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불법 사설 서버' 철퇴... 게임범죄 근절, 지금이 적기다

칼럼 | 정재훈,이현수 기자 | 댓글: 60개 |
몇 달 전이었다. 제보를 통해 알게 된 '불법 사설 서버(Private Server)'의 실태는 짐작하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또 활발했다. 한 시즌 매출 약 20억 원. 게임상의 재화나 가치들을 현금으로 팔아 벌어들인 수익이다. 정식 서비스되는 게임사의 소스를 불법으로 사용해 서버를 열었고, 그 안에서 자신들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재화를 팔아 막대한 돈을 챙겼다.

'불법 사설 서버의 존재'는 많은 이들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사설 서버 광고는 쉽게 볼 수 있으며, 링크 한두 번만 타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게임사라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공론화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게임사들 역시 지속적으로 불법 사설 서버들을 상대로 싸워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며칠 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불법 사설 서버'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박혜자 의원은 지난 한 해 동안 불법 사설 서버로 인한 게임업계의 피해가 약 1,633억 원에 달한다며, 게임업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음성적 사업들에 대한 적색경보가 켜진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문제는 '불법 사설 서버'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각종 불법 행위(매크로, 핵 프로그램 등등)에 대한 법제적 조치를 가할 수 있는 근거, 즉 법안이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적발 자체는 힘들지 않으나, 이를 처벌한다 해도 가벼운 수준의 처벌만 가해지니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면 밑에서 이뤄지던 각종 불법 행위들이 더는 '자잘한 문제'가 아닌 '근절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맞춰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어오던 게임사들도 하나둘 칼을 빼 들고 있는 지금,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한 개략적 정의부터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뤄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 관련기사: [취재] 시즌 매출 20억? 운영자가 폭로한 리니지 "프리서버"의 실체





■ 불법 사설 서버란 무엇인가

불법 사설 서버란 정식 게임 업체의 허가 없이 사용자가 접속하여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를 분해 및 개조하여 구축된 게임 서버다. 통상적으로 불법 사설 서버 운영자는 사용자들에게 아이템, 게임 머니 등을 판매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게임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사용자들은 정상적인 게임보다 빨리 레벨업을 할 수 있고 손쉽게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용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들어 불법 사설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사용자는 게임 내 활동이나 사행성 게임으로 획득한 게임머니를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불법 사설 서버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각 게임사와 유관 기관을 취재했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사설 서버 사이트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29%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게임산업의 피해는 연간 약 1,633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불법 사설 서버 차단 요청 건수(* 박혜자 의원실 제공)


경찰, 게임 관련 불법 행위 근절에 적극적인 움직임 보여

불법 사설 서버의 처벌 근거는 저작권법 위반이다. 불법 사설 서버는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게임사의 서비스를 방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식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행성 요소를 포함시킴으로써 게임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9월 15일, 분당경찰서는 '리니지' 게임 소스 및 클라이언트 등을 무단으로 복제, 변경, 배포해 약 2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폭스', '칸즈' 서버 운영자 및 프로그래머 등 5명을 적발하여, 그중 2명을 구속, 3명을 불구속 수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을 도와 서버 호스팅을 제공하고 디도스 공격을 방어해준 업체 관계자 등 3명을 방조혐의로 불구속 수사했다.

불법 사설 서버 운영자는 게임상 레벨업 또는 아이템 구매를 희망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게임머니 판매하고, 게임내 사행성 경주 게임을 운영해 12조 아데나를 배팅하게 하는 방법으로 약 2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 분당경찰서는 12조 아데나를 시가 120억 원 상당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외제 승용차를 운행하였으며, 강남 룸살롱을 다녔다.



▲ 분당 경찰서 사이버팀 제공 자료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법 위반 혐의를 위한 유권해석을 요청해 불법 사설 서버가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을 정도로 원래 게임물과 다른 경우 '등급 받지 않은 게임물 제공'으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라며 법적 근거를 설명했다.

즉 정식 게임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행성 게임을 제공하는 불법 사설 서버는 게임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후 경찰은 아이템 거래 중개사이트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한편 은행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불법 사설 서버 거래 계정을 확인하고 거래 계정계좌를 추적하여 약 21억 원의 금액을 특정했다.

경찰은 서버 운영자(오모씨, 원모씨), 부운영자 (이모씨), 프로그래머(이모씨)를 체포 및 압수 수색했으며 아이템판매상, 서버 호스팅 업체 관계자(3명)를 조사 및 압수 수색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오씨일당 범행 수법 (* 분당경찰서 사이버팀 제공)

이번 사건은 경찰 측의 적극적인 주도로 운영자뿐만 아니라 서버 호스팅 업체까지 일거에 색출한 사례다. 이러한 선례는 향후 유사 범죄에 대한 사건 수사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찰은 "'리니지'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게임에서 불법 사설 서버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종 도박 사이트 광고를 하거나 도박게임(일명 사다리)과 연동하여 게임머니로 베팅하는 등 수법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어 수사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한, 불법 사설 서버는 아니지만 지난 18일 '서든어택'의 불법프로그램을 통해 10억 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올린 일당 20명이 검거된 사건 역시 경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례다.

