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이카루스' 오픈, 굴곡의 120일을 돌아보다

칼럼 | 인벤 웹진팀 기자 | 댓글: 75개 |



올해 4월 오픈한 위메이드의 날개 '이카루스'는 상반기 게임업계를 달궜던 핫한 이슈 중 하나였다. 침체 분위기가 만연해 있던 MMORPG 시장 위를 훨훨 날아 점유율을 확보해야하는, 온라인 게임 분야의 구원투수가 되어야 할 사명을 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출시 120일이 지난 '이카루스'의 모습은 그리 안녕하지는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신화 속에 등장했던 동명의 인물이 슬며시 겹쳐보이기도 한다.

'이카루스'가 현재 직면한 문제점들은 무엇이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진단해봤다. 아울러, 앞으로 헤쳐나갈 길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도 함께 짚어봤다.



강산이 변한 개발 기간, '이카루스'에 대한 위메이드의 기대감


'위메이드의 한 쪽 날개'라는 슬로건 그대로 '이카루스'는 태생부터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시계바늘을 2010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위메이드는 PC온라인 라인업으로 '네드(NED)'와 '천룡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2011년 천룡기가 지스타에 출전하면서 먼저 오픈할 듯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네드(NED)'가 2012년 지스타를 앞둔 시점에 '이카루스'라는 새로운 타이틀명을 발표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 [이카루스 개발 주요 연혁]

NED와 이카루스는 분명 달랐다. NED가 대중에 첫 선을 보이던 즈음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본래 목표로 했던 디자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핵심은 이때까지 주력으로 선보이던 동양, 무협풍을 벗어나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개발했다는 것. 펠로우 시스템을 빼고 나면 사실상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방향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카루스는 출시까지 총 개발기간 10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총 개발비 500억 원, 개발 인원 200여 명이 투입된 대작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NED 시절 개발비를 포함하면 소위 말하는 '견적'을 뽑을 수 없는 프로젝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니 10년을 기다렸는데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이카루스'는 비공개테스트에서 지적되어 왔던 수많은 버그와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약 4달 간의 서비스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복사부터 버그까지... '이카루스' 주요 사건 분석


120일, 이제 4개월을 약간 넘긴 서비스 기간, '이카루스'의 사건사고는 때와 규모를 가리지 않았다. 사실 온라인 게임에서 서비스 중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익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심각하게 여겨지는 '골드 및 아이템 복사'가 4건이 발생한 '이카루스'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전체 서버 임시점검 36회, 서버별 임시점검 약 40회. 이 역시 비슷한 기간을 서비스한 다른 온라인게임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카루스' 내에서 발생한 사건 중 골드 및 아이템 복사와 시스템상 버그 등 비교적 큰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2014년 4월 중순 서비스를 시작한 후 보름 사이에 두 차례의 복사 이슈가 있었고, 5월에는 3차 복사 이슈를 비롯해 시스템과 운영 면에서 유저들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사건이 한 차례씩 있었다.

각 사건의 발생 경위와 흐름은 어땠는지, 운영진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각 유형별로 나눈 뒤 간략하게나마 분석해보았다.


1. 골드 및 아이템 복사 이슈

굵직한 규모로 동일한 사태가 네 번이나 발생했다는 것에서 두 가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하나는 정식 서비스 이전에 충분한 테스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또 하나는 문제가 발생한 뒤 후속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카루스는 1차 골드 복사 이슈 이후 비슷한 문제가 3번 더 발생했다.

1차 복사 이슈는 편지로 받은 물건을 여러 번 클릭하는 것에서 발생했으며, 2차 복사는 개인 은행에 아이템이나 골드 등을 올려놓고 게임 접속이 끊어지면 해당 아이템이 복사되는 식이었다. 3차 복사에서 쓰였던 '2 PC 사용 방법' 역시 온라인 게임을 꾸준히 즐겨왔던 유저라면 익히 알고 있을 단골 방식 중 하나다.

