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스포츠팬들이 아주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76개 |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조사 결과에서 김석기씨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e스포츠계 개입 사실이 드러난 이후, 추가적으로 '플레이XP'와 'FPS코리아' 역시 이들 페이퍼컴퍼니와 연루되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 바가 있습니다.

이후 나온 반응들 중 흥미로운 것이 몇개 있는데, 아주부나 플레이XP, FPS코리아에 과거 몸을 담았거나 잘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경우, SNS나 게시판 등을 통해서 그 회사(사이트)가 어째서 유령회사냐 하는 반론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게이머들은 해당 사이트의 게시판에 가서 '이 회사가 유령회사인가요?'하는 질문을 올려놓기도 했지요.

게이머들이 '이 회사 유령회사?', 몇몇 업계관계자들이 '이 회사 유령회사 아님!'이라고 말하는 것들, 둘 다 맞습니다. 유령회사이기도 하고 유령회사가 아니기도 합니다.

게이머들이 '이 회사 유령회사?'라고 물어보는 것은, '이 회사가 김석기 그룹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하는 뜻입니다. 오랫동안 사이트를 이용해온 게이머들도 있으니, 실체가 없는 회사/사이트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연 이 회사/사이트를 인수한 곳이, 그리고 이 회사/사이트의 진짜 주인이 김석기 그룹인지 아닌지가 궁금한 것 뿐입니다.

반대로 해당 관계자들이 반론을 할 때는, '김석기 관련 건은 모르겠고, 실체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유령회사는 아니다' 하는 내용입니다. 얼마나 이 회사/사이트가 전통과 역사가 있는지를 강조하면서 항변합니다. 이런 실체 있는 회사가 어찌 유령회사일리 있겠냐고 하면서요.

그래서 서로 동문서답이 됩니다. 게이머들은 아주부의 모회사와의 관련성을 물어보는데, 답변은 우리는 오랫동안 일을 해온 실체있는 회사라고 달리니 말입니다.

같은 유령회사라고 해도, 게이머들이 쓸 때와 그 회사들의 관계자들이 쓸 때는 서로 뜻하는 바가 다릅니다. 그래서 둘 다 맞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 페이퍼컴퍼니, 유령회사, SPC 등은 엄밀하게 따지면 서로 다른 말입니다. 그런데 게이머들에게 그런 경제학적인 엄밀성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게이머들은 김석기 그룹과의 관련성을 '유령회사'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것 뿐입니다.



아주부와 관련된 SYSK Limited


페이퍼컴퍼니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변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각종 펀드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도 페이퍼컴퍼니가 자주 활용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많은 경우, 실제적인 투자 과정중 페이퍼컴퍼니를 거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즉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사업 자체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활동의 정상적인 방법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 투기자본도 이 페이퍼컴퍼니를 애용하고 부자들이 돈을 빼돌릴 때에도 애용한다는 것입니다. 활용성이 좋은 제도일수록 악용될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바로 국제 투기자본과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가 만났을 때가 아주 큰 문제가 됩니다.

이 국제 투기자본들의 영업활동에는 페이퍼컴퍼니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데, 이들이 메뚜기떼처럼 쓸고 난 이후에는 망연자실하게 피해를 본 많은 개미떼들이 주로 남게 됩니다.

이번 사안은, 아주부코리아, 플레이XP, FPS코리아가 실체가 있는 회사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주가조작을 특기로 하는 국제 투기자본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여 e스포츠계에 진입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이득을 보려했다는 것입니다.

이들 국제 투기자본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과정중에 나타나는 특징중 하나는 얽히고 설킨 지배구조입니다.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여 서로 복잡하게 만들어, 누가 진짜이고 누가 물주인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습니다. 특히나 조세피난처나 해외를 경유하는 루트도 필수적이죠.

