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칼럼] [스타트업 법률특강 ⑨]- 부모 동의 없이 결제된 아이템, 환불 가능할까?

칼럼 | 박태학 기자 | 댓글: 19개 |
게임 관련 법률 전문가로 유명한 이병찬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정진 소속이며, 블로그 '함께 바꾸는 세상'을 통해 게임 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금일(2일), 이병찬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게임회사 설립 노하우를 서술한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특강'이라는 칼럼을 인벤에 기고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게임회사 스타트업과 법률 관련 주제들을 갖고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이병찬 변호사 ]
A는 축구매니아 사건을 겪고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들을 해결하는게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표이사 A는 “철이아빠”라는 이용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철이아빠”는 초등학교 3학년인 철이의 아빠인데, 철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핸드폰에서 “축구매니아”를 다운받은 뒤 5천원짜리 운동화 아이템을 구매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이템 구매를 허락해 준 바가 없으니 구매를 취소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축구매니아” 사건 때문에 홍역을 치뤘던 A는 또다시 멘붕에 빠졌습니다. 가뜩이나 게임 출시 직후라 할일도 많은데 연일 민원이 들어오니 정말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일단 A는 철이의 결제내역부터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제내역과 아이템 이용기록을 확인해보니, 철이는 철이아빠의 말처럼 3일 전에 5천 원을 내고 운동화를 구매했고, 구매 직후부터 운동화 아이템을 사용하여 수차례 대전 게임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A는 “철이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 3일 전에 구매한 아이템인데다 이를 대전 모드에서 수차례 사용하였는데, 이제 와서 환불을 요청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철이아빠”는 아이템 구매에 동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과연 “갑 주식회사”는 철이아빠의 구매취소를 받아들이고 5천원을 환불해줘야 할까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 4조, 제 5조)

민법에서는 만 19세 미만인 자를 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였다면 부모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민법이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직 정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라는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법률행위를 했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없는 예외사유가 몇 가지 있는데, 이 중 본 사안과 관계가 있는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미성년자가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경우입니다.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아이템을 무료로 획득하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안과 같이 핸드폰 소액결제를 통하여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아이템 이용권이라는 권리만을 얻는 게 아니라 아이템 대금을 지급해야하는 의무도 동시에 발생하므로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미성년자가 용돈으로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입니다. 민법에서는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민법 제6조), 이를 일명 ‘용돈조항’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서, 부모가 용돈으로 쓰라고 아이에게 돈을 주었다면 아이가 그 돈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이를 취소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용돈조항은 주로 현금이나 현물로 거래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제정된 것으로, 종래에는 부모가 미성년자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순간 자신이 교부하는 현금의 범위내에서 처분을 허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 사안과 같이 핸드폰 소액결제 방식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하는 행위 자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 상당수 미성년자가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요금제의 경우에는 음성, 문자, 데이터, 정보이용료를 포함하여 상한선이 설정된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가입한 요금제의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민법 제6조에 규정된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명시적 판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갑 주식회사”는 철이아빠가 아이템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 아이템 가격을 환불해주어야 합니다. 다만, 청소년요금제의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용돈조항을 주장해 볼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만약, 취소권 행사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갑 주식회사”는 철이가 아이템을 이용한 것을 고려하여 일정금액을 감액한 뒤 환불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됩니다.

민법에서는 “취소된 법률행위는 무효인 것으로 본다. 다만,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미성년자가 아이템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아이템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현재 남아있는 아이템을 반환하면 됩니다. 이 역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 다음 시간에는 외주 계약시 주의할 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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