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악마와 같았던 디아블로3 확장팩의 한 달, 이제는 롱런을 위한 추진력이 필요한 때

칼럼 | 김경범 기자 | 댓글: 322개 |





『아, 제가 요즘 업무로 바빠서…….』


게임사 홍보팀을 만나면 종종 '기자님, 요새 저희 게임 하시죠?'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사실 해당 커뮤니티 담당 기자라면 그 게임을 꾸준히 해야 기사도 쓰고 사이트 관리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보통 저런 식으로 얼버무리기 일쑤죠.

블리자드 관계자분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확팩 발매 이전에만 하더라도 디아블로3 요즘도 하고 계시냐는 질문을 받으면 마치 김택용 선수가 빙의된 마냥 '어헣어헣'하고 멋쩍게 웃으며 화제를 돌리던 기자였습니다.(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2.0 패치가 되고,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가 발매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예약 구매를 통해 오리지널 발매 때의 왕십리 수준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모였던 용산에서의 전야 행사는 불지옥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고, 새벽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성역으로 돌아와 죽음의 천사를 쓰러트리기 위한 모험을 이어나갔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기자 역시 수많은 네팔렘 중 한 명이 되어 있었고요.





▲ "디아 망했다는 사람 나와!" 상당수의 인파가 몰린 용산 출시 행사 현장




■ 발매 한 달, 우려는 있지만 실패는 없었다.


발매 전까지만 해도 오리지널에서의 일들이나 경매장 폐쇄와 함께 진행된 아이템 거래 불가 같은 것들을 언급하며 성공에 의구심을 갖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상황에서 보면 확장팩은 확실히 성공한 게임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좋은 아이템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게임보다는 경매장을 모니터링하는 시간이 많던 유저들은 이제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악마들을 사냥하고 있고, 전작의 할배검(한아비)이나 윈드포스(바람살) 같은 종결자급 무기의 위치를 가진 우레폭풍이나 증오의 조각(통칭 메피검) 등이 등장하면서 아이템 먹는 재미가 생겼다는 평입니다.

또한, 레벨 제한이 60에서 70으로 풀리면서 정체되어 있던 캐릭터의 성장이 다시 가능해졌고, 정복자 2.0을 통한 성장 방식의 조율이나 모험 모드를 통해 캠페인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신선한 느낌으로 파밍을 할 수 있게 된 점은 호평을 받은 부분입니다. 물론 '카달라'라는 도박용 NPC도 추가되어서 아버지인 '기드'만큼 유저들의 원성을 사는 등 전작의 향수를 재현(?)하기도 했죠.





▲ "나는 왜 NPC에게 이런 비웃음을 당하고 있어야 하나..."



이러한 확장팩에서의 "재미"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확장팩을 즐기고 있는 유저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는 척도가 되며, 어지간해서는 큰변동이 없는 PC방 순위에서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분위기의 반영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팩을 즐기는 유저들의 입소문을 통해 성역을 구하려는 용사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콘솔, 패키지 게임이 20시간도 안 되는 플레이 타임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벌써 10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찍은 유저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은 '과연 악마의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 PC방에서의 호응에 힘입어 경험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 디아2의 추억보정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어...


하지만 확장팩이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장 크게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직업 밸런스 부분인데, 신규 캐릭터인 성전사는 다른 직업들과 달리 주 자원인 '진노'가 비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술들의 재사용 시간이 전체적으로 길어서 'Hack & Slash'에 걸맞지 않게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방패를 통한 방어적인 측면은 강조되는데 전투 스타일은 중거리 위주라는 점이나, 전작의 해머딘에 비하면 초라한 화력, 타 직업에 비해 슬롯 수 제한이 훨씬 더 압박으로 다가오는 기술 구성 역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벤과 해외 커뮤니티의 각종 유저 설문에서도 가장 약한 캐릭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정도로 성전사는 발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유저들의 선호를 받지 못해, 이른바 "신규 직업 버프"를 못 받는 상황입니다.





▲ 전작의 슴딘, 햄딘의 영광은 어디로?(이미지는 디아3인벤에서의 설문 결과)



개편된 전리품 2.0 시스템에서도 아쉬운 점은 발견됩니다.