이번 아주부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간에 아이두플럭스, 클라우프, 아주부유럽, 사핀다 투자그룹, SYSK Limited, Multi-Luck Investment Limited 등등 여러 개의 회사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하위에 위치한 아주부코리아나 플레이XP, FPS코리아 등은 자기들이 정상적인 사업체임을 보여주기 위한 명목으로 설립하거나 인수한 업체들일 뿐입니다.

RNTS 미디어의 초기 현황을 보면, 총 4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이 4명의 직원 모두 등기된 임원진들인데, 등기 이사 3명에 감사 1명, 이렇게 말입니다. 임원진만 있고 일반 직원은 없었던 셈이죠.

이 등기 이사 3명중 한명은 현재 RNTS 미디어 대표인 박희준씨이며, 또 한명은 진한철씨입니다. 아주부코리아의 대표이사 이름도 역시 진한철씨입니다. 감사의 이름은 조영선인데, 2012년 6월달의 게임북코리아의 대표이름은 조영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게임북코리아와 아주부코리아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같은 회사의 전현직 대표 모두 RNTS 미디어의 등기 임원진들과 이름이 같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 일부


기자가 추정하는 시나리오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김석기 그룹이 새로운 사업꺼리로 한국 e스포츠를 선정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하락과 스타크래프트2의 부진,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의 흥행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특히나 한국은 e스포츠의 핵심 국가이니 말입니다.

마침 그 당시 e스포츠 업계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새로운 리그를 개최하는 것도 어렵고, 예전만큼 상품가치가 높지 않아 스폰서를 구하기도 어렵고, 사업/마케팅 등 비즈니스 분야의 유휴인력도 많아졌고, 선수들도 구단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자본의 유입이 절실한 시기였던 거죠.

외국의 큰 회사가 한국 e스포츠에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서 직장을 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e스포츠계에서 활동한 사람들을 채용할 경우, e스포츠계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손쉽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기에, 서로간의 목적 자체가 애시당초 달랐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대략적인 구도가 만들어지면, 글로벌 미디어 회사이자 외국 자본이 한국 e-Sports 에 투자하는 모양새를 취합니다. 리그를 후원하고 e-Sports 팀도 만들고, e-Sports 방송국과도 연계하고, 자체 사이트도 만들어 유료 모델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한국에 지사도 설립해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또한 e스포츠에서 몇몇개의 매체나 사이트를 인수합니다. 나름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운영을 해왔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워 쉽게 인수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대상이 되었겠죠. 인력 채용과 마찬가지로 이런 사이트들을 결합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e스포츠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으면서, 해외(즉 상장을 하려는 곳)의 사람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마무리되면, 조건은 다 갖추어진 셈입니다. 게이머들에게 인지도 있는 e스포츠 매체와 사이트도 가지고 있고, 자체 사이트에 방송 툴과 유료 결제 모델도 있습니다. 우승까지 했던 팀도 있고, 한국의 e스포츠 전문 방송이 주최하는 리그의 메인 스폰서까지 했고, 해당 게임을 개발한 회사와도 제휴를 했습니다. 그것도 e스포츠의 핵심 국가인 한국에서 말이죠.

잘 모르는 외부 사람이 보면, e스포츠의 메인인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e스포츠 업체로 생각하기 딱 좋은 구도입니다. 단지 e스포츠뿐만이 아닙니다. 모바일 게임도 개발하고, 모바일 게임 관련 플랫폼도 개발하고 한국 게임도 유럽에 퍼블리싱한다고 한다는 등의 계획도 제시합니다. 35억 가량의 모바일 앱스토어 구축 계약도 체결합니다. (이 돈을 지급하지 않았기에 현재 소송을 당한 상황입니다) 언뜻보면 e스포츠뿐만 아니라 게임과 관련된 잘나가는 종합회사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구도가 갖추어지면 이제 상장을 해서 이득을 실현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알 바 아닙니다.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깔끔하게 새로운 대상을 찾아 떠날 뿐이죠.





