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힘내라 스타2, 변화의 시작은 작고 고요하다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62개 |




2014년 12월 17일 김민철과 이병렬의 스타리그 챌린지 경기로 시작된 스포티비 게임즈 스타리그의 2015년 시즌 종료됐다. 처음으로 개인리그를 진행한 스포티비 게임즈, 우여곡절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팬들의 기대 이상으로 멋진 연출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1년 농사를 무사히 끝마쳤다.

20일 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 무대에서 열렸던 2015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은 오랜만의 스타2 개인리그 야외결승이었고, 스포티비 게임즈는 다양한 볼거리와 쾌적한 야외무대, 선수들은 멋진 경기로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무대를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시켰다.

▲ 팬들에게 강한 인상은 남겼던 결승 히스토리 영상

특히 이번 결승전 오프닝에 소개된 한지원과 김준호의 히스토리 영상은 과거 스타1 전성기 시절 결승에서 보던 향수를 자극했고 영상 자체의 완성도도 호평을 받았다.



▲ GSL의 스타리그 홍보

지난 18일 2015 핫식스 GSL 시즌3 8강이 열렸던 강남 곰eXP 스튜디오 현장, 선수들의 명승부 끝에 조성주(진에어)와 이신형(SK텔레콤)이 4강 진출에 성공하고, 박상현 캐스터와 박진영, 황영재 해설의 클로징 멘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화면 하단에 눈을 의심할만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2015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 9/20(일) 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 무대 : 한지원 VS 김준호

GSL은 스타리그와 스타크래프트2라는 같은 콘텐츠로 개인리그를 진행하는 경쟁업체가 아니었던가? 삼성에서 아이폰 광고를 도와주고, MBC 무한도전에서 'SBS 런닝맨 재밌어요'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경쟁사 이전에 스타2가 잘되길 바라는 같은 업계 '동료'로서 GSL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액션이었다.



▲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3 현장

e스포츠의 태동인 스타크래프트1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탓일까? '결승전 = 야외결승'은 너무나도 당연한 순리라고 생각했다. 스타크래프트2 역시 2013년까지는 모두 스튜디오가 아닌 넓은 무대에서 결승전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2014년 초부터 결승전이 스튜디오 무대에서 열렸다. 스타2가 죽었다 죽었다 했지만, 피부로 직접 느끼게 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오랜만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타2 개인리그 결승전, 많은 사람들의 수용이 가능한 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 무대를 스타2 팬들로 채울 수 있을지 머릿속에 든 생각은 물음표였다. 하지만 결승전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현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로 넘쳤고, 약 4,000여 명의 팬들이 결승전 현장을 가득 채웠다.




스타2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죽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을 보고 느낀 점은 충분히 다시 불을 지피고, 그 누구보다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친구를 우리들 스스로가 안 될 거라고 단정 지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인기가 약간 떨어졌다고, 판을 축소시키고, 스튜디오 결승전을 이어 오면서 '스타2는 그 정도 사이즈'라는 편견이 내 마음속 깊이 침투해 있었다.

과거 SBS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에서 심사위원이었던 유희열과 양현석이 이런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양현석은 A참가자에게 "목소리가 차분해서 초반에는 굉장히 좋으나 끝까지 조용한 톤으로 노래하니 지루하다. 한 곡은 좋아도 이런 스타일의 곡을 20곡은 못 듣는다"라고 말하자 유희열은 "굳이 다른 심사위원의 조언을 따르라고 하고 싶지 않다. 화려하지 않아도 조용하고 차분한, 그런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팬들도 많다"라고.

스타2도 마찬가지다. 죽었다고 하지만, 얼마 전 공허의 유산 시네마틱 영상이 공개됐을 때 많은 팬들이 이에 열광했고, 스타2를 재밌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4,000여 명이라는 팬들이 야외 결승전을 보기 위해 찾아줬고, 현장은 그 어떤 리그, 무대보다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아직 보고싶어 하는 팬들이 꽤 많이 존재했다.

앞으로도 스타2가 발전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방송국, 그리고 가장 큰 힘이 필요한 블리자드의 노력이 절실하겠지만, 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결승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펼쳐지는 16강, 8강, 4강 무대에서도 많은 팬들이 찾아오면 방송국과 블리자드도 현장을 찾아준 팬들을 위해 더욱 많은 고민을 쏟아부을 것이다. 지금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스타2 팬 한 명, 한 명이 리그 현장을 찾아줄수록 스타2의 불씨가 조금씩 커진다. 기억하라, 변화의 시작은 작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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