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프리카 BJ 방송중 노출사건, 나우콤 마침표를 찍을때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75개 |
최근 실시간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 TV에서 사건이 터졌다. 아프리카TV 전체 방송 중에서 베스트1위를 달리던 방송에서 성기 노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꼴통시키들”이라는 방송국을 운영하던 BJ 인범은 자신의 방송에서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과 무작위로 즉석에서 화상 채팅하는 코너를 진행해왔다.


이른바 “랜덤채팅”이라는 이름의 코너가 그것인데, 지난 6일 저녁 랜덤채팅 중 상대방 화면에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BJ 인범은 급히 방송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1위를 달리는 인기 방송이었던 만큼 그 당시 생방송을 시청하던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그대로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재 아프리카TV 메인의 베스트 방송에서 BJ 인범 방송국을 클릭하면 서비스 이용이 정지됐다는 멘트와 함께 입장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실, BJ 인범의 방송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단순히 1위 BJ의 인기에 따른 구설수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BJ 인범의 방송을 지켜봤던 시청자라면 이번 사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정도로 여러 문제점들을 양산해 왔었다.





[ ▲ 인터넷 실시간 방송서비스, 아프리카TV ]




시작은 여느 다른 게임 BJ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리니지라는 게임을 주제로 자신이 직접 플레이하는 장면과 함께 멘트가 나가는 식의 방송.


문제는 인기를 점점 얻게 되고 시청자들로 받는 별풍선, 즉 벌어 들이는 “돈”이 많아지자 더 많은 인기와 별풍선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방송을 추구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되어갔다는 점이다.


나이 어린 청소년을 포함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인데도 입에 담긴 어려운 욕설은 기본이었고, 종종 성추행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방송 내용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BJ 인범 본인이 밝힌 한 달 별풍선 수입이 500만원을 넘을 정도. 하지만, 별풍선 수입 외에 추가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방송국 전면에 특정 회사 또는 제품의 광고를 붙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일명 ‘스폰서’ 행위도 겸했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스폰서가 리니지 등 대부분의 게임에서 약관상 금하고 있는 “아이템 현금 거래 업체”였거나, 특히 사리 판단이 아직 제대로 서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고금리 대부업체 광고”가 주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방송국에 배너로 광고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 방송에서도 전광판 형태의 자막 광고를 노출하기도 했다. 또한, 연령 구분없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방송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제 게임 내에서 현금 거래를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해 주기도 했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 자체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것이 벌써 2년 전 일인데도 말이다.


▶ BJ 인범 실제 아프리카 방송 클립








[칼럼] 인터넷 게임방송, BJ와 스폰서의 부적절한 관계


작년 9월에는 대구 모처의 PC방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 경쟁 관계에 있는 리니지 BJ가 폭행을 당한, 일명 “리니지 현피 사건”의 가해자와 스폰서 관계에 있다는 식의 구설수에 올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올해 초에는 시청자들의 민원을 해결해준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추적해서 개인정보를 밝히는 일명 ‘신상 털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어떤 피해자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아낸 후에는 방송 중에 시청자들에게 함께 그 결혼식장에 찾아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히자는 선동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그러던, 지난 6일 성기 노출 사건으로 인해 결국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아프리카TV 운영진 즉, 나우콤의 관리 측면에 대해 많은 의구점들이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작년 '인벤'이 아이템 현금 거래, 대부 업체 광고 등 청소년 유해 스폰서 광고에 대한 실태를 보도했을 때, 나우콤에서는 19세 이상 설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광고 및 홍보 행위를 한 경우에는 서비스 이용 정지에 처한다는 전체 공지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BJ 인범은 별개의 사이트를 만들어 자신의 방송국 메뉴의 링크를 거쳐서 홍보하는 식으로 직접적인 규제를 피해왔다. 방법은 조금 달라졌지만 홍보하는 내용물, 즉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스폰서는 전혀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개인 사생활 침해와 개인 정보유출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그동안 BJ 인범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한 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우콤이 조치를 취한 것은 “방송 10일 이용정지” 였다.


매번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나우콤이 밝힌 입장은 “인기 BJ라고 하더라도 현실상 모든 방송 내용을 모니터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 경제투데이 - 아프리카TV 개인정보 유출 사고… 나우콤 ‘솜방망이’ 처벌 논란


하지만, 아프리카TV 전체 1위 방송을 모니터링 하기 힘들다는 주장은 1위가 아닌 다른 방송은 아예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시인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BJ 인범의 방송에서 항상 문제가 됐던 부분은 대부분 일주일 이상 장기간 방송 되면서 이슈가 되어왔던 것이기에 더욱 납득하기가 어렵다.


일각에서 시청률 감소와 그에 따른 매출 감소가 걱정돼서 일부러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TV 공지를 보면 ‘음란물 방송 행위 적발 시, 서비스 영구정지 또는 회원탈퇴 처리’에 처한다고 되어있고, 경제투데이 또한 이번 노출 사건과 관련 나우콤측이 물의를 일으킨 인기 BJ에 대해 영구 방송정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TV에는 BJ 인범과 관련된 어떠한 공지도 찾아볼 수 없으며, 메인의 리스트에서는 해당 방송국이 여전히 노출되고 있고 클릭하면 “서비스 이용 정지 기간에는 해당 방송국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다소 애매한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또한, BJ 인범이 만든 사설 사이트인 "인범TV"에 가보면 공지를 통해 '자신이 이용정지 상태인 건 맞지만 정확히 영구정지라는 통보는 받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만 본다면 분위기만 정리되면 혹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언제든지 방송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셈이나 마찬가지다.





[ ▲ 현재 BJ 인범 방송국을 클릭하면 위 그림처럼 표시된다. ]



[쿠키뉴스] “헉~” 인터넷방송 BJ, 월수입 900만원 공개



아프리카TV 베스트 1위 BJ의 방송에서 성기 노출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BJ는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월 수익 900만원을 벌어들였지만, 그 수익의 상당수는 게임사에서 약관으로도, 그리고 나우콤에서도 금하고 있는 현금거래, 불법육성, 고금리 대출광고 등에서 유래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 하나가 아니다. 아프리카 TV 에서 게임은 아주 높은 포지션을 점하고 있고 따라서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한마디로 자극성이 높은 소재가 개입할 여지가 매우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방송 운영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고, 인기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와 유사한 제 2, 제 3 의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 자체가 높다.


만일 이번 사건에 대해 짧은 기간의 이용정지 조치만 내려진다면, (청소년이 시청하는 와중에도) BJ 인범의 방송이 그간 해왔던 현금거래나 고금리 대출나 캐릭터 육성 등의 스폰서 행위가 방송에서 이루어져도 BJ 인범에 했던 조치 이상을 취할 수 없다. 모든 BJ 들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제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제재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BJ인범 방송에 대한 조치 여부가 아프리카 방송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자 판례가 되기 때문에, 향후에는 이런 자극성 높은 소재의 방송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번 성기 노출과 같은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운영주체인 나우콤이 확실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이라는 환경은 적절한 선을 넘도록 만드는 조건이다.

하지만, 그 선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운영주체의 능력이기도 하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 인터넷 방송이나 게임 방송이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져 시사 프로그램에서 집중 조명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확실하고 공정한 대처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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