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청법, 과연 악법인가? 업계가 분노하는 이유

칼럼 | 김지연 기자 | 댓글: 60개 |
"미소녀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법에 걸린다?"

우스갯 소리 같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건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고 문화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이라고 외치는 이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아청법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청법 개정을 놓고 현재 국회, 문화계, 일반 사람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포함하여 민주통합당 최민희 국회의원 등이 아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게임업계에서도 아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던지고 있다. 아청법으로 인해 콘텐츠 이용에 제약을 받게 된 사람들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각종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화두의 중심, 아청법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떠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현 시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아청법이란?

아청법은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말하며,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아동,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청법에서는 건전하고 성범죄 없는 사회 구축을 위해 아동, 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피해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아청법, 특히 음란물과 관련한 사항은 2011년 9월에 관보에 게재됐으며, 앞으로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을 단순 소지만 하고 있어도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었다.





▲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클릭시 확대됩니다)


아청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에는 아동과 청소년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힘써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청법 제5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 선도, 교육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 아청법, 무엇이 문제인가?

아청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에 관한 조항인 제2조 5항이다. '아청법 제2조 5항'의 어떠한 점이 문제시되고 있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1)'아동과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규제 대상에 포함

제2조 5항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 청소년 혹은 이들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 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과 비디오물, 게임물,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아청법이 생기게 된 이유는 실제 현실에서 성노동 등의 착취를 당하거나 성범죄로부터 아이들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돌연듯 5항에서는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라는 부분이 포함됨으로써 아청법의 취지가 모호해졌다. 나아가 인식범위의 구체적인 정도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 밖위 성적행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아청법의 명확성이 떨어졌다. 즉, 이로 인해 판단이나 신고는 수사관 혹은 신고자 개인의 기준에 따르게 되며 법을 적용함에 있어 이중, 삼중의 잣대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최근 MMORPG에는 설정상 성인이나 아동의 외형을 취하고 있는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 역시 아청법 2조 5항에 따라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로 규정지어질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테라의 엘린 종족이나 블레이드앤소울의 린족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이를 플레이하는 것도 아청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 '테라' 엘린 종족




▲ '블레이드앤소울' 린족



2)모호한 규정 잣대와 조항별로 다른 기준들

아청법 2조 4항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동, 청소년으로 하여금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행위로는 성교 및 유사 성교 행위, 자위 행위 그리고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 노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 2조 5항에서는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 청소년 또는 아동과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상이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2조 4항과 2조 5항


앞서 4항에서는 실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행위를 하는 것을 '성을 사는 행위'로 규정짓고 있으나, 5항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까지 포함되었다. 성을 사는 행위는 명백히 실제 아동과 청소년이 행하는 것을 일컬으며, 이에 대한 표현물을 규제해야 함은 자명하다. 따라서 2조 5항에서 아동과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아청법 2조 4항과 7조 등 법적 처벌이 가능한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표현물에 관련된 2조 5항에는 '그 밖위 성적행위'라는 모호한 표현이 첨가되었다. 표현물에 대한 주체와 제재 대상 행위, 2가지 측면에서 사람들마다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덕이나 관습이라면 괜찮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사항은 강제성을 지니고 있는 '법'이다.





▲ 7조에서는 어떠한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3)친고죄 폐지, 그로 인한 무분별한 규제의 가능성

2011년 9월 개정을 통해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한 자는 아청법 8조 5항에 따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즉,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다운로드하고 이를 소지하고만 있어도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청법의 경우 기존 성범죄 법과는 별도로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제 16조). 즉, 업로더가 아니라 단순 다운로드만 받아도, 그리고 누군가가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경찰의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이제는 음란물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는 친고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아동 음란물은 저작권의 보호도 받지 않는 엄연한 불법 콘텐츠이기 때문에 제재함에 마땅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정상적인 표현물인이나 아동 및 청소년으로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는 것이라면 어떠한가? 우스갯소리로 어려보이는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나오는 콘텐츠도 아청법에 위반되는 셈이다.

단적인 사례로 한 네티즌이 'R-15'라는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웹하드에 올려 공유하였고, 아동 음란물 소지자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었다. 콘텐츠를 불법으로 업로드하여 배포했다는 점에서는 처벌대상에 속하기는 하나 음란물이 아닌 콘텐츠를 통해 아청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 일본 애니메이션 'R-15'


포괄적인 아청법의 해석 탓에 음란물이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내려 받은 여러 네티즌들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어느 정도의 표현이 허용되는지, 어떤 선에서 아동, 청소년 음란물과 일반 음란물로 구분할 것인지에 대해서 앞으로도 끊임없는 논의가 필요하다.



▶ 아청법에 대한 문화계의 다양한 목소리


아청법의 모호한 기준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문화창작가들이 아청법 2조 5호의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청법 개정을 위해 25일 논현동 신논현역 2번 출구 앞에서는 아청법 개정안 요구 시민모임 주최로 아청법 개정 촉구 침묵시위가 열렸다. 이날 침묵시위는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아동으로 간주될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표현물이 동등한 취급을 받는 것에 반대, 아청법 2조 5항을 개정해달라는 취지다.

나아가 게임 개발자 오영욱 씨와 김윤상 와일드카드 대표는 갈수록 거세지는 게임문화 탄압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는 매일 3,000여 명의 서명자가 새로 나서고 있으며 나흘 만에 만여 명을 넘겼다. 다음 아고라에서도 아청법 2조 5항에 대해 개정되어야 한다는 청원이 이루어져 현재까지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 아청법, 셧다운제 등 게임문화 탄압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 다음 아고라에서도 아청법 개정을 위한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 아청법 개정을 위한 네이버 콩 모금 운동


또한, 이외수 작가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청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면서 아청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청법 반대 의사를 보인 이외수 작가


아청법은 아동 음란물 촬영에 성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성문화를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아동 음란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하고 더 이상 아동 음란물이 생산되지 못하고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에 본래의 취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아청법은 실존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본 취지에서 벗어나,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고 있다. 아청법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게임과 전체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 중요한 점은 공공의 적이 '성범죄자'라는 사실

19일 아청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아청법 제2조 5항에 대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변경되었다. 이로써 성인이 교복을 입었다고 해도 아청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현재 아청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2조 5항이다.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정의함에 있어 '아동 및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점, 2조 4항과의 모순에서 발생되는 아청법 기준의 모호함, 친고죄 폐지로 인해 무분별한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나쁜 아동 성범죄자들을 처단하자'라는 취지는 좋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마땅히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며,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아동 대상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아청법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현재의 아청법 규정으로는 정작 중요한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문화산업을 억압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자고로 법이란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여 제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형법에 속하는 아청법에 따라 처벌을 시행함에 있어서 죄의 유형과 처벌의 강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아청법에는 '간주될 수 있는', '그 밖의 성적 행위' 등 모호한 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실제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아청법 개정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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