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매직더게더링 매니아가 본 하스스톤, "다르지만 재미는 막상막하"

칼럼 | 지국환 기자 | 댓글: 191개 |
인벤에서는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코리아의 지국환 에반젤리스트로부터 게임 관련 칼럼을 기고받게 되었습니다. 현역 1인 게임 개발자이면서,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보유한 분으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을 작성해 주셨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지국환 유니티 에반젤리스트 ]
지국환 |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에반젤리스트

NHN에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게임 제작을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이후 게임 업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유니티 엔진을 접한 뒤 ‘유니티 1인 게임제작 공모전’에서 우승, ‘글로벌 게임잼’에서 1인 팀으로 서울 Top 5에 오르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공모전을 계기로 유니티코리아에 합류해 에반젤리스트로서, 개발자 컨퍼런스‘유나이트 코리아 2013’에서 진행된 ‘10시간 만에 모바일 게임 만들기’와 같은 게임 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인디 게임 스튜디오 플랜B를 운영 중이며, 개인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게임 제작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있다.

지국환 에반젤리스트 블로그


▷ 들어가기에 앞서

‘유니티 에반젤리스트’가 뭔가요?

=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전도사’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종교 단체의 전도사와 비슷한 역할이긴 하지만, “유니티는 좋은 엔진이니까 쓰세요!”라고 말하는 단순한 활동이 전부는 아니다.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다양한 게임프로젝트 및 제작 워크샵을 진행하거나, 여러 유니티 사용자들을 만나 경험담을 듣고 이 내용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아직 유니티를 모르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에반젤리스트가 드물지만, 제품을 판매하는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속해서 생기고 있는 직업군이다. 요약하자면 ‘다양한 방법으로 유니티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실제 유니티 개발자’라고 할 수 있다.



■ '하스스톤'과 정통 TCG '매직더게더링'의 비교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을 처음으로 접한 건 작년 초 3월쯤이었다.

덴마크의 유니티 본사에서 한 동료 직원이 보낸 전체 메일에 동영상 하나와 캡쳐 이미지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동영상은 당시 블리자드에서 공개한 하스스톤의 플레이 영상과 제작자들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사실 블리자드에서 새 게임으로 대전 카드 게임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게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놀라운 건 블리자드답게 퀄리티가 꽤 좋은데도 불구하고, '하스스톤'의 제작 인원이 15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 물론 세계관이나 그래픽 콘셉트 등은 WOW에서 사용하던 것을 많이 재활용했으니 인력이 많이는 필요 없으리라 예상했지만 이런 TCG 게임은 기획자와 테스터의 비중이 큰 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인력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직원이 메일을 보낸 이유는 그런 내용 공유는 일절 없고 단지 영상의 1분 30초쯤에 유니티를 사용하는 화면을 캡쳐해서 공유하려고 메일을 보냈다는 것... 지금 보면 어떻게 저걸 찾았는지 정말 애사심과 동체 시력이 대단한 친구인듯하다.



▲ 하스스톤개발기 중 유니티 사용화면


필자는 중학생 때부터 '매직더게더링'에 빠져 있다가 고등학교 때는 '판타지마스터즈'라는 게임에 빠져 살았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사회생활 할 때도 회사 내부에 있는 '매직더게더링' 동아리에 들어가 또 폐인 생활을 보냈다. 당연히 베타 테스트 신청을 할 수밖에. 다행스럽게도 CBT 베타 테스터로 선정되고, 유니티로 만들었다는 것을 이유로 내어 가며 회사에서 대놓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직원 중 본인만 CBT에 당첨되어 쓸쓸히 플레이했다는 것은 함정….)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사실 이번 칼럼의 주목적은 '하스스톤'과 유니티 관련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주말만 되면... 아니 가끔은 주 중에도 보드 게임방으로 출근해 '매직더게더링'을 즐기던 유저에서 본 '하스스톤'이 이 글의 중심이다. '하스스톤'의 게임 방식이 '매직더게더링'에 비해 굉장히 빠르고 직관적인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기존의 정통 TCG와 '하스스톤'의 방식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절대 '매직더게더링'과 '하스스톤'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비교하는 관점에서 작성하는 글입니다. 저는 '매직더게더링', '하스스톤' 둘 다 좋아합니다!

