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비노기2:아레나를 주목하는 이유, 집단서사에 대하여...

칼럼 | Cyfel 기자 | 댓글: 47개 |
인벤에서는 Cyfel님이 작성한 '마비노기2: 아레나' 관련 칼럼을 소개해 드립니다.

Cyfel님은 현재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다양한 리뷰와 칼럼 등을 기고하고 있으며 현업 개발자로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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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2: 아레나' 관련 기사를 보았다. 짤막한 기사이고, 여기서 언급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게임 내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없지만, 뭔가 의미심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마비노기2: 아레나'가 표방하는 ‘아레나’의 측면이 아마도 기존의 mmog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소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실제로는 기존 mmog의 흐름과 뚜렷이 연결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점에 대해 이 글이 일종의 보충설명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일 뿐이며, 데브캣의 개발의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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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단서사’라는 개념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집단 서사는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무작위적 만남’과 더불어, mmog에서만 가능한 여러 요소 중 하나이다. '와우'의 대 히트는 안타깝게도 집단서사에는 그닥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지만, 최근 '길드워2'가 필드 플레이를 멋지게 만들어내면서 다시 부활하는 느낌이다. 그럼 집단서사가 뭘까.

집단서사라는 용어가 왠지 낯익어서 혹시 다른 분야에서 쓰는 용어가 아닐까 하고 구글링을 해봤는데, ‘집단설사’는 나오지만 집단서사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더라. 네이버에 물어보니 집단서사시라고 나오는데 이건 서사와는 좀 다른 개념이고 단어 자체도 미묘하게 다르고 해서 그냥 집단서사라는 단어를 써서 설명하려고 한다.




플레이어 내러티브

우선 ‘플레이어 내러티브’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게임에는 크게 두 가지의 내러티브가 동작한다. 첫 번째는 ‘게임 내러티브’ 이다. 게임 내러티브는 게임을 만든 이들에 의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내러티브로, 우리가 간단히 ‘스토리’ 라고 말하는 그런 것이다. 용자가 나서서 악당이 잡아간 공주를 구출하거나, 부조리한 시스템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가 되어 시스템의 부당한 부분을 파괴하거나 전복하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를 선사한다거나, 생물학적 인류를 위협하는 기계공학적 리퍼들로부터 은하계를 구하는 등의 이야기들.

두 번째는 플레이어 내러티브이다. 게임을 만든 이들의 의도와 관계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좀 더 주관적인 경험과 관계가 깊다. '파판5'의 최종 보스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2-3시간의 플레이타임 동안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중간에 죽거나 최종 보스에게 죽을 경우, 2-3시간에 달하는 던전을 다시 돌파해야만 한다.

최종 보스를 잡기 직전 안타까운 실수로 파티가 전멸한 플레이어에게 이 전멸은 무척 극적인 에피소드가 되며, 이 에피소드 자체가 바로 플레이어 내러티브이다. 아니면 ‘벨라스트라자를 잡다가 3번 탱이 불타는 아드레날린을 본진에서 터뜨리는 바람에 공대 전멸했어 ㅋㅋㅋ’ 라던가, ‘투기장에서 내 피가 바닥인데 상대 사제가 나 잡으려고 오면서 자기한테 보호막을 거는 거야. 그래서 주문 훔치기로 잽싸게 보막을 훔치는 순간, 돚거가 바로 매복 들어왔지만 보막때메 살았음. 결국 그 판은 무승부로 갔지’ 라던가, ‘아카리를 빨피로 만들었는데 이게 W 쓰고 숨는거야. 평타 한대면 잡는데 당연히 옆에서 기다렸지. 근데 안개가 사라지니까 쉔이랑 같이 나타나네? 알고보니 W 쓴동안 쉔이 궁쓰고 아카리에게 날아왔더라고. 다 잡은 아카리 그래서 놓치고 나는 죽음 ㅜㅜ’ 등등.

플레이어 내러티브는 게임의 장르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게임들에 존재한다. 테트리스나 애니팡과 같은 게임에도 물론이다. 서사란 반드시 기승전결이 존재하거나 이입할 수 있는 아바타가 있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님을 잊지 말자. 기다란 블럭 하나만 나오면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는데 수십 번의 블럭이 내려오는 동안 막대블럭 하나가 안나와서 게임 오버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돌파한 경험 등도 훌륭한 플레이어 내러티브이다.