그런데, 이런 구색을 갖추어도 의심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초기에 아주부가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미디어로 홍보를 했기 때문에, '정말 글로벌 미디어인가?' 혹은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자본은 아닌가?'에 대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혹이 확산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이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어느 언론매체나 다 외신을 모니터링 합니다. 외국의 게임계 관계자들이 한국 매체를 보면서 한국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한국도 외국의 매체들을 보면서 외국 게임사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게임스팟, MMORPG닷컴, IGN, 팀리퀴드 등등 유력한 매체들을 위주로 말입니다.

그런데, 아주부라는 매체를 참조한 곳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과 1~2년전에 생긴 신생 회사고 보여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진짜로 아주부가 글로벌 미디어였다면, 애초에 글로벌 미디어가 아니라는 의심자체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업계 사람들도, 게이머들도 그 누구도 '아주부의 사이트에 어떠한 정보나 기사나 영상이 있었고 이것을 참조했었다' 라는 말을 하진 않았었습니다.

아주부가 글로벌 미디어가 아니라는 말이 나돌 때, 우리 이런 컨텐츠들을 그간 생산해왔고 일일 방문자나 페이지뷰가 얼마 정도다, 혹은 발행하는 인쇄매체가 몇부 판매된다 라는 정도만 밝혀도 그런 소문은 쉽게 가라앉습니다. 아니면 아주부의 주된 사업모델이나 수익모델, 그간의 매출 현황,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나 기자의 수 등등을 밝혔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아주부는 그 어떤 것도, 단 하나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내놓을 게 없었으니까요. 나온 것이라고는, 아주부에서 '이것은 허위사실이며, 허위사실 유포자에게 대해서는 고소할 것이며, 의혹해소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하겠다'라는 입장이 있었고, 온게임넷의 LOL 리그 방송 중계에서 아주부 회장이 전용기를 타고 참석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 방송에서 젊은 독일 남자가 전용기를 타고 왔음을 강조하면서 환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던 모습을, 그리고 시상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라면, 과연 방송사와 게임사는 아주부가 글로벌 미디어가 아니라 신생회사임을 몰랐을까 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e스포츠 방송사, 그리고 다년간의 해외사업과 e스포츠 사업 경험이 있는 게임사의 담당자 및 경영진들이 정말 아주부가 글로벌 미디어라고 생각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평범한 게이머들도 쉽게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는 정황도 뚜렷하고, 더군다나 중간에 소문이 확산되었음에도 알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추가되는 한가지 의문이 더 있습니다. 리그 스폰서 계약 체결 전 한국의 관계자 3인이 직접 독일에 가서 실제로 만나보고 계약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의심을 가라앉히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독일에 간 3명은 대체 무엇을 확인하고 한국에 돌아온 것일까요?

또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항이라면, 이번 사건에 대하여 아주부측이 아무런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그를 주최했던 온게임넷이나 게임사인 라이엇측 역시 뉴스타파 보도 이후 20일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지금은 리그의 메인스폰서가 아주부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연관성은 있습니다. 초기에 진입할 때 그리고 과거 의심을 가라앉힐 때 방송이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3개월전인 지난 3월 28일 아주부의 아주부TV 가 라이엇게임즈의 공식 스트리밍 파트너로 계약을 한 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부 사건은 이미 지난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재까지도 연관을 맺고 있는 사안입니다.

지금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지점들에 대해서 명백한 해명과 정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지 지나간 과거의 일로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묻어버린다면, 훗날 또 어떻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e스포츠에 파장을 미칠런지도 모릅니다.