'매직더게더링'(이하 매직)에서도 사실 덱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가끔 5분도 안되서 경기가 끝나는 경우는 있다. 의사 결정에 쓰이는 시간을 배제하면 평균적으로 2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이 소모된다. 프로들의 경기는 40분이 넘는 장기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반면 '하스스톤'은 정말 아무리 오래 하려고 떼를 써도 15분이 넘어가는 걸 본 적이 없다. 평균적으로 한 판당 10분 정도가 소모되는 듯하다.



▲ 10분정도의 플레이타임. LOL 한판 할 시간이면 하스스톤 4판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둘 다 대전 방식의 카드 게임이기 때문에 매직과 하스스톤의 승리조건은 똑같다. 상대편 플레이어의 체력을 0으로 만드는 것.(매직은 승리조건의 종류가 몇 가지 더 있지만) 플레이어의 라이프가 20인 매직에 비해 플레이어의 라이프가 30인 하스스톤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간 밥 먹고 하스스톤만 플레이해보니 조금씩 느껴졌던 그 이유를 지금부터 하나씩 말해볼까 한다.


1 . 모든 차이의 시작은 '대지 카드'가 없음에서부터.

기본적으로 매직에서 덱을 짤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에 하나는 과연 대지 카드를 덱에 몇 장 넣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대지라는 것은 결국 카드를 쓸 때 소모되는 자원인 '마나'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보통 초반에 이 대지 카드가 안 나오게 되면 그 판은 망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지 카드의 중요도는 높다. 그 때문에 양측 플레이어 모두 대지 카드가 안 나오게 되는 경우 굉장히 느슨한 진행이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대지 카드만 6장 들고 시작하는 경우에도 캄캄해진다.)



▲ 매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지카드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하스스톤은 대지 카드 때문에 게임 전개가 느려지는 일이 없도록 유도했다. 대지 카드라는 개념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대신 매 턴 마나가 1씩 증가하는 구성을 채택했다. 매직더게더링 못지않게 흥행한 '유희왕'도 대지 카드가 없으며 기존의 다른 모바일 카드 게임도 이와 유사한 구성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방대한 WOW의 세계관에 있는 각종 지역을 대지 카드로 만들 수 있던 기회를 포기했다. 하스스톤에서 채택한 이 단순한 방식은 결과적으로 빠른 플레이 전개를 불러왔고, 유저들이 대지 카드가 말려 억울하게 지는 경우를 막는 데 일조했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매턴 알아서 증가하는 하스스톤의 마나


2 . 평균 60장의 매직더게더링 vs 30장의 하스스톤

하스스톤의 게임을 위한 덱 구성 역시 매직과는 상당 부분 다르다. 기존 매직에서는 하나의 덱이 최소 40장으로 정해져 있다. (상한선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좀 더 다양한 카드 활용과 대지 카드 말림을 방지하기 위해 60장 비율로 덱을 구성하는 반면, 하스스톤은 실제로 게임에 사용하는 30장만의 카드를 이용해 덱을 구성하게 된다.



▲ 하스스톤의 덱 구성화면


계산상으로는 사실 매직에서도 대지 카드를 빼면 얼추 36-40장 정도로 실제 게임에서 사용하는 카드로 덱이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하스스톤에서 사용하는 덱의 카드 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게임의 공통점인 '매 턴 드로우를 1장씩 한다는 것'이 눈덩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

여기서 게임의 스피드가 차이나게 된다. 매직은 이번 턴에 뽑은 1장이 대지 카드일 확률이 3분의 1 이상인 반면, 하스스톤은 (마나만 허용한다면) 이번 턴에 무조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들어오니까.


3 . 내 턴에 네가 끼어들 순간은 없다!!



[ ▲ 상대방이 내면 짜증난다 ]
처음 매직더게더링을 할 때 당황했던 것은 분명 지금은 내 턴인데 상대방이 계속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걸로 내가 쓰는 주문을 상대방이 갑자기 취소시키는 Cancel이 있다)

캐릭터를 소환하려 하면 Cancel하고, 내가 공격을 가려니 갑자기 마법으로 내 캐릭터를 없애는 등, 각자의 턴에 상대방이 끼어들 수 있는 룰이 매우 많다.

매직에서는 내 순서라 할지라도 내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마다 상대방에게 '괜찮냐'는 의사를 묻게 되어 있고, (온라인버전에서도 그렇다) 상대는 그 타이밍마다 무언가를 할지 안 할지 선택하게 된다. 매직의 특징인 전략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긴 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바로 이 중간에 발동하는 인스턴스(즉시발동)형 마법 카드나 캐릭터들의 스킬이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렇다.