집단 서사

집단서사는 플레이어 내러티브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된다. 바로 ‘mmog에서만 가능한 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혹자는 감탄하고 혹자는 비웃는 ‘바츠 해방전쟁’이 있다. 리니지2의 특정한 서버에서 수일 또는 수개월에 걸쳐 막대한 숫자의 플레이어의 참여했던 이 사건은 나중에 바츠 해방전쟁이라 불리게 될 큰 규모의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만들어냈으며, 저명하신 학자 나으리조차 그 규모와 양상에 감탄하게 만들었었다.

오리지널 와우시절 수 시간에 걸쳐 카자크를 풀링해서 아이언 포지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던 에피소드, 힐스브래드 구릉지 타렌밀농장에서 자주 벌어졌던 집단전투나 알터랙 전장이 처음 나왔을 당시 하나의 방이 열려 무려 3박 4일간 계속되었던 일, (과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브 온라인에서 DREKAR 얼라이언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건 등이 바로 좋은 예이다.



[▲ '이브 온라인'에서 DREKAR 얼라이언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건]


이미 낯익은 일들에 개념의 틀을 씌우고 이름을 넣어봤을 뿐이다. 그닥 복잡할 것 없다. mmog에서만 동원 가능한 규모의 인원 참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플레이어 내러티브. 이걸 나는 mmog의 집단서사라고 부른다. 한편 와우의 경우 내가 예로 든 케이스가 모두 오리지널 시절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오리지널 때의 와우는 ‘그나마’ mmog스러운 구석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적어도 거듭되는 확장팩들에 비하면 그랬다. 그러나 불타는 성전 이후 와우가 달려간 길은 mmog에서 멀어지는 쪽이었고, 당연하게도 mmog고유의 요소인 집단서사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근데 언뜻 보기에 eSports 또한 집단서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개별 경기마다 풍성하게 터져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 개인의 이스포츠 커리어 자체가 멋진 서사이기도 하다.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는 ‘mmog에서 동원 가능한 규모의 인원’ 이라는건 같잖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럼 이것도 집단서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건 집단서사가 mmog 고유의 요소라는 점이 깨지는 것 아닌가? 아쉽지만 이스포츠의 서사에는 한 가지 빠진 부분이 있다.

‘참여’가 그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관객들은 선수와 해설자들이 엮어내는 플레이어 내러티브를 ‘감상하고 즐기는’ 위치에 있을 뿐이며, 여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그 일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프로야구 경기에 열광하면서 스스로를 야구선수라고 말하지는 않듯, 이스포츠 또한 그렇다. 내가 이스포츠의 중요 요소로 ‘해설자’를 거론했음을 기억하자.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집단서사의 멋진 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케일’은 단순히 게임의 아트웍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역사의 어떤 중요한 순간에 그 한복판에 서 있었다는 점은 플레이어에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준다. 그리고 그런 스케일의 감각이 어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만들어낸 흐름이라는 점은 이를 더더욱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지금도 바츠 해방전쟁이 거론되는 곳에 누군가 나타나 ‘나도 내복단의 한 명이었지’ 라고 말하며 뿌듯한 마음을 내비치곤 하는 건 그 스케일감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기에 참여했던 이들의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집단서사는 누군가에게 전해 듣거나, 스샷으로 보거나, 유튜브를 돌려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긴장감과 스케일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EPL에 진출한 박지성이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기하며 당당하게 주전으로 출전하여 간지 쩌는 골을 넣는 장면을 집에서 TV로 볼 때, 당신은 입에 담았던 맥주를 화면에 뿜으면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방에서 나온 다른 가족들에게 타박받는다. 그만큼 당신은 열광한다. 그런데 조기 축구 또는 (군필자들의 경우) 전투 축구에서 내가 차넣은 골이 네트를 흔들 때 또한, 박지성의 경우만큼이나 당신은 열광한다.