이렇듯, 단순한 방식으로도 복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사소한 실수로도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굳이 유저가 일부러 찾지 않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이런 단순한 방법의 경우 전파되는 속도 역시 빠를 수밖에 없다.


2. 밸런스를 붕괴시킨 캐쉬 펠로우 등장

'파르나1' 업데이트와 함께 등장한 '캐쉬 펫'은 게임 내 밸런스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지나치게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봉인석 때문인데, 이로 인해 캐쉬 펠로우를 소지한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의 격차가 2~3배 가량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유저 간의 능력치 차이가 극심해지자 5인 던전 진입 시에도 일명 '면접'이 생겨났다. 일부 유저는 "현질 안하면 던전도 가지 말라는 건가"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는 당초 개발진이 이야기한 내용과 어긋나는 상황이기도 했다. 정식 서비스 직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카루스 개발진은 "밸런스 부분에는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외형 아이템이나 편의성 아이템 위주로 부분 유료화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기 때문. 이 멘트는 스크린샷으로 저장되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출시 전부터 '이카루스'의 주된 특징으로 언급되었고, 게임 내에서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널리 활용되어왔던 '펠로우'가 파르나 업데이트를 거치며 '능력치 상승을 위한 도구'로 인식이 바뀌게 된 셈이다.



▲ [많은 논란을 불러모은 '파르나1' 업데이트]


3. 등장할 때마다 경제를 흔드는 버그

골드 및 아이템 복사만큼 큰 파장을 부르지는 않았지만, 정석대로 '이카루스'를 즐기는 유저에게 박탈감을 안겨주는 버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 역시 간단한 부분에서 발견됐다.

4월 23일 공지사항을 통해 공식적으로 언급된 '하카나스 기념 주화 버그'도 원리는 단순했다. 하카나스 기념 주화는 본래 출석 및 접속보상 이벤트로 하루에 2개씩만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재접속 및 채널이동, 그리고 던전 진입 시에도 기념 주화가 연달아 지급되는 버그가 있었던 것. 일부 유저들은 추가로 얻은 주화를 고가의 장비나 강화석 등으로 교환했고, 이를 경매장에 판매함으로써 게임 내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5월 14일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엑자란 무법지대 개인채널 생성 버그'는 강제 종료로 인해 발생한 사례다. 유저들은 이를 이용해 해당 지역에서만 등장하는 나이트메어를 손쉽게 길들일 수 있었다. 버그 이전까지 나이트메어는 수십 명이 총력을 기울여야 간신히 한 마리 길들일 수 있었던 상징적인 펠로우. 하지만 전장에서 보이지도 않던 유저들이 그 펠로우를 무더기로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많은 논란이 되었다.

이외에도 해당 지역 특산물인 '엑자란 광석'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거래 가격이 곤두박질 친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외에도 '론도의 열쇠'를 이용한 전설 아이템 무한 파밍 버그 등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버그들은 모두 게임 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운영진은 늘 '강력한 제재'라는 철퇴를 꺼내들고 대응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제재 현황을 공개한 경우는 드물었다는 점에서 또 한 차례 아쉬움을 남겼다.


4.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많은 이슈가 발생했지만, '이카루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다. 바로 이와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일부 유저들은 두 대의 PC를 사용하는 3차 아이템 복사 이슈 뒤에도 여전히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사로 만들어진 봉인 펠로우는 레벨 0으로 생성되며, 해당 물량이 계속해서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 [레벨 0의 펠로우가 경매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충분치 못했던 테스트, 문제는 예견되어 있었다?


사실 '이카루스'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들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총 3번에 걸친 테스트 중 분산 서버 방식을 적용한 테스트는 2번. 게다가 그 중 한 번은 분산 서버 전체가 아닌 일부 기능에 초점을 둔 테스트였다. 소소한 버그부터 골드 복사까지, '이카루스'의 오픈 이후 발생한 문제들의 씨앗은 바로 여기에 있다.

