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너월드' 여행 두 달차, 풋내기 루시드 드리머가 띄우는 편지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20개 |
소프트맥스가 '4leaf'와 '창세기전'의 추억을 발판으로 삼아 쌓아올린 '이너월드'라는 배는 작년 7월 첫 출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공평했다. 어찌하여 iOS는 버린 것인가. 빠른 시일 내로 iOS항구에서도 새로 배를 띄울 것이라고 했지만, 늦었다. 이미 안드로이드 항구에서는 수 만대의 배가 먼저 출발했다.

안드로이드의 손길에서 벗어난 지 꽤 된 기자. 어차피 먹지도 못할 떡 쳐다보지도 말자는 마음으로 이너월드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그렇게 기자는 조용히 신들과 퍼즐을 굴리고 이상하리만큼 여성체가 많은 악마들을 키우며 평화롭게 지냈다.

그리고 지난 12월 9일. 이너월드가 마침내 iOS 항구에도 도착하여 이제 출항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법석을 콘푸레이크처럼 말아 드시던 황금용을 잠시 뒤로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세계로 간다. 루시드 드리머로써 각성하여 영겁의 꿈속을 항해할 계획을 잡았다.

좀 더 멀리, 더 편히 가기 위해 크리스탈도 좀 챙겼다. 먼저 간 선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중에 커피 사 먹고 과자 사 먹고, 다 쓸데가 있다고 하더라. 최소한의 항해 일정은 다섯 달 정도로 잡았다.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심심치 않으리라. 꿈과 희망을 안고 이너월드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시작부터 베스트 위시 카드 중 하나인 '임마리 S'를 배에 태울 수 있어서 기분도 좋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애정이 생겼다. 그래서일까. 이너월드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이 많았다. 게임의 시스템, 스토리, 전반적인 흐름까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할 말이 많다. 짧은 이야기로 풀기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기자는 이너월드 개발진에게 공손한 마음으로 한 장의 편지를 띄우기로 했다. 물론 기자의 플레이 내용에 공감할 수 없는 유저들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편지는 꼭 써야겠다. 애정이 있는 만큼,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되어주었으면 하기에. 좀 공손하게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 이게 편지인지 상소문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To. 이너월드 개발진 및 운영진 귀하

Page 1.
오늘도 분주하신 이너월드의 개발진 및 운영진 여러분, 기체후 일향만강하시옵니까. 오지게 쌀쌀한 날씨 속에 옥체 상하셨을까 염려되옵니다. 솔직히 이런 높임말로 쓰자니 조금 오글거리옵니다. 소인은 여러분께서 개발해주신 '이너월드'를 한창 즐기고 있는 초라한 유저 중의 한 명이옵니다. iOS는 왜 이리 늦었사...아, 잠시 실언했사옵니다. 소인이 앱등이라 그렇사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소서.

소인이 이렇게 상소를 올리게 된 까닭이 있사옵니다. 이너월드가 더 좋고 특색있는 게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상소를 올리게 되었사옵니다. 길어서 읽기 싫다고 북북 찢어발기지 마시옵소서. 쓰잘데기 없는 유저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마시옵소서. 유저와의 소통은 개발사에게 있어 생명이지 않사옵니까.

소인은 이제 이너월드에서 항해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사옵니다. "그것 밖에 안 해놓고 무슨 소리냐! 요망한 것!"하고 호통을 치진 마시옵소서. 천상계 헤비 유저의 축에는 들지 못하여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사옵니다.



[ 이 느낌으로 읽지도 마시옵소서. ]
※ 원본 출처 :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먼저 그동안 느낀 이너월드의 매력을 정리해보았사옵니다. 첫 페이지이온데 처음부터 까면 너무 인정사정없지 않사옵니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사온데, 그 속담은 여기서 통용되지 않을 듯싶나이다. 먼저 맞으셨다간 비 오는 날 먼지 휘날릴 기세로 호되게 맞을 것 같사옵니다. 아, 실언했사옵니다. 아무튼, 시작하겠나이다.


일단 이너월드는 정말 카드 RPG라는 장르에 적합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옵니다. 그냥 RPG에 캐릭터가 카드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사옵니다. 레벨도 빨리 오르고 좋은 등급의 카드 한 장 정도는 생각보다는 얻기 쉬웠사옵니다. 어찌 됐든 S등급이 한 장 있으면 쓸 수 있지 않사옵니까. 감복했나이다.