열광하는 건 같지만 아쉽게도 두 골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퀄리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의 그야말로 간지가 터져나가는 골이고, 당신이 넣은 골은 배나온 아저씨들 (또는 작업에 찌든 쫄따구들) 데리고 설렁설렁 뛰어다니다가 작전이고 지랄이고 없이 마구잡이로 공을 주고받던 중 우연하게 터진 골이다. 둘은 같은 골이 아니다. 현격한 퀄리티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어디에 더 열광하는가’를 따져본다면, 판단하기 어렵다.

둘 다 당신에게 큰 희열과 기쁨을 주며, 둘은 서로 갈래와 방향이 달라 보인다. 보면서 열광하는 것과, 하면서 열광하는 건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집단서사는 이들 중 ‘하면서 열광하는’ 쪽에 조금 더 가깝다. 또한, 다양한 게임 장르들 중 오로지 mmog에서만 가능하다.



집단서사의 2번째 단계와 곤란한 점

한편, 집단서사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거대한 규모’의 플레이어 내러티브라는 점은 집단서사에 강하게 매력을 부여하며 유니크하게 만들어주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곤란해지는 부분도 있다. 집단 서사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거대한 흐름이다. 그렇기에 게임의 여러 국면에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일개 플레이어 입장으로는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이언 포지에서 평화롭게 대장질을 하던 플레이어는 느닷없이 나타난 카자크에게 밟혀 죽으면서도 왜 카자크가 여기에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3박 4일간 펼쳐진 알터랙 전장의 혈투에 당신도 분명 참여하긴 했으나, 이 기간 내내 참여하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으며, 설사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길게 늘어진 알방의 어떤 지역에서 누가 퀘스트를 열심히 해서 그리핀을 불러냈는지, 앞쪽의 전선이 왜 밀리고 있는건지, 드렉타르 치러 간 도적 게릴라들이 어떻게 전멸했는지를 알긴 어렵다.

대부분의 규모가 큰 집단서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종합해야만 전체적인 상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구슬들이 아무리 넘쳐나도 꿰어줄 사람이 없다면 의미 없이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누군가 나서서 전체상을 파악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어딘가 보기 쉬운 곳에 걸어줄 때 비로소 집단서사는 빛이 난다.

즉 1) 전체상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2) 이를 널리 알려주는 일종의 전파작업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사실상 개개인의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주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멋진 에피소드라도 정리하는 이가 없다면 전해지지도 않는다. 일종의 게임 내 음유시인이 필요한데, 언제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집단서사를 돕는 장치들

윗 단락에서, 집단 서사의 두 가지 과정을 언급했다. 집단서사를 자아내고 만들어내는 직접 참여 활동과, 이를 향유하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것은 모두 전자의 활동이었다. 그러나 후자의 활동도 집단 서사에서 빼놓을 수는 없다.

이는 사실상 이스포츠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스포츠의 경우 ‘해설자’의 존재가 핵심적인 기능을 대행해준다. 단 한 판의 경기에 대해서도 각 선수의 히스토리를 읊어주고, (연출된 것이든 아니든) 서로 간의 은원관계나 전략상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주고, 상성을 고려한 구도를 보여주며,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극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강조해준다.

관람객은 이런 해설자의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해설을 통해서 경기의 흐름에 좀 더 밀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mmog의 집단서사에는 이런 해설자의 역할을 고정적으로 해주는 이가 없다. 개별 플레이어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기대야만 하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이런 걸 해주는 인게임 장치가 없다.

그렇기에 집단서사의 향유는 게임 바깥의 활동에 더 강하게 의존한다. 게임 내에서 지난 ‘에픽 배틀’의 전개와 결과를 외치기 창으로 노닥거리는 사람은 없다. 있다고 해도 도배하지 말라는 타박을 듣고 곧 잠잠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이 에픽 배틀의 진행 양상과 과정을 스샷과 함께 잘 정리해서 올려놓으면, 조회수 터져나가며 단박에 베스트 게시물 내지는 금주의 게시물 등으로 올라갈 수 있다.

