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소와 디아블로3, 과연 치킨게임을 할까?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472개 |
■ '블레이드앤소울' Vs '디아블로 3'



'블레이드앤소울'과 '디아블로 3'. 최근 여기저기서 기사제목에 가장 많이 쓰인 양념들. 머릿속에선 원고지를 가득 채워가면서도 막상 쉬이 펜을 들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왠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듯한 '거저먹는' 느낌이 싫었달까. 그래서 버텼다. 본 기자의 게으름도 한 몫했다.

근데, '블&소'가 바로 오베로 가지 않고 3차 테스트를 한번 더 할 거라는 소문이 들렸다. '디아블로 3'는 한술 더 떠 아예 내년 상반기로 출시일을 공식적으로 연기해버렸다. 한국 게임시장은 갑자기 붕떴고 내가 계획했던 모종의 계획도 엉망이 됐다.

'블&소'와 '디아블로 3' 출시일에 촉각을 세우던 타 회사 중 일부는 계획을 대폭 수정해서 예정보다 더 일찍 출시하려 서두르고 있다. 다른 일부는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해 눈치싸움에 더 공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블리즈컨,지스타로 이어지는 거대 게임쇼까지 가세하면서 마케팅과 홍보 실무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바로 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블&소'와 '디아블로 3'라는 게임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상황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하는 '제로섬' 이론만으로 두 게임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기자라는 신분 덕분에 아직 클베 중인 두 게임을 상당히 집중적으로 플레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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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의 신작 MMORPG, '블&소'는 과연 어떤 게임인가?



일단 할 이야기가 많은 '블&소'부터. '블&소'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은 무엇일까? 무협, 뛰어난 배경 그래픽, 김형태의 캐릭터..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단연 '전투'를 최고로 본다. 장인의 지독한 집착과 고집을 떠올리게 하는 '블&소'의 전투. 쉴새 없이 쏟아지는 콤보를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컨트롤'이 있다.

'블&소'에서 몬스터 한 마리를 사냥하시는 시간은 꽤 길다. 어떤 형태의 몬스터인지, 근접형인지, 캐스터형인지, 빠른 공격을 위주로 하는지, 큰 한 방을 노리는지 파악한 후에 머릿 속에서 나만의 콤보를 완성한 후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 내가 미리 계획했던 방향대로 들어맞을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반대로, 무작정 들이댔을 때의 피해는 막심하다.

각 컨트롤에 대한 실시간 보상. 이게 PvP든 PvE든 '블&소' 개발진이 추구하는 전투 시스템이라고 보는데 블소는 여기에 'MMORPG'라는 우리 유저들에게 가장 익숙한 골격을 씌워서 혁신적인 전투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있는 형태다. 무협과 김형태 AD의 그래픽이 어우러진 세계도 마찬가지.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장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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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작은 '몬스터헌터 온라인'으로부터, 그리고 마비노기 영웅전



사실 컨트롤 중심의 전투 시스템으로 저만의 영역을 구축한 '온라인 게임'은 '블&소' 이전에도 이미 있었다. 이견이 갈리겠지만 나는 특정 유저층을 크게 형성했다는 점을 들어 그 시작을 '몬스터헌터 온라인'으로 본다.

몬스터헌터는 이름대로 사냥이 중심인 게임이지만 핵심은 역시 전투다. 4명이 한데 모여 각자의 역할을 '컨트롤'을 통해 해내야 한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은 몬스터로부터 떨어지는 재료들이며, 그 재료들은 다른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는 데 쓰인다.

컨트롤과 아이템의 '방어구의 외형'에 몰입하는 몬스터헌터 온라인의 유저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독특하다. 연령대는 어린 편이며 서로 존칭없이 '몬헌궤이'라 부르는 등, 파격적인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를 생산하는데도 주도적이며, 전체 인구수는 대형 MMORPG보다는 적지만 형성된 커뮤니티의 파워 만큼은 남 부럽지 않다. 이건 기자가 인벤에 있었기에 몬스터헌터 온라인 인벤을 운영해오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몬스터헌터와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라면 그것이 콘솔이든 온라인이든 별로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인데, 어떻게 보면 MO였던 몬스터헌터 온라인이 해당 유저층의 전체적인 선호도를 조금 더 '온라인' 쪽으로 옮겨놓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그 바통은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이 이어 받았다. '마비노기 영웅전'으로 넘어오면서 예전에는 유저층이 독특했지만 사이즈가 다소 작았다면 이제는 그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거대해졌다. 커뮤니티의 응집력도 대단하지만, 성인유저 못지않은 구매력까지 갖췄다. 원래 몬스터헌터 온라인의 유저층과 대브켓의 팬층이 결합하면서 그들만의 고유성을 지닌 거대 유저층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 그리고 나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성공에서 이 점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블&소'를 통한 엔씨의 유저층 대변혁, 과연?