강화권을 넣었는데 실패하면...
※ 출처 : 구글이미지 검색
여담이지만 S등급 업그레이드 확률이 좀 이상하옵니다. 동료 기자는 94%, 소인은 95%, 96%, 99%, 92% 전부 도전했지만 죄다 실패했사옵니다. 그렇게 제 된장녀와 제니퍼 정, 레베카 리 등등 여러 장의 카드가 날아갔사옵니다. 오히려 20~40%가 더 성공률이 높았사옵니다.

인공(주인공)이의 스토리도 꽤 재미있었사옵니다. 지금은 70레벨을 훌쩍 넘어 이후의 이야기를 보고 있기에 곧 꼴 보기 싫고 비실비실했던 중2병 남캐를 치워버릴 때가 됐나이다.

인공이의 레벨 디자인도 제법 괜찮았사옵니다. 중간중간에 던전에서 얻는 과자들을 이용하면 60레벨 중후반까지는 레벨업이 잘 되었사옵니다. 오래 하고 싶을 때는 소파에 드러누워 하루 종일 반야심경을 외우면서 해도 계속 플레이할 수 있었나이다. 솔직히 새해 첫날에도 약속이 없어서…. 하, 제기랄. 하루 종일 드러누워 이너월드만 했나이다. 폐인은 아니옵니다.

마지막으로 꼽은 장점은 바로 강화시스템이 생각보다 쉽다는 점이옵니다. +10강. 멀 줄 알았사옵니다. 소인은 리니지 시절부터 강화라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노하는 유저였사옵니다. 만약 이너월드의 강화가 실패 시 카드가 사라지거나 수치가 감소한다면 제 스마트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 S등급 카드를 얻는것과 +10 강화는 생각보다 쉽다. ]


Page 2.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물론 소인은 뻔뻔함이 하늘을 찌를 듯하여 웃는 얼굴에도 침을 잘 뱉습니다만, 그래도 양심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사옵니다. 그리고 게임이 좋은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사옵니까. 그럼 이제부터 이너월드의 맷집을 좀 시험하겠사옵니다.

그전에 소인의 동료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할까 하옵니다. 동료 기자가 추신수 뺨치게 돌직구를 잘 던지옵니다. 필터링없이 생생하게 전달하면 큰일이 날 것 같사옵니다. 물론 소인의 동료도 이너월드에 애정이 한가득이라 더 좋은게임이 되길 바라고 있사오니 가볍게 웃으면서 보시오소서.


본인 : 이너월드 하면서 아쉬운 점이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게 뭐에요?
동료 기자 : F──ing 강화.
본인 : (당황)아니, 이 사람아. 이거 기사에 쓸건데… 필터링 좀 하시죠.
동료 기자 : 알아서 필터링해줘요. 강화시스템이 불합리한 게 뭐냐면 초강에 필요한 재료가 많고 99%인데 실패하고 SSAABBBB넣고 열번을 돌려도 안되고 내 강화권이 어쩌고저쩌고…
본인 : -_-;



[ 강화도에 따라 능력치 차이가 심하기에, 강제로 강화를 해야하는 상황. ]



그만하라는데도 한 20분 정도 강화시스템에 대해 열변을 토하더이다. 그와 제가 동시에 공감하는 문제점은 이렇사옵니다. +10강 이후, 초월 강화에 들어가는 재료가 너무 빡빡한 점. 같은 이름의 동급 카드만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옵니다. 아무리 하드 코어 컨텐츠라도 라이트 유저도 바라볼 순 있는게 낫지 않사옵니까. 나중에 스변한다고 S랭 카드 잔뜩 모이는건 하드 유저들이옵니다.




초월강화에 필요한 재료들.
레벨보다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도 좀 와 닿지 않사옵니다. +10강을 하면 모든 능력치가 35가 오르는데, 이는 레벨 140과 맞먹는 수치이옵니다. 강화도 성장의 일부라고 할 만하지만 이 정도 되면 강화 RPG인지 카드 RPG인지 헷갈리겠나이다.