즉 다양한 게임 외적 장치들이 집단 서사를 보조하며, 집단 서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와우인벤의 사건사고 게시판이 좋은 예에 속한다. 모든 게임에 대해 타성적으로 만들곤 했던 서버별 게시판은, 각 서버에 밀착된 내용들로 인해 개별 플레이어들에게 좀더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화제들이 더 넓은 커뮤니티 공간에서 공유되지 못하고 쉽게 스러져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와우인벤이 (좀 오래전에 만든 것으로 기억하지만) 만든 사건사고 게시판은 여러 서버에서 생겼던 이슈들을 한데 모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개별 이슈들의 수명과 폭발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물론 누군가는 계속되는 이슈의 발생과 발전 없는 논의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게시판은 집단 서사에 그것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본다.

집단서사의 ‘현상’은 분명 게임 내에서 발생하며, 게임 플레이에 대해 강하게 의존한다. 그러나 집단서사를 ‘즐기는 과정’은 결코 인게임 플레이에서 찾아보기 어려우며, 거의 대부분의 경우 게임 외적인 활동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여기에는 플레이어들의 자발적 참여 (집단 서사를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참여가 아니라, 집단 서사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일에의 참여) 가 필수적이다.

즉 집단서사가 멋진 콘텐츠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인기가 있었건 없었건 우리나라에 서비스했던 mmog는 아마도 수백종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집단 서사 에피소드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건 집단 서사가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할 때만 기능하기 때문이다.



'마비노기2: 아레나'에서 주목되는 점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마비노기2: 아레나'로 돌아와 보자. 대표적인 특징으로 나열된 부분들 중 ‘다른 유저의 플레이를 게임 안에서 간편하게 시청 가능’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LOL하면서 흔히 보는 관전 또는 리플레이 시스템에 가까운 것이 게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들 알다시피 이런 ‘모니터링’ 장치는 플레이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게임의 ‘전체상’을 살펴보는데 큰 제약을 갖지 않도록 되어 있다. 바로 앞 단락에서 언급한, ‘전체상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라는 부분을 기억한다면, 이 장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mmog에서 벌어지는 집단서사의 여러 국면을 입체적으로 편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치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스파이 활동을 막기 위한 적절한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LOL의 관전 모드는 실시간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분의 시차를 가지고 중계된다.)





그런데 단순히 지켜보기만 해서는 집단서사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건 앞서 이스포츠에 대해 언급하며 말했던 ‘관전’과 ‘참여’의 차이 때문이다. 단지 관전만 할 수 있어서는 집단서사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그냥 이스포츠 팬이다. 게임 자체는 mmog이지만 이걸 지켜보는 입장은 이스포츠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어야만 한다. ‘참여’ 이다. 그리고 '마비노기2: 아레나'의 대표적 특징들 중에서 이런 문구를 찾을 수 있다. ‘관객과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해, 단순 시청을 넘어 또 다른 즐길 거리의 역할 기대’ 이건 바로 ‘참여’를 의미한다.

다시, 윗부분에서 언급했던 바, mmog의 집단 서사를 인게임에서 향유하는 장치는 아직 구체화한 바가 없었다. 정교하고 흥미로운 집단서사를 자아낼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이를 정리하고 전파하고 향유하는 인게임 장치에 대해서는 깊은 고려가 없었다. 이는 이 활동이 전적으로 게임 외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지금까지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탓이다.

그러나 '마비노기2: 아레나'는 이런 인식을 그다지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듯 하다. 돌이켜보면 데브캣은 예전부터 남들이 다 당연하다고 여기는걸 의심하는데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곤 했었다.

즉 데브캣은 '마비노기2: 아레나'를 통해서, mmog에서만 가능한 ‘집단 서사’라는 장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집단 서사의 두 가지 국면인 참여와 전파를 모두 버무려 넣으면서, 지금까지 게임 외적인 활동으로 간주하였던 부분마저 인게임 플레이로 끌어들이려 한다. 실로 야심 찬 사람들이다.

라는건 물론 디테일한 내용은 못 보고 보도자료만 보고 내린 성급한 판단이긴 하다 …

ps2. 혹시나해서 적어두는데 나는 데브캣과 아무 관련이 없다. 데브캣을 위한 포스팅이 아니다. 그냥 내가 느낀 바를 적었을 뿐. (따라서 당연히 데브캣 본연의 의도와는 아무 관련없는 얘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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