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GSL 스튜디오 결승전 개최에 대한 단상

칼럼 | 김경현,김지영,김홍제 기자 | 댓글: 62개 |


▲ 2014 핫식스 GSL 시즌1의 결승전 전경. 곰exp 스튜디오에서 결승전이 열렸다


국내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대표하는 GSL의 결승전이 또 다시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스타크래프트2를 사랑하는 e스포츠 팬들이 격렬히 반응하고 있다. 지난 2014 핫식스 GSL 시즌1 때도 결승전이 스튜디오에서 치러진다는 것이 발표됐을 때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많은 팬들이 7,000만원의 우승 상금이 걸린 대망의 결승전이 야외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열린다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

2연속 스튜디오 결승전을 보게된 스타크래프트2 팬들은 실망감을 넘어 지난 시즌1 결승 예고 영상 및 조지명식의 부재 등을 거론하며 곰eXP의 열정 부재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서든어택, 도타2, 월탱, 피파 온라인3 등 다른 종목은 대부분 스튜디오 결승을 하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스타2 팬들은 왜 유독 실망하는 것일까? 아마도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린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리그의 역사와 전통이 망가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GSL의 2연속 스튜디오 결승전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속에서 인벤은 곰eXP가 GSL 결승을 2연속 스튜디오에서 치르는 이유, 팬들이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스타크래프트2의 현주소와 미래 등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해보고자 한다.


◈ 채정원 본부장의 댓글 - 재정적 문제를 인정한 곰TV



▲ 곰exp 채정원 본부장은 이례적으로 커뮤니티에 직접 글을 남겼다


2연속 GSL 스튜디오 결승 소식이 알려지자 스타2 팬들은 커뮤니티에 모여 다양한 목소리를 냈고, 대부분은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스타2 팬들은 곰eXP의 결정에 반발했고, 질타했다. 질타의 키워드는 '열정 부족', '자격 미달', '매우 실망' 정도였다.

팬들의 비난 분위기가 격렬해지자 곰eXP의 채정원 e스포츠 사업 본부장은 커뮤니티 PgR21.com에 직접 댓글을 남겼다. 채 본부장이 남긴 댓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곰eXP는 여전히 스타2를 사랑한다.
2) 외부 결승전을 못하는 이유는 대관비가 아닌 무대 세팅 및 장비 대여 비용 때문이다.
3) 곰클래식은 재미있는 콘텐츠 기획을 위해 개최한 것이지 돈이 남아서 흥청망청 사용하려한 것이 아니다.


그 동안 곰eXP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채 본부장의 댓글은 결승전 스튜디오 개최의 주된 이유가 '비용'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고, 이는 곧 곰eXP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기정 사실화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제 3자의 입장에서 곰eXP의 재정적인 어려움의 원인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래도 일단 생각해볼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스타2의 인기 하락이 아닐까?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 무너지는 개인리그의 상징성 - 팬들은 분노하지만 현실에 슬퍼한다



▲ 야외 결승인 2013 조군샵 GSL의 우승자 백동준.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


곰eXP가 2연속으로 GSL 결승을 스튜디오에서 치른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팬들은 격양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곰eXP의 예전 같은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 “연출이 과거만 못하다”면서 전방위적인 비난 여론이 일어난 것. 이에 채 본부장은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 결승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문제’임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팬들은 채 본부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곰eXP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중 열정에 대한 지적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열정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 시즌1 결승 예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 A4 용지에 텍스트를 인쇄해 벽에 붙인 뒤 이를 촬영한 일명 ‘A4 결승 예고’는 공개되자 마자 “스타2 대한 열정이 식었다”는 팬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유저가 만든 결승 예고 영상과 확연히 비교되는 영상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팬들에게 ‘곰eXP의 자질 논란'에 대한 구실을 곰eXP 구성원 본인들이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팬들의 거센 반응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개인리그가 갖는 상징성은 성대한 결승 무대에 있기 때문. 실력을 갖춘 선수가 이 시대의 최강자로 오르는 대관식이 열리는 곳, 바로 개인리그의 결승 무대다. 과거의 스타리그가 그랬고 MSL도 마찬가지였다. GSL도 이런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에 이 룰이 깨졌다. 개인리그의 상징성이 무너진 셈이다.

팬들이 느끼는 분노는 아쉬움과 슬픔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강자 탄생의 순간을 스튜디오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현실에서 더 없는 아쉬움이, 찬란했던 영광의 시대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란 걱정에서 슬픔이 터져나온 것이다. 스타2가 처한 지금의 현실을 머리로는 이해할 지 몰라도,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문제는 앞서 밝힌대로 곰eXP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조금 더 이성적으로도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인 'GSL'을 만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11년~2012년 황금기를 보냈던 곰eXP가 어째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 곰eXP의 입장 고려해보기 - 살기 위해서는 줄여야 한다



▲ '프로리그'와 'GSL'은 사정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이하 협회)의 주도로 진행하는 스타2 프로리그가 스포TV 게임즈와 만나 전보다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거론하며 “GSL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곰eXP는 협회와 다르다. 곰eXP는 수익이 없으면 도태되는 민간 기업이다.