최근 게임 관련 수사 결과가 한 번에 나오는 것은 범죄 억지력이 낮은 저작권법을 노려 재차, 삼차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임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사 역시 게임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수사의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최근 모바일 게임도 불법 사설 서버가 생길만큼 다양해 지고 있으며
경찰도 해당 사안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 게임사, 꾸준히 불법 사설 서버 실태 정부에 알려... 자구책 마련도 병행

각 게임사는 과거부터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대응을 해왔다. 이번 불법 사설 서버의 원 게임인 '리니지'의 개발 및 서비스사인 엔씨소프트는 2007년부터 포털서비스사와 협조하여 '프리서버', '사설서버' 등 특정 단어 노출 제한을 요청하는 한편 게임물 관리 위원회에 사설 서버 도메인 사이트와 해외 사이트 차단 요청을 병행했다.

2012년에는 불법 사설 서버 근절을 위해 법무법인과 위탁계약을 맺고 형사고발과 사이트 차단 조치 등을 진행했으며 2013년에는 국회의원실과 소통을 통해 국정감사 시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그 결과 2014년 저작권보호소의 사설 서버 수사 및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설 서버 차단 프로세스가 개선되었으며 올해 국감에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인 박혜자 의원이 불법 사설 서버를 언급하며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공론화시키려 했다.

게임 업계는 불법 사설 서버가 적발돼도 약식기소된 뒤 50~100만 원의 경미한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불법 사설 서버가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저작권법 이외에도 처벌 가능한 법률(형법상 업무방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상표법 위반, 청소년 보호법 위반)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히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더욱 강력한 조치를 위해 주요 피의자를 대상으로 형사처분이 진행된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쉽지 않은 대응... 법 규제 개선 등 범정부차원의 노력 필요

범죄를 앞서는 예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는 불법 사설 서버를 막는 방법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기술적인 방법이고 또 다른 방법은 행정기관을 통해 수사를 의뢰하여 법적으로 처벌하는 방법이다.

기술적인 방법은 클라이언트를 분해, 조작하기 힘들도록 프로그래밍 측면에서 노력하는 방법을 뜻한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원칙적으로 불법 사설 서버를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가 나날이 발전하는 것처럼 완벽한 방패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 기관의 수사는 처벌 수위가 낮아 억제력이 낮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저작권법위반으로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현행 법규는 불법 사설 서버 재운영을 막기에 약해 보인다. 이번에 구속된 오씨 일당도 동일한 범죄 사실로 두 차례 처벌받은 사실이 있다.

현재까지 불법 사설 서버를 막기 위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핵심은 '법제도 현실화 및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다. 원론적이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다. 그러므로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입법, 사법 및 행정기관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머리를 맞대어 개선방안을 찾아야지만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리니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사와 협력하여 현재까지 파악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 및 수정을 해 나감으로써 불법 사설 서버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언급한 '리니지' 불법 사설 서버와 '서든어택' 불법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불법 사설 서버 운영자를 협박해 수억 원대를 갈취한 사이버 조폭 검거 등 최근 게임 관련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경찰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검찰 역시 신속하게 수색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불법 사설 서버를 언급할 정도로 사안이 공론화되고 있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불법 행위에 관심이 집중되어 근절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업계와 관련 기관이 머리를 맞대 원천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 '불법 사설 서버'가 끝이 아니다. 불법 행위의 폐해에 대한 인식, 그리고 억제력이 필요한 때

현시점에서, '불법 사설 서버'를 근절하는 데 필요한 가장 큰 가치는 앞서 언급한 '강력한 법적 억제력'이다. 동시에 더 대국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것도 있다. 바로 '불법 사설 서버'를 비롯한 불법 프로그램들이 어떤 개념에서 이뤄지는지, 종국에는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업계 전반과 게이머들에게 알리는 노력이다.

대다수 게이머는 음성적으로 불법 사설 서버와 불법 프로그램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직접 게임 내에서 이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불이익을 당한다면 달라지지만, '불법 사설 서버'처럼 직접적으로 나와 상관이 없다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거시적 시점에서 볼 때, '불법 사설 서버'는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든 이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매출이 줄고, 더 많은 결제 모델이 생겨나는 등 자잘한 부분부터 시작해, 끝내는 게임 산업의 전체적인 사회적 이미지, 그리고 산업 전체의 안정성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이런 불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법제적 장치는 앞으로 정부 부처, 그리고 게임사가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갈 부분이다. 완벽한 해결책을 도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건강한 게임 산업을 위해서 고민을 멈추면 안된다. '불법 사설 서버', 그리고 '불법 프로그램'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리고, 적극적으로 이를 예방하고자하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필요하다.

아직 정답이 없는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이 바로 '적기'다. 오랜 기간 '그림자'안에서 자행되던 수많은 불법 행위가 수면으로 떠오른 시점이다. 강력한 억제력을 갖춘 법제적 수단과 모두의 노력이 함께한다면, 게임 산업도 한층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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