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바일 게임 죽이는 셧다운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칼럼 | 우영재 기자 | 댓글: 33개 |
5월, 셧다운제가 모바일을 노리고 있다


셧다운제가 모바일 게임을 겨냥하며 또다시 게임업계 발목을 붙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4일 경실련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게임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도 필요하다"며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셧다운제는 온라인 게임 중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일명 신데렐라법이라고도 한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듯,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자동으로 차단한다.

온라인 게임 부분과 네트워크 기반의 비디오게임에는 지난 2011년 11월 20일부터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성장성 고려와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보급률이 현저히 낮아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하에 셧다운제 적용을 2년간 유예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마련한 근본적인 요인은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학습방해, 수면부족, 자제력 상실 등의 문제와 아울러 사회적으로는 사이버폭력 등의 문제가 심화되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해서다.





그러나 셧다운제가 도입돼서 바뀐 부분이 얼마나 있을까. 여성가족부가 지목한 사이버폭력은 빈번히 발생했고 나아가 사이버 왕따 등의 신조어가 탄생했다. 또한 청소년들의 문화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법을 우회해 여전히 게임을 즐기는 일이 빈번하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셧다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전부터 실제 심야 시간에 청소년 게임이용은 미비한 것으로 나왔다.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 시행 후에도 전체 게임이용에서 보면 무의미한 수치라고 할 수 있는 0.3% 감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청소년 인터넷 게임 이용 시간대


다른 시각으로 표를 살펴보면 자정 이후 0.5%의 사용량이 0.2%로 줄어들어, 심야 시간 때 청소년의 게임 이용률이 60%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600명을 기준으로 0.5/100는 3명에 불과하다. 셧다운제의 시행을 위해 들어간 시간과 인력, 비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차원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수치일 뿐이다.

또한, 심야 시간 청소년의 게임 사용량이 줄어든 것 이상으로 주간과 저녁 시간 게임 이용률은 높아졌다. 주간에 1.7%가 저녁 6~8시간에 0.3% 상승했으며, 저녁 8~10시는 0.7% 상향했다. 애초에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효력이 없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 셧다운제가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해 5월, 모바일 게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최종안을 고시, 모바일 게임을 겨냥한 평가 기준을 추가한 것.

청소년인터넷중독피해예방 및 치료대책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인벤과의 통화에서 "모바일셧다운제는 일정대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5월 이후 시행할 계획이다"며 "현재 문화부와 관련 내용을 계속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 실태조사, 청소년 심야게임 이용 감소 0.3% 불과
여가부의 게임 평가, 적절한가?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 토론회



모바일 셧다운제, 무엇이 문제인가?


온라인 게임이 셧다운제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대규모 회사가 시장에 여럿 포진해 있었고 수익의 장기화가 가능해서다. 또 해외 매출의 비중이 높아 셧다운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비켜갈 수 있었다.

하나 모바일 게임사는 이와 다르다.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제작되는 모바일 게임에 셧다운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시스템 요소를 구축하는 것은 규모가 큰 게임사만 가능하다.

셧다운제 관련해 토론에 참가한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셧다운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나이를 파악하고 게임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중소 게임업체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시스템을 구축은 첫 번째 과제일 뿐이다. 이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그에 따른 인력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이 주류인 모바일 게임사의 평균 인원은 대여섯 명뿐이다. 기획과 개발에 필요한 소수 인원을 제외하고 여력이 없는 것.

다음으로 가장 큰 문제는 모바일 셧다운제가 모바일 오픈마켓의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셧다운제 시행 의무를 게임 제공자에 두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게임 유통 플랫폼도 '게임 제공자'로 해석될 수 있다. 게임사가 게임을 개발, 자의적으로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 플랫폼의 절차에 따라 동의하에 제공하니까.

즉, 게임 개발사가 셧다운제를 준수하지 않고 유통 플랫폼의 절차에 따라 게임을 제공해 법을 어겼을 경우, 이는 게임 유통 플랫폼 제공 업체에 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다. 개발은 게임사가 했으나, 셧다운제를 벗어나 변질된 게임을 배포한 책임은 플랫폼에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SOE)를 들 수 있다. SOE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발효되면서 2011년 11월 만 16세 미만 이용자들의 PSN 가입을 차단했다. 플랫폼 역할을 하더라도 법의 규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SOE는 선택적 셧다운제 발효 직전, PSN 기능을 임시 중단했다. 이미 한 차례 셧다운제에 준수하기 위해서 시스템 대응을 진행했지만, 선택적 셧다운제의 발효로 또 다른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 이에 대응이 완료되지 않아 국내 서비스를 아직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 SOE는 선택적 셧다운제 발효 직전 PSN 기능을 임시 중단했다


모바일 오픈마켓인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는 모바일 셧다운제가 발휘되면, 12시 이후에 한국 청소년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을 차단, SOE와 마찬가지로 셧다운제를 준수해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셧다운제의 규정을 벗어나지 않은 게임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등록되더라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제도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체 모바일 게임 매출의 34%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3월 미국 내 모바일게임 산업 플랫폼별 매출 비중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성과는 그리 좋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메트릭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무선 인터넷 트래픽을 통해 추정한 결과 국내 모바일 OS 시장에서 애플 iOS의 점유율이 역대 최저인 9.3%에 불과했다.