곰eXP의 모회사 그래텍은 배인식 대표 시절 ‘곰플레이어’의 성공을 기반으로 탄생한 벤처기업이다. 이후 게임 관련 콘텐츠에 주목한 그래텍은 2012년, 자유의 날개 출시에 발맞춰 최초의 스타2 리그를 런칭했다. 그것이 바로 'GSL' 브랜드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레텍의 ‘곰플레이어’는 급변하는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에서 뒤쳐지고 말았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가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급변하자 ‘곰플레이어’의 점유율이 낮아졌다. PC 환경에서도 '팟플레이어', 'KM플레이어' 등 신생 플랫폼에 밀렸다. 곰eXP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2014년이 되어서야 출시되었으나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떠나는 사원들도 늘어났다. '스포TV게임즈'가 런칭하면서 곰eXP에서 일하던 인력의 유출이 특히 심했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했고, 경영 상황이 좋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보면 곰eXP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유추할 수 있다.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면 몸집을 줄이는 것만이 차선책이다. GSL의 스튜디오 결승 역시 그레텍의 생존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텍의 경영 악화로 인해 GSL도 후폭풍을 맞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스타2의 인기는 ‘위기상황’에 가깝다. 만약 GSL만 가지고도 하나의 회사를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았다면 이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타2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도 GSL이 스튜디오 결승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 '인기 하향곡선과 위기론', 지금 스타2가 처한 현실은?



▲ 조성주, 이승현으로 대변되는 '97라인' 뒤에는 더 이상 신예가 없다


사실 현재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는 '흥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어울리지 않는다. 유저 숫자는 늘어나지 않고 있고, 리그의 위상도 낮아지고 있다. 해외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TV에서의 시청자 숫자도 점점 하락하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스타크래프트2를 대표하는 개인리그인 GSL은 2011, 2012년만 해도 전 세계 스타크래프트2 팬들로부터 인정받는 권위 있는 대회였다. 국내 유명 선수는 물론, 해외에서 맹활약하던 외국 선수들마저 GSL에 도전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는 2012년 말 정점을 찍었고, 국내 리그인 GSL과 GSTL은 해외에서 결승전을 펼칠 만큼 그 인기가 뜨거웠다.

그렇다면 과연 GSL은 언제부터 조금씩 내리막길을 가고 있던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e스포츠적인 측면으로 볼 때는 지난 2013년 WCS 체제의 출범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WCS 체제는 유럽, 한국, 아메리카 세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시즌별 파이널을 개최하고 최종적으로 연말에 블리즈컨에서 글로벌 파이널을 진행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 같은 재편은 전세계 스타2 리그의 체계화, 연계라는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GSL에게는 아니었다. GSL에서의 우승을 '궁극의 목표'로 생각했던 국내외 스타2 선수들이 세 지역으로 흩어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들던 GSL은 한 지역의 WCS 하부 리그로 격하되고 말았다.

WCS 체제의 출범과 함께 곰eXP의 수익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전면 무료 중계를 표방하고 있던터라 해외 티켓 판매, 콘텐츠 판매 등의 활동 폭이 좁아졌다. 블리자드가 상당한 금액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나게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은 민간기업 곰exp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MLG, IEM 등 해외 대회들과의 연계 또한 쉽지 않아졌다.



▲ '인기도 시스템'은 유저들에게 인기 맵만 수년 동안 하도록 강요한 최악의 시스템


게임 내적인 문제점도 스타2의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스타2를 열심히 해본 사람들은 안다. 재미는 충분하고, 완성도 또한 매우 높다. 하지만 그 외적인 시스템이 유저 친화적이지 않다. 군단의 심장 출시 이후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자유의 날개 때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즈맵의 인기도 시스템이나 래더에 집중되어 있는 대전 모드 등은 1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 익숙해진 한국 유저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리그의 위상과 인기가 낮아지고, 유저 또한 늘어나지 않으면서 프로 인프라도 영향을 받게 됐다. 물론, 리그오브레전드가 급격히 발전한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은 외적인 요인보다는 내적인 요인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WCS 출범 이후 적지 않은 한국 선수들이 북미나 유럽 지역으로 넘어가 장악하기 시작했다.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많은 팬들 보유한 선수들 대부분이 해외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GSL에서 볼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이 적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신예 선수들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스타2의 인기 하락이 주 원인, 해외는 한국 선수들의 리그 장악이 주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신예 선수들이 유입되지 않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현상이며, 종목이 퇴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은 스타2보다 더 인기있는 게임에 눈을 돌린다. 지금은 워낙 많은 스타2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 수급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는 미래를 논하자



▲ 디아블로3도 유저들의 외면을 받은 게임이지만, 확장팩을 통한 대격변으로 되살아났다


GSL의 2연속 스튜디오 결승은 곰eXP의 문제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접근이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모르겠다. '곰eXP가 아닌 다른 방송국이 스타2 개인리그를 열어주면 좋겠다', '주최사가 바뀌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보자. 이런 접근은 현상황을 개선시켜주지 못한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스타2는 여전히 '메이저' e스포츠 종목이다. 그러한 스타2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은 e스포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정말로 '미래'를 향해야 하는 때다.

스타2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종목사 블리자드, 다양한 주최사들, 프로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프로게임단과 프로게이머들이 마음을 한데 모아야 한다. 스타2를 하는 유저들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하고, 주최사들은 콘텐츠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리그의 사업성을 발전시켜야 하며, 프로게이머들은 꾸준한 노력과 자기 관리를 통해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할 부분은 '종목사'의 노력이다. e스포츠 업계에는 '성공한 종목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숫자'라는 말이 있다. 디아블로3의 첫 확장팩인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스타2의 희망을 기대하고 싶다. 공허의 유산이 나오기까지 아직 시작은 충분하다. 게임 내외적인 대격변을 통해 디아블로3를 소생시킨 블리자드의 '노하우'가 스타2에도 발휘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칼럼의 주인공인 곰eXP 역시 지금보다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현재 처한 여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내부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외부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채 본부장이 말한 것처럼 스타2를 여전히 사랑하고, e스포츠 사업을 계속 잘해나가고 싶다면 전사적인 차원의 접근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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