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스마트폰 카피캣 게임들의 성공 뒤에 가려진 개발자들의 미래

칼럼 | 알콜코더 박민근 기자 | 댓글: 30개 |



▲ 알콜코더 박민근 개발자


인벤에서는 현재 게임 프로그래머로 근무 중인 박민근 개발자를 모시고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칼럼을 기고받게 되었습니다.

박민근 개발자는 블로거 '신입 게임 개발자의 서울상경기'를 운영하며, 게임 개발에 대한 다양한 정보 및 게임 업계의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민근 개발자는 언젠가는 우즈벡에 가서 '일루젼 우즈벡' 지사를 차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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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CopyCat)’이라는 용어가 있다. 해석하자면 모방범이라는 뜻이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최근에 '다함께 차차차'라는 스마트폰 게임이 뜨면서, 게임 업계에 다시금 표절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필자는 트위터 등지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이미 예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현재 게임 개발 업계는 10년 전의 IT붐 시기에 있었던, 온라인 게임들의 전국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플랫폼이 PC 온라인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의 차이만 있다고 할까…

사실 10년 전의 IT붐을 이끌었던 것도, 카피캣 게임들이었다. 현재 자타공인 국내 게임업계 1위인 넥슨의 성공 시작이 '마리오 카트'와 '봄버맨'의 카피캣이었던, '카트라이더'와 'BNB' 였던것을 떠올리는 독자라면, 그때의 모습과 지급의 게임 업계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카피캣 게임이 옳다 그르다를 논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모방과 표절은 다르다. 표절은 크리에이티브를 병들게 한다.”라고도 한다. 사실 표절이라는 것은 국내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가요 시장 쪽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칼럼은 표절이 옳다/그르다에 초점을 맞춘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 다함께 차차차


최근에 표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다함께 차차차'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카피캣 게임들의 표절 유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그런 카피캣 게임들이 많이 개발되고 또 성공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개발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조심스러운 의견이다.

실제로 '애니팡'은 비쥬얼드의 짝퉁이고, '다함께 차차차' 역시 표절 게임이라는 의견들이 분분하긴 하지만, 애니팡을 필두로 한 이런 게임들이 기존까지 비게임 유저들이였던, 동네 슈퍼의 주인 아줌마나 택시 기사, 심지어는 지하철의 할아버지들까지 게임을 접하게 하였고,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 보여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비게임 유저였던 분들은 이 게임들이 어떤 게임의 표절인지 아닌지는 아마도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냥 재미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하고 돈을 내고 결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분들에게 이 게임의 표절 유무를 운운하는 건 정말로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 애니팡


국내 스마트폰 게임의 역사는 이 게임 하나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이 성공하는 현재 시장에서 게임 개발자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일까?

당연하게도 이런 간단한 카피캣 게임들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개발 난이도가 낮고, 게임 개발 일정도 짧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개발 기간이 짧다는 이야기는 곧 개발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최근에 크게 성행하고 있고, 많은 개발자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나가서 창업하고 있는 벤처 게임 회사들. 일명 스타트업 기업들은 그리 풍족한 투자를 받고 시작하지 못한다.

모바일 게임 개발이 진입 장벽이 낮고, 빠른 시간안에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성공적으로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2~3억 원정도이다. '블레이드&소울'이나 '아키에이지'같은 게임이 개발비에 400~600억 정도 투입 된다는 것에 비교하면, 정말로 비교도 안 되게 적은 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저자본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빠르고, 성공할만한 게임들을 만들어야 하는 필연적인 상황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손쉽게 손을 대는 게임들이 카피캣, 일명 표절 게임들인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게임 쪽에서는 이런 표절 게임들이 먹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신화를 시작한 '애니팡'이나, 최근의 '다함께 차차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런 표절 게임들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게 되니, 다른 스타트업 회사들도 굳이 어렵고 힘든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당연히 만들기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카피캣 게임들을 만들게 된다. 게임 회사도 먹고 살려고 만든 회사인 건 당연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크나큰 문제가 생긴다. 표절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개발자의 자존심이나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난이도가 낮아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은데, 더군다나 카피캣 게임들까지 성행하면서, 게임 개발의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다. 이 문제는 개발자의 미래에 상당히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고경력 고연봉의 개발자가 필요 없어진다?”

