고 막대한 재료 및 비용이 필요하기에 상위급 문파 아니면 쉽게 건들 수도 없다. 오죽하면 아이템 2.0 이후 점점 심화되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 최종 보스라 불리울까. 설마 문파에 들고 다같이 힘을 모아 의상을 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진 않겠지. 지금 내 무기 하나 만드는 것도 머리 아픈데 말이다. 예쁘게 디자인되었어도 작년과 달리 N샵 구매만 가능한 수영복을 곱게 보지 않는 것도 현재의 민심을 대변하고 있는 항목이다.


물론 무언가를 즉시 바꾸고 목표를 정하여 명료하게 대답해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프로그래밍상의 처리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내부적으로 정한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있을 수도 있다. 무언가를 바꾸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개선한다면 기존 유저들을 위한 보상 체계 역시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한국 유저의 상심.. 의상 염색도, 편의성 개선도 중국이 먼저?] ◀ 바로가기




▲ 검령은 가능하고 블소는 안된다? 왜 한국은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시즌2 업데이트 관련으로 예고한 내용이 모두 마무리 된 현재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단 해우소를 통해 밝힌 직업별 밸런스 추가 패치가 있을 것이라 예상할 뿐 그 외 특별하게 예정된 부분은 없다.


정식 서비스 후 1년 후에 백청산맥이 등장한 것을 보면 새로운 대규모 업데이트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신규 직업인 린검사가 등장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기에 새로운 직업이 하나 더 추가될 수도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건 좋다. 하지만 지금 블소는 새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이템 2.0은 신규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성장 노가다라는 무서움으로 변질된지 오래 되었고, 한계에 도달한 소지품은 아이템을 어떻게 처분해야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만약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다면 과연 그것이 진정 유저들을 위한 것인가 진지하게 한 번 고민해야할 시기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1년 전 쯤 우연히 코엑스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 우연히 들른 김에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전체적인 내부 시설 공사로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시기였다. 당연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이후엔 딱히 갈 일이 없어 공사 후의 모습을 보진 못했고 현재 부분적 오픈으로 마무리 단계라고만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게 "과거에 수고하게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코엑스를 가지 않을 것인가?"라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편해졌다면, 새로운 가게들이 내 맘에 든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정말 마음에 든다면 일부러 찾아갈 장소로 리스트업하고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수도 있다.


블소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먼저 해야할지는 대부분의 답이 나와있는 상태다. 단순히 새로움의 추가만이 능사는 아니다. 블소를 플레이했거나 현재도 접속하고 있는 사람에게 씁쓸한 상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슬픈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외양간의 문은 열려있고 주변에 더 좋은 외양간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해서 머무르느냐 떠나느냐. 앞으로 나를 즐겁게 해줄 장소를 택하는 것은 유저의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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