- A의 턴

A 플레이어 : 이 주문을 쓰겠습니다.
B 플레이어 : 잠시만요!
A 플레이어 : 뭐 하실 거 있으신가요?
B 플레이어 : 잠시만요…. 흐음…. 이걸 지금 쓸까… 말까… (꽤 오랜 시간을 고민)
A 플레이어 : ….
B 플레이어 : 흠…. 아무것도 안하겠습니다.
A 플레이어 :주문 발동할게요. (발동완료) 자, 그럼 다음은 이 주문을 쓰겠습니다.
B 플레이어 : 잠시만요!!!
.
.
(아까와 같은 상황반복.)


전략적인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있지만, 이 룰은 "내 턴인데 왜 네가 이렇게 오래 해?"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초심자들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익숙해지더라도 위와 같은 의사 결정 시간 때문에 일단 게임의 전개 속도가 굉장히 느려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매직의 묘미이기도 하다.)

'하스스톤'을 보자. 일반적으로 내 턴에 상대방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턴에 발동하는 상대방의 카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비밀 카드라는 이름으로 특정 상황이 되면 상대방의 턴에도 자동으로 사용되는 카드가 있다. 유머글을 볼 때 자주 보이던 바로 그 유명한 함정 카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 모두가 알고 있는 함정카드와 하스스톤의 비밀카드. 원리는 유사하다.


결국 '하스스톤'에선 비밀 카드를 제외하고는 내 턴에 상대방은 절대 내가 무엇을 하건 방해를 할 수 없다. 그냥 본인의 턴에 신나게 카드를 쓰던 공격을 하던 마나의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다 한 뒤, 턴 종료 버튼을 눌러 상대에게 턴을 넘기면 끝난다.



▲ 내가 뭘하던 넌 나만 바라봐~


이게 무슨 대단한 차이일까 싶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턴에 상대방이 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으로 인해 각각의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에는 큰 방해 없이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주문사용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크다. 또, 각 플레이어들이 턴을 빨리 종료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은 약간의 단조로움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속도감 있고 안정적인 플레이 전개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상대방이 다음 턴에 뭘 할지 예측하고 움직여야 하므로 본인의 턴이 그렇게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4 . 방어자 턴? 그런 거 없다. 맞는 놈은 내가 결정한다.

매직을 하던 사람이 하스스톤에서의 전투를 하면 "뭐야 이거!" 하고 가장 당황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공격자가 공격대상을 지정한다는 점이다. 보통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뭐야 그게 당연한 거 아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부분의 대전 방식 카드게임의 순서는 이렇다.



▲ 일반적인 TCG 한 턴의 흐름.


공격자가 공격하러 셋팅을 해놓고 보내면 일반적으로는 방어자가 누가 방어를 할지 결정하는 그런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그러므로 공격자턴, 방어자턴, 그리고 전투라는 이 3가지를 거쳐야 한 사람의 턴이 완벽하게 끝나게 된다. 그런데 하스스톤은 이 방식을 아예 뒤집어 놓았다. 하스스톤은 이렇게 전투가 진행된다.



▲ 하스스톤 한 턴의 흐름.


어떤 차이인지 느낄 수 있는가? 방어자 턴이라는 개념이 없다. 지금 턴을 진행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상에게 원하는 공격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플레이어만을 공격해 빠르게 라이프를 깎는 것도 가능하고 짜증나는 크리쳐가 나오면 바로 첫번째 타겟으로 지정해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약한 캐릭터들이 나오자마자 죽는 걸 막기 위해 도발이라는 스킬을 가진 캐릭터를 올려놓으면 상대방의 캐릭터가 도발 능력의 캐릭터를 먼저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방어자보다 공격자 우선권이 굉장히 강하다는 점이다. 매직과 전투에서 가장 큰 차이인 이것은 공격에 망설임이 없게 하고 (매직에서는 공격을 보내놓고도 상대가 무슨 짓을 할지 안절부절하게 된다.) 결국 게임의 흐름을 공격적이고 빠르게 진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5 . 플레인스워커vs 영웅.

