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덧 출시 1개월, '포켓몬 GO'의 미래는?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51개 |



흥분감은 가라앉고 머리는 차갑게 식었다. 포켓몬 GO를 위해서 속초행 차량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그만큼의 설렘이 없는 상태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두근거림과 흥분감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감정은 나뿐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 모양이다.

게임이 출시된 지도 어느덧 1개월.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초반의 열기가 식어가는 추세다. 게임에 깊이가 없음을 지적하는 원작 팬들도 있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업데이트를 비판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 출시 직후부터 계속된 열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부정적인 예측과 결과들이 하나 둘 쏟아져 나온다.


■ 전 세계적 '열풍' - IP의 파급력을 보여준 것은 사실

성공 여부에 의구심이 있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다는 사실이다. 8월 3일까지의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1억 회, 수익은 1,800억 원에 이른다. 출시한 국가에서는 짝을 이루어 포켓몬을 잡기 위해 떠나는 유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남녀노소, 게이머와 비 게이머를 가리지 않는 인기는 이미 다수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미국 산타모니카에서는 신뇽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또한, 대한민국과 같이 미출시국 일부 지역에서 플레이할 수 있음이 확인되면, 해당 지역으로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여 플레이를 즐길 정도였다. 게임 하나 때문에 지역 상권에 활기가 더해지기도 했고, 관련 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행정가나 정치인이 포켓몬 GO의 출시를 부탁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다양한 편의 시설들을 각지에 배치하는 등 현실 곳곳에 게임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는 포켓몬스터라는 거대 IP와 증강 현실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만났을 때의 문화/사회적 파급력을 보여준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본의 돗토리 현은 포켓몬 G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켓몬노믹스'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 '주춤'인가 '하향세'인가. - 세 가지 문제점들

한 여름밤의 꿈이었을까? 전 세계적으로 뜨거웠던 인기도 이제 조금씩 진정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다음 1억 다운로드를 까지 달성했으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다운로드 순위가 조금씩 내려가는 중이다. 8월 1일 일본 앱스토어 기준으로 다운로드 순위에서는 1위를 내어줬으며, 매출 순위는 4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해당 순위 자체가 '낮다'라고는 할 수 없으나, 하락 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게임에 질렸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 포켓몬 GO의 장기적 흥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 서베이 몽키가 7월 21일 공개한 일일 접속자 그래프. 조금씩이지만 줄어들고 있었다.

1. 지속적인 서버 문제

7월 6일 선 출시를 한이래, 접속자 폭주가 원인이 된 서버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했다.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5~6시간 동안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은 서비스 초기 유저들이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일정 국가의 서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으니 문제는 더 커졌다.

출시 초부터 서버 문제는 항상 언급됐었다. 아마존닷컴의 최고기술책임자 '워너 보겔스(Werner Vogels)'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이안틱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달라.'라며 서버 문제로 게임플레이가 불가능한 포켓몬 GO의 스크린샷을 게시할 정도였다.



▲ 타사의 엔지니어가 트위터를 남길 정도였으니...

2. 콘텐츠 부족

콘텐츠가 적다는 것도 두 번째 단점으로 지적됐다. 나이언틱의 대표인 존 행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포켓몬 GO의 콘텐츠는 기획의 10% 정도'라고 말했던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 게임의 콘텐츠는 몇 가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현실 일부 장소에서 포켓몬을 잡는 것. 그리고 잡은 포켓몬을 이용해 체육관 배틀을 벌이는 것 두 가지뿐. 심지어 포켓몬의 전투력은 플레이어 레벨에 비례하여 증가하므로 그저 플레이어 레벨을 올려, 강한 포켓몬을 포획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 되어버렸다.



▲ 잡고, 잡고, 또 잡는 것 뿐.

원작에서 포켓몬을 잡는 행위는 '포획 후 육성'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하지만 포켓몬 GO에서의 포획은 그저 레벨업을 위한 제물을 얻거나 밀렵하는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육성이라는 요소가 빠져버렸으니, 남는 것은 현실의 거리를 이동하여 포획하는 콘텐츠뿐이다.

완벽히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메타 스코어가 60점대, 유저 스코어가 5.7점 정도인 것은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포켓몬을 포획하는 것을 제외하면 오랜 시간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 여러 이슈가 나온 것에 비해 평가는 박한 편.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코믹콘 2016행사에서 조만간 2세대 포켓몬과 거래 / 교배 시스템 등을 업데이트할 것이라 알렸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포켓몬의 종류가 늘어났을 뿐이며, 게임 콘텐츠 면에서 획기적인 재미를 줄 만한 시스템이라 평하긴 어렵다. 더군다나 업데이트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상세한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으니, 유저들이 의구심을 가지긴 충분했다.