구글 플레이도 SK텔레콤과 KTF 등의 이동통신사 자체 어플리케이션 장터의 지역화 전략으로 대체 마켓이 존재, 국내 시장의 메리트가 부족한 실정이다. 과연 이들에게 규제에 맞춰 시스템을 재정비할 정도로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일까.

컴투스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카테고리가 닫힐 경우 "세계적으로 민망한 일이 될 수 있어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국내 매출은 표면적으로 0이 되는 상황이 된다. 2011년 말 두 글로벌 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추가로 T스토어 등 국내 로컬 마켓이 그동안 더 크게 성장을 하기는 했으나,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어 등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비쳤다.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규모가 큰 모바일 게임사들 외에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

게임빌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3천만 시대와 더불어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또다시 게임 카테고리가 폐쇄되면 게임사들의 피해는 물론, 고객들도 다른 국가의 계정을 통해 서비스를 받게 되고 양질의 게임들을 즐길 수 없게 된다"며, "무엇보다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와는 멀어져 지금까지 쌓아 왔던 경쟁력을 잃게 되고 고객들이 당당히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되는 부분이 가장 큰 피해가 될 거라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 여전히 국가 설정을 변경해 사용되고 있는 '유튜브'


유튜브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2009년 본인확인제를 시행하지 않기 위해 게시판 기능을 폐쇄한 '유튜브'는 국가 설정에서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 변경하면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이용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마치 오픈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생성되지 않아 해외 계정을 만들어 이용했던 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결국, 셧다운제를 추진하기 위해 국가 예산이 사용될 것이고, 이 때문에 산업은 죽어가며 국내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디지털 난민(해외 계정을 생성해 서비스를 이용)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만약, 셧다운제가 플랫폼을 피해 개발사에만 적용을 한정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 게임사도 국내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판매하지만, 셧다운 관련 규제를 적용할 수 없는 반면에 국내 개발사는 규제를 받게 된다.

이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ㆍ육성하는 것도 아닌, 이제 막 스마트폰으로 부흥의 시기를 맞이한 모바일 시장에 국가가 정책적 개입을 시도해 경쟁력을 쇠퇴시키는 노릇이다.

청소년과 산업을 안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셧다운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올레마켓과 T스토어처럼 국내의 마켓사와 게임사들이 청소년 모바일 게임 이용 현황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은 게임은 셧다운제가 도입되어도 규제할 방안이 없고, SNS와 연결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게임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이와 연결된 플랫폼에도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는 모바일 게임을 넘어 모바일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다분하다.

셧다운제를 위해 소규모 모바일 회사까지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 보다, 또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모바일 시장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서로 간의 제대로 된 연구를 통해 적절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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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산업의 미래를 가로막다


모바일 게임의 연령별 결제율을 보면 대부분 20대~40대 층이 가장 많은 결제를 한다.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청소년들은 사실상 5% 미만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실제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에 미치는 부분을 크게 바라본다면, 제한적이란 용어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셧다운제 자체가 게임에 대해 불건전한 콘텐츠란 선입견을 낳고 유능한 인재의 산업 진출을 막을 수 있다. 또 이러한 상황이 연속된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일은 당연지사다. 모바일 시장에 스타트 기업들의 벤처 붐은 사라지고 개인정보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인력을 갖출 수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

창의적 발상이 중요시되는 업계의 특성상, 다양한 아이디어는 곧 경쟁력이 된다. 모바일 셧다운제로 시작의 문턱을 높게 쌓아버리면, 업계 종사자와 지망생은 현저히 줄어들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창의력이 국한될 수 있다.

게임빌 관계자는 "혹시라도 (셧다운제) 도입된다면 1인 개발자나 규모가 작은 개발사의 경우 시스템 구축 비용의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성장하던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모바일 셧다운제의 재검토가 필요할 때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마련한 까닭은 학습방해, 수면부족, 자제력 상실 등의 문제와 게임이 야기하는 사이버폭력을 앞서 방지하기 위해 법적 규제가 필요해서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병행한다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정책이다.

위메이드 남궁훈 대표가 말했듯, 게임업계가 청소년 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겉핥기식의 대책으로 모바일 시장의 생태계를 뒤엎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란 말이다.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지표와 평가척도를 내세워 제대로 된 해결책 없이 때려잡기 식의 통제는 구시대적 발상 아닌가.



▲ 지스타2012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문화산업 공략 중 '5대 글로벌 킬러콘텐츠(게임ㆍ음악ㆍ캐릭터ㆍ영화ㆍ뮤직컬) 집중 육성'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 7일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적 자본이란 한마디로 신뢰 사회라 볼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 구체적 신뢰를 위해 노력할 때 사회적 자본이 촉진된다"고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나 모바일 시장은 킬러콘텐츠 육성 공약과 신뢰 사회 구축에 반하는 행로를 걷고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 확실한 대책 마련 없이 규제 대상으로만 보게 된다면, 결국 경쟁력을 잃고 해외 게임을 이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게임은 지난해 문화콘텐츠 수출액 48억 달러(5조원 가량) 중 27억 달러(3조원 가량)을 차지, 한류 및 싸이 열풍의 음악과 세계가 주목하는 해외 영화제서 잇단 상을 받는 영화까지 뛰어넘는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년 결산과 2013년 전망 세미나'에서 게임 업계의 정세는 온라인에서 모바일로의 이동이 본격화됐고 해외 시장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제 막 번성을 맞이한 산업에 족쇄를 채워 경쟁력을 감퇴시키는 것을 막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신뢰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모바일 셧다운제는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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