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타1은 계속될 수 있을까?

칼럼 | 김경현 기자 | 댓글: 54개 |


▲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메인 화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리그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말하기는 아직 힘듭니다. '잠시' 돌아오는 모양새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곰TV는 6일 2014 e스포츠 사업 방향 설명회에서 스타1을 기반으로 한 곰TV 클래식 시즌4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티빙 스타리그 2012 결승전, 스타1과 스타2의 병행 대회였던 SK플래닛 프로리그 시즌2를 마지막으로 스타1의 시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스타1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죠. 아프리카 TV에서는 유명 BJ 소닉이 소닉 스타리그를 진행하며 스타1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줬고, 유명 프로게이머들은 개인방송 BJ로 활약하며 꾸준히 팬들을 만났습니다.

일단은 돌아오게 됐지만,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스타1. 우리는 곰TV의 클래식 시즌4 발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과연 스타1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아직도 스타1 팬들이 많이 있고, 그들의 열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나서서 스타1을 해야 한다면 스타2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우리가 스타1 팬들을 품에 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곰TV 곽정욱 대표

"과거에 곰TV 클래식의 막을 내리는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나 여건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팬들이 원한다면 다음 시즌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곰TV 클래식 시즌4만 생각하고 있다" 곰TV 오주양 상무

거창한 포장, 엄청난 계획은 없었습니다. 곰TV가 스타1 리그를 다시 해보기로 한 이유는 이 정도입니다. 스타1을 본격적으로 다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스타1으로 대단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야심도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곰TV는 왜 스타1 리그를 다시 열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을까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곰TV에게 2014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스포TV게임즈가 개국했고, 넥슨과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타2는 야심차게 출범한 지난해 WCS가 저조한 흥행을 보이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종목 다변화를 위해 새롭게 시도한 리그들도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가 게임 시장 뿐 아니라 e스포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곰TV에게는 '굵직한 종목'이 하나 필요했고,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장수게임이자, e스포츠라는 신개념 산업을 탄생시킨 스타1이 최고의 선택이었을겁니다. 게다가 곰TV는 과거에 스타1을 기반으로 한 곰TV 클래식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도 하죠.

곰TV가 과거에 클래식을 개최하지 않았다면 '스타1 대회를 개최해보겠다'는 선언이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스타1은 그래텍을 e스포츠 사업으로 이끈 종목입니다. 지금이야 '스타2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고 있지만 곰TV의 역사에 스타1은 매우 중요한 종목입니다.

스타2,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같은 종목들은 최근 '연간 계획'을 발표하며 리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2는 WCS 체제에 맞춰 3개의 시즌을 개최하고, 리그오브레전드 역시 롤드컵에 맞춰 여러 시즌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스타1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간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팬들은 차기 시즌의 개막 날짜와 새로운 후원사를 손꼽아 기다렸죠.



▲ 곰TV 클래식 시즌4는 2월 9일 개막한다


스타2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연간 계획을 발표하는 그림은 앞으로의 스타1에서 생각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곰TV가 진행할지도 모르는 스타1 대회들은 팬들의 반응을 체크하며 계속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은 많은 팬들이 '환영'의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뚜껑을 열었을 때 곰TV 클래식 시즌4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다면 스타1 리그가 계속 열릴 가능성은 낮겠죠.

스타1이 앞으로도 계속 열리려면 여러가지 성과가 달성되어야 합니다. 일단 클래식의 귀환을 반가워하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여전히 스타1을 즐기고 있는 팬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 팬들은 '공식적으로 끝난 스타1을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죠. 과거 클래식 때보다 발전된,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뛰어 넘는 세련된 연출력과 진행력이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경기 방식과 향수를 자극할 만한 맵, 수많은 명승부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경기력 또한 필요합니다.

곰TV 입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업 성과 또한 필요합니다. 2014년 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곰TV 클래식 시즌4는 GOM EXP라는 새로운 브랜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은 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의 홍보와 활성화를 위해 스타1을 선택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타1 리그가 여전히 사업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후원사 유치, 프로모션 진행 등 실질적인 소득을 거두면서 스타1 대회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겠죠.

더 크게 보면 스타1, 스타2 팬들을 한데 끌어 모아 RTS 장르의 재도약을 이뤄내야 합니다. 앞으로 스타2의 마케팅 활동을 더 진행해야 할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스타1 대회가 되레 스타2 대회의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RTS 팬들을 규합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스타1 대회의 진행 여부는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곰TV 클래식 시즌4의 귀환은 꽤 의미있는 실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전히 PC방 점유율 3%를 유지하고 있는 스타1을 통해 비주류 종목으로 몰려 버린 RTS 게임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겠죠. 동시에 화려한 전성기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도 만족시켜야 합니다. 물론, 실패 했을 때의 위험성은 적습니다. 말 그대로 이벤트성 대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1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쉽게 여길 수 없는 미션입니다.

과연 스타1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예전처럼 꾸준히 계속될 수 있을까요? 스타1을 앞세운 곰TV의 2014년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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