주변기기인 포켓몬 GO PLUS의 출시일이 7월 말에서 9월로 늦어진 것도 업데이트 속도가 생각보다 늦음을 반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닌텐도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산 문제가 아니라 게임이 주변 기기를 지원하지 않아서'라고 밝혔던 것은 두 기업 간에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 E3 2016에서 자신 있게 '7월 말 출시!'라고 발표한 것이 거짓이 된 셈.


3. 개발사의 운영 문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개발사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들도 나오고 있다.

7월 31일 진행한 업데이트 이후, 게임 내에서 자신과 포켓몬의 대략적인 거리를 표시해주던 '발자국(트래킹)' 기능이 삭제된 것이 발단이었다. 업데이트 이전부터 발자국이 3개로 고정되어 버리는 오류가 있었으나, 이를 수정하지 못하고 삭제해버리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 업데이트 전(좌측)과 후(우측)의 스크린샷. 버그가 있긴 했는데 아예 없앨 줄은...

더욱이 실시간으로 포켓몬 위치정보를 제공하던 서드파티 서비스까지 막으며, 트래킹 문제는 한층 심화하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맵핵이나 Fake GPS 논란이 있었으므로 서비스 중지를 요청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트래킹 기능이 삭제되는 것과 서드파티 서비스 중지가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 유저들의 불만을 일으켰다. 사실상 포켓몬 수집이 메인 콘텐츠인데, 포켓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레딧을 비롯한 해외 커뮤니티들의 당시 반응 (이미지 출처 : 레딧)

또한, 해당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개발사와 유저 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도 유저들의 불만을 샀다. 나이언틱은 업데이트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발자국 표시 기능을 삭제한 것은 게임 근본적인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업데이트 이후 시간이 2일 정도 지난 뒤 해명한 것이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 통보식 업데이트를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나름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유저들의 불만은 터져버린 상황.


■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는 이유?

지금 시점에서 게임의 완성도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게임 내 콘텐츠는 부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업데이트와 유저와 개발사 간의 소통 부재까지 문제로 제기된다. 이로 인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평가도 점점 박해지고 있다. 잠깐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금세 인기가 식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될 것들이 꽤 많다는 점과 아직 출시하지 않은 국가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금은 미흡하더라도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기대감이다.

▲ 1차 PV에서 보여준 콘텐츠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깝다.

게다가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든 간에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흥미성 뉴스들이 대부분을 이루긴 하지만 비게이머가 보기엔 '게임 때문에' 다양한 해프닝들이 발생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게 한다. 포켓몬 GO를 하다가 번개를 맞은 소년이라던가, 한 공원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렸다던가 하는 것들은 게이머가 아닌 이들마저 흥미를 갖도록 하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게이머가 아닌 사람의 시각으로는 겨우 게임 하나 때문에 발생하는 온갖 해프닝들이 좋은 소재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콘텐츠 부족은 게이머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가볍게 즐기는 게이머에게는 큰 고려사항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앞으로 출시될 국가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속초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 실행이 된다고는 하나, 아직은 플레이조차 하지 못한 유저들이 대부분이다. 비 게이머 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게임임은 이미 입증되었으므로, 출시 국가를 늘려나갈 때마다 나름의 수익을 거두리라 예상할 수 있다.



▲ 출시 대기 중인 국가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

그리고 이쯤 되면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하는 게임이므로 출시 전의 행보가 다른 국가에서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운영으로 인한 잡음과 실망감이 이어진다면, 일부 유저의 예측처럼 '단기간에 반짝 성공했다가 몰락한 게임'으로만 남아버릴 것이다.

GPS 위치를 속여가며 플레이하는 유저나 '파밍봇'이라 불리는 가상 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유저들, 업데이트와 버그 수정 문제 등 개발사인 나이언틱 앞에 펼쳐진 과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어려운 말이지만, 이 모든 지적사항을 최대한 빨리,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지금에서는 '포켓몬스터라는 거대 IP를 담기엔 나이언틱이라는 그릇이 작은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앞으로의 업데이트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포켓몬 GO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 본다. 초반과 같은 열기를 유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스테디 셀러'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전 세계 유저들이 꾸준히, 장기간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는 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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