작성하다 보니 굉장히 글이 길어졌는데 드디어 마지막 부분이다. 하스스톤과 매직의 또 다른 큰 차이는 플레이어가 공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도 있다. 매직에서는 플레이어가 딱히 아무런 능력이 없다. 하지만 하스스톤에서는 플레이어(영웅)가 직접 공격을 한다거나 회복, 소환 등의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 능력은 정말 미비한 듯 하지만 가끔 절실하다.


사실 이런 스킬이 미비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 게임을 하다 보면, 영웅의 스킬이 반드시 사용되어야 할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것은 게임의 템포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준다. 물론 매직에서도 영웅이 공격이나 회복 등과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주는 '플레인스워커'라는 카드가 있긴 하다. (굉장히 희귀한 카드라 비싼 건 장당 20만 원 이상 하기도..)



▲ 플레인스워커…대부분이 사기급이다.


사실 하스스톤이 라이프가 30이고 매직이 라이프 20인데도 불구하고 상대편의 체력을 0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소모되는 것은 위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큰 역할을 한다. 또, 영웅이 직접 무언가를 매 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는 항상 한 명의 유닛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지니게 된다. 게다가 영웅 간 서로 직접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자신의 유닛들과 함께 상대의 영웅만을 공격해 빠르게 게임에 승리하는 것도 하스스톤에서 자주 보이는 전략이다.



▲ 유닛은 신경 끄고 상대 영웅만 두드려패서 끝내버리자!


6 . 결론

하스스톤과 매직더게더링, 모두 재미있게 한 덕분에 비교하는 글로 구성해보았지만, 딱히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의 의견은 아니다. 매직더게더링은 그 특유의 다양한 덱 구성과 전략들, 그리고 오프라인 특유의 진득한 재미가 있다면, 하스스톤은 그에 비해 좀 더 직관적이고 캐주얼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상대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스스톤이 아예 전략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매직 역시 직관적이고 빠르게 플레이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매직의 어그로불덱 같은 경우는 하스스톤보다 더 빠르게 끝날 수도…)

매직에 속성이 있다면, 하스스톤 역시 직업이라는 재미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전사는 한 방에 플레이어에게 데미지를 15 준다든지, 사제는 천천히 버티며 상대를 말려 죽인다든지 하는 직업별 특징이 확실히 차별된다는 점에서 추후 더욱 다양한 전략적인 요소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하스스톤의 특징 중 묘하게 좋았던 점을 꼽자면, 매직에 비하면 패배했을 때의 패배감이 확실히 덜하다는 점. 바로 이 점이 승패에 대한 부담을 많이 없애주고 이로써 플레이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줄여주는 듯하다. (30분간 게임해서 지는 것과 10분간 해서 지는 것. 어느 쪽이 덜 스트레스 받겠는가?) 패배감 감소 및 “다음 판은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자신감 상승효과가 장르에서 오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또한 블리자드가 유도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하스스톤이 매직더게더링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게임의 장르가 TCG(Trading Card Game)가 아닌 CCG(Collecting Card Game) 라는 점이다. 매직더게더링에 빠져보신 분들은 다 경험해 보았겠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보다는 덱 구성을 위해 카드를 트레이드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모되기도 한다.(본인 역시 플레이보다는 매일 온라인 카페를 보며 트레이드에 빠져 살았다.)



▲ 트레이드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폐인으로 보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트레이드가 아닌 콜렉션 형식, 그리고 마법의 가루라는 요소를 이용해 누구든 본인의 카드를 희생해 새로운 카드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즉, 유저 간 트레이드가 없더라도 본인의 덱을 직접 구성할 수 있는 형태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얼마 전 디아블로의 경매장을 폐쇄한 걸 보면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덕분에 트레이드 창을 온종일 보고 있는 유저의 수보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대전을 하고 싶을 때 쉽게 상대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하스스톤도 시간이 지나고 카드가 늘면 덱을 짜기 위해 카드들의 라이브러리를 보는 시간이 증가하겠지만 필요한 카드를 구하기 위한 트레이드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은 엄청난 절약이다.

"카드게임에서 트레이드 빠지면 무슨 재미야?" 라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중 다수가 결국 하스스톤을 즐기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블리자드다운 낮은 진입 장벽이 돋보인다. 생전 카드게임을 즐겨보지 않은 사람조차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 대전 카드게임 매니아로써 하스스톤이 카드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고 많은 유저들의 유입을 불러오기를 기대해본다.



▲ TCG를 한 번도 즐겨보지 않은 지인과의 한 판. 전혀 어려움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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