다시 '블&소'로 눈을 돌려보자. '블&소'는 앞서 말했듯이 컨트롤을 중시하는 전투시스템과 그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복장 관련 콘텐츠도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앞의 두 게임이 MO라 제한적인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지만 '블&소'는 다르다. MMORPG다. 싱글플레이에 특화된 스토리? 종종 비판을 받았지만, 콘솔에 익숙한 유저들 끌어오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몬스터헌터 온라인과 마비노기 영웅전을 기반으로 형성된 단일 유저층을 흡수하기 위한 최적의 놀이터가 생겨난 셈이다.

전통적으로 엔씨의 유저는 리니지 시리즈를 거쳐오면서 대부분 성인층으로 구성됐으며 엔씨 게임에 대한 충성도도 매우 높다. 아이온으로 오면서 약간은 젊은 피를 수혈했다지만 여전히 커뮤니티가 성인 위주로 돌아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블&소'를 통해 오랫동안 경직됐던 유저층의 대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면 '플레이엔씨' 기반의 캐주얼 게임 사업에서도 이제야 승부수를 노려볼 만한 지지세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엔씨가 안정적인 게임성으로 리니지에서 아이온으로 이어지는 원래 유저층을 확대하기보다는 '블&소'를 통해 도전적인 행보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블&소' 개발을 총괄하는 배재현 PD는 인터뷰에서 아이템 '강화'를 완전히 빼겠다고 말했다. 기존 MMORPG 유저라면 이 발표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잘 알 것이다.





[ ▲ 블레이드앤소울의 배재현 PD(좌)와 황성진 시스템디자인팀장(우) ]




■ '디아블로 3'의 편의성, 그리고 블리자드의 전략



그동안 체험기사를 통해 다양한 소감을 남겼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디아블로 3'의 독보적인 '편의성'이다. 전작에서 유저들을 불편하게 했던 것이 모조리 개선되었다. 파티원은 파장을 따라만 다녀도 퀘스트가 완료되고 보상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다. 아이템 루팅 시스템도 파티원 각자가 개별적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옆을 지나치기만 해도 골드는 자동획득이다. 서로의 아이템 획득 로그도 채팅창에 남지 않아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유저는 오직 핵앤슬래시 특유의 전투에만 집중하면 된다. 스킬 시스템도 대폭 변경되어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현재 만레벨 기준으로 6개 이하다. 초반이라면 '탭' 키로 주력 스킬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면 된다. 결론은 뭘까? 마우스를 쥔 손을 제외한 다른 손 하나가 매우 쉽게 해방된다는 이야기.

캐릭터 육성과 세팅의 변수는 무지막지하게 다양하지만 컨트롤은 지구 상 어느 온라인 RPG보다도 수월하여졌다. 나는 '디아블로 3'의 극에 달한 편의성을 보며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2'때 PC방에서 다 먹은 컵라면 용기를 불국사의 다보탑처럼 쌓아가며 플레이에 열을 올리던 30, 40대 유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로 작심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가 지날수록 방대한 콘텐츠가 더해지며 진입 장벽과 함께 플레이 난이도가 급증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보며,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이탈하는 성인 유저층을 보며 어렵게 내린 블리자드의 결단이 아닐까. 그리고 이는 현재 엔씨와 '블&소'의 전략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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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소'와 '디아블로 3', 과연 죽고 죽이는 경쟁자인가?



'블&소'는 아이템 강화를 없앴고, '디아블로 3'는 현금 경매장을 도입했다.' 이 문장이 암시하듯 엔씨와 블리자드는 자신의 예전 모습을 버리고 정반대의 끝에서 '고유성'을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각자가 이전에는 보유하지 못했던 유저층까지 대거 끌어들이며 일련의 융화 작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가능성이 크다.

두 게임 모두 보편적인 대중성까지 두루 갖췄을 게 분명하다. 한국 게임 시장의 규모가 아직은 협소하여서 대작 게임이 출시됐을 때 한쪽으로 '우르르' 몰리는 현상은 여전할 것이고 '블&소'와 '디아블로 3', 두 게임 모두 출시 초기에는 진공청소기처럼 대한민국 게임 유저를 흡수할 게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을 하나가 대박을 터트리면 다른 하나가 힘을 못 쓰는,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경쟁 상대로는 보기가 어렵다. 두 게임을 링 위에 올려다 놓고 마치 헤비급 권투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처럼 누가 이길까 재는 듯한 견해도 영 불편하다.

애초에 두 게임의 노림수가 완전히 다른 지점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볼 때 '블&소'는 '몬스터헌터 온라인'과 '마비노기 영웅전'을 거치며 대한민국 게임계에서 새롭게 형성된 젊은 유저층을, '디아블로 3'는 오직 전투와 캐릭터에 몰입하길 원하는 성인유저층을 공략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진정으로 긴장해야 할 상대는 해당 유저층을 현재 지니고 있는 게임들이며 앞으로 비슷한 유저층을 공략하려고 노리는 게임들이다. 그래서, '불&소'와 '디아블로 3'를 둘러싸고 있는 불필요한 경쟁 구도의 프레임을 벗겨내야 2012년 상반기 게임시장의 윤곽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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