전리품의 옵션이 플레이하는 직업에 맞춰 나오고, 전설 아이템의 옵션에 맞춰서 기술을 조합할 수 있게 된 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여전히 아이템에서 선호되는 효과는 주 능력치와 홈, 극대화 확률, 극대화 피해, 그리고 기술이나 속성, 정예를 상대로 하는 피해량을 늘려주는 옵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설 아이템에 고유하게 붙는 효과들이 캐릭터의 성능을 확 바꿀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고, 세트 아이템의 세트 효과도 보다 강력해지다보니 반지 슬롯 하나는 세트 아이템 부위 수를 줄여주는 '왕실 권위의 반지'가 필수가 되는 경향을 보이며 세팅을 다소 단조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희귀 등급 이하의 아이템은 대부분 제작 재료로 갈리거나 아예 줍지 않는 상황도 많으며, 고유 효과가 없거나 부실한 전설 아이템을 줍고서 '하, 잊힌 영혼이네.'하고 기운이 쭉 빠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 이런 아이템을 먹으면 드는 생각은... "디아블로3 : '잊힌' 영혼을 거두는 자"



아이템 획득 방식에 있어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습니다. 익셉셔널 아이템을 호라드릭 큐브에 돌리거나 임뷰를 통해 만들어진 희귀 아이템도 꽤나 유용했던 전작과 달리, 좋은 효과를 가진 아이템은 반복 사냥을 통해서 얻어야 하기 때문에 확률의 저주에 빠진 유저들은 뭔가 다른 세팅을 하거나 스펙을 올리고 싶어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성전사를 포함해 야만용사나 수도사 같은 근접 직업은 특정 아이템이 있고 없고에 따라 안 좋은 직업과 사기 직업 사이를 극단적으로 오갈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보니 전리품 2.0부터 추가된 전설 아이템 드랍 타이머를 이용한 속칭 '쥐몰이'같은 꼼수나 그나마 좀 사냥이 쉽고, 드랍률이 좋은 각종 '런' 시리즈가 성행하는 등 아이템 획득에만 집착하면서, 목적을 위해 수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부작용이 덜 한 것은 2.0 패치부터 유저 간의 거래가 금지된 덕분일 것입니다.





▲ 디아블로3에서는 아이템이 유저를 파밍합니다. 이 문장은 적절히 도치되었습니다.



어쨌거나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유저들은 어느 순간부터 폐지를 줍던 오리지널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고, 라이트한 유저들도 확률의 벽에 가로막혀 보다 상위 난이도로 쉽게 올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위험이 생긴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물론 이건 전설 망토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 달의 시간을 소요해야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상위 장비 획득을 위해 몇 달, 몇 년을 소요해야하는 MMORPG와 비교하면 이제 고작 한 달 지난 디아블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성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의 커뮤니티나 소셜 측면보다는 액션 자체가 주된 재미요소인 액션RPG에서 주된 재미인 '성장'이 정체되는 타이밍이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안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될놈'이라면 이러한 성장 정체는 쉽게 찾아오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클랜창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의 아이템 획득 메시지 하나하나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입니다.





▲ 메피검이나 우레나 워봉 같은걸 먹고 싶...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 래더 모드, 확장팩 롱런의 해법이 될까?

이런 상황에서 많은 유저들은 발매 당일 개발자에 의해 공식 발표된 '래더' 모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디아블로2에서 적용되었던 래더 시스템은 일반 모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전용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파밍의 장이 되었습니다. 또, 일정 기간으로 초기화되면서 플레이어의 순위를 겨루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에 플레이어 간에 성장 경쟁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디아블로2처럼 순위만 매기고 전용 아이템을 주는 정도라면 '될놈블로'인 지금의 상황에서 달라질 게 없겠지만, 래더와 함께 적용될 예정인 단계적 균열(Tiered Rifts) 같은 새로운 콘텐츠들은 정체될 수 있는 성장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 확장팩 첫 콘텐츠 업데이트로 예약된 래더 모드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의 유저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쥐몰이'에만 몰리는 것일까요? 자신이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아이템을 얻고 캐릭터가 성장을 할 수 있고, 직접 플레이할 때 충분한 ― 그것이 아이템이건 캐릭터의 성장이건, 혹은 몬스터가 듬성듬성 나오는 균열런이건 ― 만족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파밍이나 성장이 있는 경우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저들이 그러한 것에 집착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야 한다는 것이죠.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오리지널의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었던 것과 달리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안착한 지금의 확장팩은 블리자드로서도 하나의 기회가 되는 순간이란 것은 분명합니다.

디아블로 3 : 영혼을 거두는 자는 과연 롱런을 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블리자드의 몫일 것입니다.





▲ 네팔렘의 차원 균열도 몬스터 분포 조정이나 확실한 보상책이 필요해보이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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