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초 정치인 e스포츠협회장, 전병헌 의원에게 응원을..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17개 |
여기는 국회본관 3층 회의실. 행사 시작은 아직 30분이나 남았지만 벌써 취재진들로 북새통이다. e스포츠협회며 문화부,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일찌감치 착석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취임식을 곧 시작하겠습니다.” 전용준 캐스터의 청량한 목소리가 행사 시작이 곧 임박했음을 알리자 귀빈석까지 하나, 둘씩 차기 시작했다.

여느 게임 관련 행사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박병석 국회부의장, 최광식 문화부장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조해진 국회의원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치인이 줄지어 입장했다. 마치 정계 올스타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예상외의 규모에 무척이나 놀라기도 했으나 내심 걱정도 됐다. 그동안 게임업계를 위한 전병헌 의원의 발언과 정책들이 단순 보여주기는 아니었을까, 심지어는 e스포츠협회장이라는 직책이 그의 정치경력에 신세대들에게 어필하는 한 줄을 추가하는 수단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한편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곧 참석한 귀빈들의 축사가 이어지는 것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전병헌 의원이 이날 발표한 ‘NEXT e스포츠’라는 기치와 ‘소통이 우선’,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현실화’, ‘e스포츠의 대중스포츠화’,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라는 4대 공약은 e스포츠계가 오랫동안 당면한 위기와 문제점의 핵심을 짚어내는 부분들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았던 보통의 공약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몇 번 돌려 묻긴 했지만, e스포츠협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 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전병헌 의원, 아니 전병헌 협회장의 답변은 명쾌했다. e스포츠협회장직을 수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e스포츠협회 소속 프로선수들의 역량을 강화해 각종 세계대회에서 우승시킨다는 협소한 목표보다는 e스포츠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의 확산, 국민의 공감을통해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친화력을 더 높이는 데 있었다.

더불어 게임을 사회 전반적으로 환영받는 문화로 확산시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하고, 게임을 공급하는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풍토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전병헌 의원의 뜻이었다. 즉 전병헌 의원에게 e스포츠협회장은 홀로 고군분투하며 게임을 하나의 당당한 문화사업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왔던 활동의 또 다른 초석인 셈이다. 행사 말미에는 왜 취임식에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는 정계 유력 인사들을 초청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정부의 보살핌 없이 홀로서기 해야 했던 e스포츠를 여야 구분 없이 초당적 입장에서 살펴보고 동시에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

하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춘 전병헌 의원이라고 그가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은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e스포츠협회(KeSPA)의 내부 혁신이 우선이다. 과거 e스포츠협회는 종목 선정을 둘러싼 분쟁 속에서 항상 폭풍의 핵이었다. 그 이유야 어쨌든 중요한 대목마다 e스포츠협회가 내세웠던 고질적인 폐쇄성과 편 가르기 행태는 e스포츠를 사랑하는 게이머들의 신뢰를 잃게 했다. 전병헌 의원의 e스포츠협회장 취임 소식에 등장하는 대부분 우려의 반응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내부 혁신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큰 뜻이라도 제대로 꽃피기 어렵다는 것을 게이머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출신 e스포츠협회장이 탄생했다. 비단 e스포츠뿐 아니라 게임산업 전반에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아군이 등장했다는 점에 대한 상징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 e스포츠와 게임산업에 대한 뚜렷한 비전, 그리고 게임에 대한 남다른 이해도와 국정 능력은 전병헌 의원만이 가진 힘이다. 가시밭길을 감수하고 게임업계의 든든한 파수꾼을 자처한 전병헌 의원이 e스포츠와 협회의 묵은 숙제를 훌훌 털어낼 수 있기를 힘껏 응원하며, e스포츠계 나아가 게임계가 전병헌 e스포츠협회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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