그다음은 확률이옵니다. 이는 유저마다 좀 차이가 있을 듯 하옵니다. 90% 이상인데 이상하리만큼 실패를 많이 하는 것 같사옵니다. 기껏 50%강화권을 넣고 99%인데 실패하면 기분이 참 데꿀멍 아스트랄 하옵니다. 95~99%는 은근히 그렇사옵니다. 유저들의 멘탈도 좀 생각해주시옵소서. 마치 90%만 넘으면 확률이 이상하게 적용되는 듯한 느낌도 드옵니다.

스킬과 능력치는 너무 복잡한 문제이옵니다. 단 1회 발동한다는 조건과 유명무실한 방어력, HP 등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쓰이는 스킬만 쓰이옵니다. 또 공격력이 너무 좋다 보니 스킬만 다르지 전부 다 공격력만 투자하옵니다. RPG란 무엇이옵니까. '롤 플레잉 게임', 역할게임이지 않사옵니까. 서로의 역할에 좀 더 충실했으면 하옵니다. 이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으니 조만간 아주 행복한 패치를 기다리겠사옵니다.

마지막은 편의기능이옵니다. 정찰하려면 일일이 하나하나 다 하는거 은근히 귀찮사옵니다. 체크해서 한꺼번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사옵니다. 강화날까지 카드를 모아야 하는데 인벤토리도 좀 좁아 터지옵니다. 명성포인트 2만에 늘린다거나 이런 방법으로 무과금 유저도 100칸정도까지는 늘릴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사옵니다.



[ 정찰 모드. 이거 하나하나 해줘야하는데 정말 불편하옵니다. ]


Page 3.
이너월드는 좋은 시스템을 많이 가진 게임이옵니다. 레벨링 시스템과 잘 어우러지는 스토리 진행과 더불어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서브스토리, 초보들도 일정 수준까지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강화, 진화 시스템 등 괜찮은 시스템도 많사옵니다. 그리고 티켓에서 S등급 카드가 의외로 잘 나오는 점도 좋사옵니다.

허나 안고 있는 문제점도 많사옵니다. 쥐똥만한 고름, 건드리면 아프다고 그대로 두면 어떻게 돼옵니까. 나중에 가면 피눈물 터지게 찢어내야 하옵니다. 유저들의 질타도 처음에는 솜방망이일지도 몰라도, 대응이 미적지근하면 팔꿈치로 명치를 쎄게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안고 있는 문제점을 유저들이 지적해주는 건 쌍수를 들고 환영해도 모자랄 일이옵니다. 그만큼 그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이까.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게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게임을 연구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현상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옵니다.



이너월드 공식카페에선 하루에도 수십건 이상의 건의,토론글이….

그렇기에 이너월드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단순히 신규 카드를 출시하고 새로운 이벤트로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건 단기적인 면에서는 이득일지 모르나 장기적인 시선에서는 조금 생각해봐야 할 사항이옵니다. 마치 배를 만들겠다고 목재만 잔뜩 쌓아놓는 일이옵니다.

훌륭한 배를 띄우기 위해 좋은 목재를 찾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만들고 있는 배의 모습을 한번 둘러봐야 하지 않겠사오리까. 물이 샐 것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다시 짜맞추기도 하고 투박한 내부는 좀 더 손볼 필요도 있겠지요.

이너월드라는 방주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나갈지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카드 RPG'라고 하셨사옵니다. 초창기 안드로이드 버전 오픈때 '처음 만나는 카드 RPG'가 이제 '진화의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나이까. 허나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달라진 건 신규 등급의 카드와 신규 스토리, 그리고 최근에 공지한 '월드보스 레이드' 뿐이옵니다.

진화라는 게 꼭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건 아니옵니다. 좀 더 환경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더 나은 형태가 되는 것이 바로 진화이옵니다. 유저들이 새롭게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환경이지 않겠사옵니까. 유저들이 정말 불합리하다 생각하면 그것에 맞춰주는 것 또한 진화가 아니겠습니까.

한국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은 카드게임이 몇이나 되는지요. 그렇기에 이너월드는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봐도 될 것 같사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개발진과 운영진의 몫이옵니다. 부디 올 한해도 선전하시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짧은 글을 마치겠나이다.



[ 더 좋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이너월드가 되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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