7월 28일 인터뷰 기사에도 "기사단 테스트를 하며 분산 서버 테스트를 처음 시도했는데, 그 기간이 조금 짧았던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돈 복사와 같은 문제는 서버 간 동기화 등 분산 서버 방식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였고, 그 부분을 OBT 때 알게 된 것이다."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카루스'는 단일 서버에서 분산 서버로의 변화를 꾀했다. 목적은 나쁘지 않았다. 서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유저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함이었으니까. 배의 방향은 옳았으되, 제대로 노를 젓지 못 했다고 할까. 실제 '이카루스'에서 분산 서버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검증한 테스트는 한 번 뿐이었다. 즉, 충분치 못한 테스트가 불러온 인과응보다.

분산 서버는 필드나 시스템 등으로 서버가 나뉘게 되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버 간 동기화. 각종 정보를 나누어 처리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불완전한 동기화로 인한 문제가 '이카루스'에 그대로 등장했다.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린 골드 복사가 대표적인 예다. 분산 서버와 동기화에 대한 검증이 충분치 못했던 것이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돌아갔다. 경험치, 펠로우 강화, 골드까지, 밸런스에 금이 간 곳은 게임 전체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꺼내든 제재일변도의 대응은 관계없는 유저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정해진 출시 일정 때문이었을까. '이카루스'는 확실히 덜 다듬어진 채로 등장했다. 결국 많은 유저가 상처를 입었고, 그것을 어루만져주어야 할 운영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 했다. 최근에는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유저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조금 늦더라도, '시스템'을 다져나가는 길로


'이카루스'의 오픈 시점은 아주 절묘했다. 경쟁작들은 오픈이 미뤄지거나 주춤하고 있었고, 이카루스라는 게임 스스로가 가진 매력도 있었다. 오랜 개발에 따른 진통이 잊혀질 만큼의 성적도 나왔다.

이카루스는 그렇게 시운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가장 지켜야 할 것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복사와 버그에 흔들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에 오픈하는 것이다. 그것이 힘들다면 모든 역량을 집중해 근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지금처럼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개별 사건을 수습하느라 허덕여야 한다면, 그것은 가장 하책(下策)이라 할 것이다.

2014년 한 해도 어느새 많이 기울었다. 올 한 해 국내에서 개발해 오픈한 대형 MMORPG가 얼마나 될까. MMORPG 장르 자체가 그야말로 몇 개 수준이고, '대형'이라는 말이 붙으면 사실상 이카루스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찾기도 하늘에 별 따기다. 한국 온라인게임 대작 가뭄 현상은 몇 년 전부터 조짐이 보였던 일이고,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있다. 마른 땅이 쩍쩍 갈라지는 모습이 보일 정도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카루스'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더 이상 위메이드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바깥 운영으로 흔들리게 되면, 전체 게임계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이미지라는 것은 그만큼 무섭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차기작 혹은 해외 사업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한 축을 짊어질 게임들이 연이어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시기에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이기도 하다.

이카루스가 가장 우선시 할 것은 '신뢰', 그리고 '노력'이다. 온라인 게임은 출시하는 순간이 종료가 아니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마치 하나의 사회에서처럼, 미봉책보다는 근본 구조를 개선하고 유저 의견을 수렴해 더 좋은 세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유저들은 어리숙하지 않다. 믿음이 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더 좋은 시스템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조치와 제재도 투명해야 한다.

10년 동안 만들어온 게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펼친 날갯짓이니만큼 더 눈부시게 계속되기를 빈다. 피땀 흘렸을 개발자들의 애정이, 그리고 무엇보다 긴 시간 참고 기대해준 유저들의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인벤 웹진팀
박태학(Karp), 이종훈(JeeK),
길용찬(Kavo), 송동훈(Ruv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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