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던 두 달, 밴드게임의 재도약에 필요한 것은?

칼럼 | 이은별 기자 | 댓글: 20개 |




5월 12일. 약 두 달 전 출범한 캠프모바일의 신규 게임플랫폼 '밴드(BAND) 게임'은 런칭 전부터 개발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게임 수익의 14~16%로 낮은 수수료, 입점 비용 500만 원만 있다면 심사가 필요없는 여유로운 입점 조건, 게다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NAVER)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보장된 플랫폼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치열한 경쟁도 밴드에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눈에 보이는 밴드 게임하기의 성적은 글쎄, 솔직하게 말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출시 타이틀의 규모 및 매출도 그렇지만 대대적인 매스 마케팅까지 선보이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던 출범 초기의 역동적인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다. 플랫폼 전쟁이 한 두달 만에 끝날 것도 아닌데 밴드가 출시 첫날부터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다리면 잘 될 거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을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다.

지금까지 밴드 게임하기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은 31개. 1차와 2차 라인업으로 등장한 밴드게임이 각각 10종씩이었으니, 밴드가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된 후 출시된 모바일 게임은 11종 밖에 없다. 두 달만에 이뤄낸 성과로 보면 적지 않지만 우월한 조건과 밴드의 이름값을 떠올려보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성적이다.

밴드 게임하기의 출범 이후 두 달, 밴드 게임하기의 잠재력은 여전히 풍부하고 당장의 성과나 매출 지표로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너무 이른 시점이다. 다만 콘텐츠를 공급해야 할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일한 카톡 대항마로 평가받으며 야심찬 행보를 내딛었던 밴드 게임하기가 당면한 난관과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일까?


 력한 장점인 줄 알았는데... 단점이 되어버린 소셜그래프.




▲ 밴드의 큰 강점으로 거론되었던 '팬밴드'

카카오톡이 1:1 중심의 SNS라면 밴드는 모임과 지인 위주의 SNS로, 기본적인 성향이 다르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게시물과 사진을 올리고 스케쥴을 공유하는 기능은 밴드가 단체 위주의 SNS이기에 가능했다. 이는 밴드가 게임 사업에 있어서 내세울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자 차별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도 밴드의 대화방은 꽤나 괜찮은 기능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친구들을 초대 메세지로 괴롭힐 필요없이, 그냥 같이 어울려 게임하는 친구들끼리 에너지나 보상을 주고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공략이나 질문 등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장이 되기도 하니 굳이 별도의 커뮤니티를 가입하거나 찾지 않아도 된다.

거기다 밴드 특유의 '포스팅' 기능을 이용하면 한 번만 에너지 교환 메세지를 보내도 같은 밴드 내 소속된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 편리하다. 일일이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거나 차단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밴드에는 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까.

허나 뚜껑을 열어보니 밴드만의 특징은 되려 단점이 되어버렸다. 일단 번거로운 밴드 가입부터가 문제. 게이머가 원하는 밴드를 쉽게 찾을 수 없는데다 유일한 가입 방법이 해당 밴드에 소속된 지인의 초대 뿐이다.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게임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초대되는 팬 밴드의 경우 에너지 교환 등 게이머에게 도움을 주는 기능들이 없다보니 채팅 외에는 뚜렷한 장점이 없다.

밴드의 장점이었던 간편한 단체 '포스팅' 기능이 게임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 역시 게임사의 입장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밴드의 구성원들이 한번씩만 포스팅을 해도 수십개 이상의 에너지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부족한 에너지를 구매하면서 발생하는 매출이 대부분 사라지는 것이다.

잘 알려진대로 캐주얼 게임의 매출은 상당수가 에너지나 하트 등 게임의 횟수와 관련된 부분에서 발생한다. 밴드 게임하기 1차 라인업으로 공개되었던 다수의 캐주얼게임들이 적지 않은 다운로드 숫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에 미치지 못한 라인업. 궁합이 잘 맞는 게임을 찾아야..




▲ 1차 라인업에는 기존 밴드 고객을 타겟층으로 삼은 캐주얼게임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밴드가 가진 다른 장점들이 앞서 언급된 단점들을 모두 덮을 수 있을 만큼 컸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혹은 카카오 게임하기의 초반 열풍을 이끌어낸 애니팡처럼, 밴드의 특성에 걸맞는 게임을 품었더라면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속 추가되는 밴드 게임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글쎄?'였다. 지금껏 나온 31개의 타이틀 중 완전히 새로운 신작은 13종. 나머지는 다른 플랫폼이나 자체적으로 출시되었다가 with BAND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된 게임들이었다. 즉, 신선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주기 힘든 라인업이었다.