이런 금융 사건을 보면 누가 이득을 보느냐에 따라 3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주모자가 이득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떡고물을 받아먹는 사람은 하수인이거나 도움을 준 파트너입니다. 마지막으로 황당해하고 억울해하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이용당한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런 비밀스런 일들을 최상급 경영진들만 알지, 밑의 직원들이나 영입한 사람들에게 알려줄리는 없습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아주부의 모회사라 할 수 있는 RNTS 미디어의 모회사(1대주주는 SYSK, 2대주주 Sapinda)를 룩셈부르크의 장외시장에 상장시켰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얼마의 이득을 보았는지 등등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보통 주식 시장에 상장을 할 때는 순이익이 몇년 이상 꾸준히 나고 있어야 하며, 특정 제품에 편중된 매출이 아니어야 하는 등 여러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또 심사 기간도 꽤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식 주식시장이 아닌 장외 시장에 상장을 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만큼 소문에 휘둘리기도 쉬운 곳이 장외시장인 측면도 있습니다.


보통 상장을 시키면, 그 과정에 주식 공모도 있습니다. 상장으로 인하여 대주주의 지분이 평가이익을 얻고 일부는 현금화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식을 공모함으로써 늘어나는 주식 및 자금이 있습니다. 이 자금이 회사에 투자되어 회사가 신규 투자 및 사업확장을 하는데 중요하게 쓰입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상장 후에는 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를 거쳐 일정한 자금을 회사가 추가로 확보하여 신규 게임 개발 등에 쓰곤 했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루트입니다.

그런데 한국 e스포츠 외에 외국에서 하는 것은 거의 없고, 수익 모델도 불명확하고, 매출도 공개되지 않았을 뿐더러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일어나는지도 모르는데, 하필 룩셈부르크에, 그것도 장외시장에, 그것도 비밀리에 상장을 했을까요?

상장이 정상적인 것이라면, 상장을 했고 그로 인해 추가로 얻어진 자금이 얼마고 등등에 대해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말입니다. 만일 그랬다면, 오히려 아주부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을텐데 말입니다. '외국에서 상장까지 한 회사가 설마 사기를 치겠어' 하는 믿음이 생겨났겠죠.

이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일 뿐, 사실이 아니고 진짜는 이거다 하는 내용이 있었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e스포츠가 국제 투기자본에 농락당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상당한 치욕이니까요.



아주부가 후원한 LoL 리그


몇년전부터, 스타크래프트의 하락과 저작권 분쟁부터 이야기되어오던 e스포츠의 위기가 몇년째 해소되지 않고 계속 어렵기만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새로운 게임도 없었고, 리그를 추진하던 여러 게임들은 들인 돈만큼의 인기나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 뿐더러, 스타크래프트 자체의 인기도 예전같지 못했으니까요. 승부조작 사건도 있었으며, 특히 스타크래프트2가 기대만큼 흥행을 누리지 못했던 것도 한몫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e스포츠의 상품가치가 기업들의 구미에 당기지 않을만큼 하락했던 것입니다. 어떤 프로 스포츠이건, 자체적으로 살아남거나 혹은 이를 이용한 홍보효과를 노리는 기업의 참여가 있어야만 합니다. 한국 프로 스포츠중 자생적인 생존이 가능한 곳은 없고, 모두 홍보효과를 기대한 기업들의 후원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전성기 한국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그 전제가 상당부분 무너진 상태입니다.

그 힘든 와중에, 어려운 업계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여 그들이 들어온 것이죠. 생존의 기로에 서 있을수록, 출처보다는 당장 눈앞의 위기를 넘기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법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꼼수나 부도덕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훗날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인과응보입니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의 기반을 착실하게 다지는, e스포츠의 상품가치를 올리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국제 투기자본이 들어올 엄두도 못내는, 들어오려 해봤자 시큰둥한 반응에 그냥 돌아가는 상황을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그 길이 좀 더 힘들고 고되더라도, 가장 좋은 길이고 가장 튼튼한 길임은 이전의 많은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벼가 빨리 자라게 할려고 벼를 살짝 뽑았는데 다음날 벼가 모두 죽었다는 중국의 고사처럼,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되어봤자 결론은 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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