바로 고경력 고연봉 개발자의 중요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PC 온라인 게임들, 특히 MMORPG의 경우에는 수많은 고경력 게임 개발자들의 노하우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수많은 높은 경력자가 필요하게 되고, 이런 많은 경험을 가진 개발자들이 개발팀을 이끌면서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스마트폰 게임의 개발 난이도와 진입 장벽은 너무나도 낮다. 애니팡을 개발한 개발자들은 물론 고경력의 개발자들이기 하지만, 만약에 지금 애니팡과 비슷한 게임을 개발하라고 한다면, 1~2년 차 신입 개발자들 3, 4명만 있어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게임이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의 사장이라고 생각해보자.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고경력 고연봉 개발자들을 많이 써서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개발 기간도 길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게임을 만들것인가? 아니면 신입 개발자들 몇 명을 데리고 카피캣 게임들을 빠르게 찍어내서 그 중의 하나가 성공하기를 바랄 것인가…

실제로도 최근에 필자가 본 한 모바일 게임회사는 7년이나 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자가 전부 20대 중 후반뿐이었다. 기존의 오래 있던 개발자들은 연봉이 맞지 않아서 내보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속으로 굉장히 놀랐었다. 실제로 그 회사에 있던 개발자들은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사실상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일하고 있던 개발자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경력 5년 차 정도 되는 대학생 개발자들이 실장이나 PD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란 기억이 있다.

물론 이 게임 회사가 특별히 안 좋은 사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일자리가 생겼지만, 그 일자리라는 것들이 대부분 10년 전의 연봉 수준인데다가, 회사 역시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들이 대부분이다. 게임 개발자로서의 일자리가 양으로는 분명 몇 배나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즉, 게임을 만들기가 쉽다는 이야기는, 굳이 고경력, 고연봉의 개발자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에 어려운 기술이나 뛰어난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로 이러한 점이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개발자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만약 이러한 시장이 계속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업계에 5년 차 이상 되는 개발자는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5년 차가 되면 연봉이 그만큼 오르게 되고, 뭣 하러 굳이 높은 연봉을 주고 비싼 개발자를 쓸 필요가 있을 것인가.

간단한 퍼즐 게임이나 카피캣 아케이드 게임을 만들려는데 굳이 비싼 개발자를 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 개발자는 경력이 5년이 지나면, 그 경력을 받아주는 회사로 이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런 여력이 있는 회사는 국내에서 한정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5년 차 이상이 되면 결국 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직접 스타트업으로 창업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도 게임 개발자들의 정년퇴직이 짧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러한 스마트폰 카피캣 게임들이 게임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서, 개발자들의 정년은 겨우 5년 남짓하게 돼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위의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현재 지금도 굳이 비싼 개발자를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 현재 시장이다. 유니티 엔진의 등장으로 게임 개발의 난이도는 크게 낮아졌고,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게임의 아이디어와 개발 기술은 기존의 성공했던 게임들을 가져와서 스킨만 바꿔서 만들어내면 된다. 멋진 원화 같은 것은 외주만 주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최근에 나온 '아키에이지'의 개발비는 약 600억가량이 들고, 개발 기간이 6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에 비해서 '다함께 차차차'의 개발 비용과 기간은 당연히 훨씬 낮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어느 게임이 더 성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느 게임 회사 사장이 연봉 몇천만 원씩을 주면서, 고급 개발자를 필요로 할 것이며, 성공이 어려운 고퀄리티의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할까?



“저는 늙을때까지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단지 흔한 게임 개발자일 뿐입니다.”

“게임 업계 선배들은 연봉 많이 받고, 잘사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오래된 선배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맨날 야근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가 이 업계에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품을 것인가?” 필자가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필자는 위에 언급한 고급 개발자들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현재의 문제에 대해서 특별한 해답을 가지고 있거나, 여기서 명쾌한 결론을 내놓지는 못한다.

다만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카피캣 게임들의 성공이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결코 반가운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문제점을 언급하고 싶었을 뿐이다. 흔히 어떤 유저들은 “표절이든 뭐든 재밌으면 그만 아닌가?”라고도 이야기한다. 나 역시 그런 유저들의 이야기가 틀리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디까지나 게임 개발자의 입장으로서 게임 개발자의 미래에 대해서 순수하게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로 발전하고 건강한 업계라면,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일수록, 더욱 인정받고 연봉이 높아져서 그동안 고생한 노력에 대해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업계가 바로 건강한 업계일 것이다. 지금도 외부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은 정년이 짧다. 비전이 없다는 등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 업계/게임 개발자들이 그런 시선과 오해에서 벗어나 이 직업은 미래가 있고, 고급 개발자들이 인정받으며,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열심히 게임 개발만 할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업계가 되기를 필자는 바라고 있을 뿐이다. 필자도 역시 앞서 언급한 카피캣 게임들의 성황이 개발자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단지 필자만의 기우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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