새로운 장르를 요구하는 게이머들의 기대에 발맞춰 좀 더 심층적인 장르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캐주얼 게임에 치중했던 1차 라인업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주력 고객층인 30대~50대의 중장년층을 고려해야 했겠지만 플랫폼의 첫인상을 결정할 1차 라인업에서부터 카카오 게임하기와의 차별점을 찾기 힘들었다.

단체위주의 소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밴드의 장점을 선보일만한 게임이 부족하다는 것도 꼭 해결해야 할 점이다. 현재 카카오는 입점사들에게 자사의 소셜 기능을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도입을 권유하고 있다. 때로는 게임의 재미와 상관없는 콘텐츠가 들어갔다는 원성을 듣기도 하지만, 그만큼 플랫폼의 영향력과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밴드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게임을 초기 라인업에서 선보였다면, 흥행성적은 둘째치고 적어도 개성이라는 장점만큼은 확실히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야 한다. 게임 초대 메세지의 스트레스로 유저들의 소셜 피로도가 높아진 지금 카카오 게임하기와 구별되면서도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마케팅 파워.




▲ 최근 한창 네이버에서 프로모션 중인 밴드 게임

밴드 게임하기는 처음부터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여유로운 입점 조건, 두 번째는 거대 포털 '네이버'와의 협력이다. 이 두 가지 조건만으로도 게임사들의 관심은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카카오 게임하기 내부의 경쟁에 지친 게임사들이 가장 큰 희망을 갖고 있던 것도 네이버와 협력한 밴드의 프로모션이었는데, 쉽게 말해 게임 홍보나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만 줄여줘도 새로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지금 밴드 게임하기의 프로모션을 경험해본 게임사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이 더 많다. 일단 1,2차 라인업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약속되었던 밴드 게임 내부의 배너 광고 및 푸시 알람, 네이버 인기 서비스 내 광고 노출은 일부의 게임들에 한해서만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프로모션의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선정된 게임들을 살펴봐도 매출 순위나 다운로드 순위, 장르 등 한 눈에 뚜렷하게 보이거나 구분할 수 있는 지표나 기준이 없어 게임사가 적절한 대응을 하기 힘들었다고. 프로모션 효과를 보기 위해 밴드 게임하기에 진출을 시도하던 게임사들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1차와 2차 라인업 이후 오픈 플랫폼으로 출시되었던 게임들의 경우에는 이런 프로모션에 참여할 만한 기회 자체가 적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밴드 게임하기에 게임을 출시해 본 모 개발사의 말에 의하면,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된 이후 출시된 게임들의 경우 프로모션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해 제대로 된 마케팅 효과를 경험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부는 이제 시작일 뿐. 밴드의 장점을 찾아라!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플랫폼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밴드에 믿은 건 미래의 가능성이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이다. 밴드의 누적 가입자 수는 약 3천만 명, 밴드 게임하기를 통해 유입될 잠재적 유저층을 고려해보면 모바일 게임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밴드 게임하기가 올바른 방향만 찾는다면 언제든 대안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밴드는 게임 플랫폼에 맞는 단체 지향적인 소셜성과 강력한 마케팅 수단, 게임사와의 상생 구조 등 다양한 무기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 마케팅이나 시장의 지배력을 활용하는 고전적인 접근 방법도 좋지만,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경쟁 상대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게이머들이나 게임 개발사들이 진짜 원하는 플랫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고 맞춰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9일 밴드는 "오픈플랫폼 전환 후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만의 차별화 된 소셜그래프를 활용한 게임의 성공이며 이를 위해 긴 호흡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밴드 측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소셜그래프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사들이 원하는 점 역시 비슷하다. 잠깐의 반짝 마케팅보다는 게임업계와 함께 발을 맞춰갈 수 있는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밴드게임은 '의리!'의 배우 김보성을 내세워 스티커 및 버스 광고, 네이버 웹툰 하단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밴드 게임하기가 게임업계와의 '의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또한 지난 두달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게이머들이 바라는 재미를 품을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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