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중은 무엇을 원하는가?' GSL 결승, 그 답을 찾다

칼럼 | 박상진 기자 | 댓글: 9개 |





3월 9일,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로 치러진 마지막 GSL 결승이 끝났다. 결승전 행사장인 유니클로 악스 홀을 가득 메운 관중을 보며 이들은 왜 집이 아닌 결승전 행사장을 찾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실, e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외출하기 위한 준비시간, 이동시간, 경기 시간 및 귀가 시간을 따지고, 그에 따르는 부수적은 비용을 따지자면 집에서 편하게 TV나 PC를 켜고 경기를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GSL 마지막 자유의 날개 결승을 찾은 사람들은 왜 이러한 불편을 무릅쓰고 경기장을 찾은 것일까?

이번 GSL 결승은 곰TV 측에서는 많은 난제와 맞서 있는 상태였다. 2012년 시즌1, 2의 대흥행을 해운대에서 펼쳐진 시즌3 에서 잇지 못한 채 코엑스에서 벌어진 시즌4 결승을 맞았다. 다행히 정종현의 GSL 5회 우승과 이승현의 로열로더 달성을 두고 펼쳐진 시즌4 결승은 많은 관심을 끌고 나름 성공했지만, 이어 벌어진 시즌 5의 결승은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되었기에 그 열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연이어 벌어진 블리자드 컵 결승은 GSL 사상 최저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게다가 이번 결승은 저그 대 저그 동족전으로 벌어졌기에 결승전 현장을 찾을 팬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 아이언 스퀴드 챕터2(Iron Squid Chapter2)결승에서 등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스팀에이지의 분위기를 잘 살린 화면 구성 등으로 스타2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는 상태였고, 일각에서는 '더 이상 GSL이 최고 퀄리티라고 자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던 상황.

이러한 내, 외부적인 위기 상황을 곰TV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GSL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곰TV 오주양 상무는 인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멋있다는 이유로 한다기보다는, 의미 있고 e스포츠와 잘 어울리는 컨텐츠라거나 팬들이 이스포츠 관람 외에 만날 수 있는 볼거리가 무엇이 있을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외적인 과시를 위한 것은 약간 조심스럽게 생각이 드네요. 문화적, 지리적으로 차이가 있으니 우리 상황에 맞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곰TV 제갈량, 오주양 상무 "2013년, 승부수를 던집니다"(클릭하면 이동합니다)




[ ▲ 인벤과 인터뷰를 진행한 곰티비 오주양 이사 ]



우리 상황에 맞는 무언가를 찾던 곰TV는 자유의 날개에서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이기에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된 이번 결승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곰TV는 행사 장소를 유니클로 악스 홀로 정했다. GSL 최고의 결승으로 꼽히는 정종현과 박현우의 경기가 열렸던 그곳. 박현우의 소용돌이에 정종현의 함대가 모두 휩쓸려간 기념비적인 장소를 다시 찾아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수준급 이상의 음향 시설을 갖춘 유니클로 악스 홀에서 결승을 진행, 현장을 찾은 관중의 청각적 만족도를 최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결승전 현장에서는 유니클로 악스 홀의 음향 시설과 진태민 음악감독의 선곡이 어우러져 최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편, 선수들의 부스를 무대 뒤로 옮기고 전면 무대를 100% 디스플레이로 사용하는, 어찌 보면 무모할 정도의 도박수를 두었다. 하지만 이 결정 역시 '결승전 현장을 찾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짚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집에서 TV를 통해 e스포츠 결승전을 보는 시청자에 비해 현장을 찾아 경기를 보는 관중이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경기를 진행하는 선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e스포츠 경기가 아닌 일반 스포츠 관중과도 마찬가지인 부분이다.

그러나 곰TV는 선수들의 부스를 무대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마저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바꾼 후 두 가지 각도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현장을 찾은 관중은 무대 전면에 부스가 있을 때보다 더 선수를 지켜보기 좋은 환경을 구현한 것.




[ ▲ 현장에서 직접 디제잉 중인 진태민 음악감독 ]



결과적으로 이번 결승의 부스 배치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곰TV는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부스를 무대에 노출 시키지 않은 결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과거 이제동과 이영호가 대결한 네이트 MSL에서도 선수들은 가상 스튜디오에서, 관객들은 MBC 공개홀에서 경기를 지켜본 적이 있었다. 선수들을 볼 수 없는 현장, 그리고 연이어 터진 사고 덕에 e스포츠 사상 최악의 결승전이 되어버린 대회에서 보였던 방식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결승전 현장을 가는 도중 동료 기자에게 소식을 들은 기자 본인 역시 '왜 그런 판단을 내린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현장에 도착하고 화면에 보이는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하자 오히려 이 쪽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결과, 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전황과 함께 선수들의 표정 변화를 그대로 볼 수 있어 경기에 더 빠져들었다.

또한, 선수들 역시 무대 뒤편에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고, 결국 이번 결승 1세트에서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만한 명경기를 남기게 되었다. 현장을 찾은 관중 역시 그 어느 곳보다 더 선명한 경기 화면을 시각적 장애물이 없는 상태에서 관전, 윤정민 게임연출이 만들어낸 게임 화면을 즐기며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 ▲ 경기 부스를 백스테이지에 배치하고, 넓은 디스플레이 환경을 제공한 이번 결승 ]



그 규모에 비해 작년 후반기 초라한 성적을 남긴 GSL 결승, 그리고 타 대회 결승의 퀄리티 상승으로 위기를 맞은 곰TV는 '현장을 찾는 관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 그 대답을 스스로 찾는 데 성공했다. 결승전 현장을 찾는 관중에게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고의 연출을 선사함으로 위기였던 이번 결승을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결승전을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 가는 GSL, 그 현장에 서 있던 기자도 함성을 지르고 싶던 흥분된 마음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던 이번 결승. 이제 자유의 날개를 마치고 군단의 심장을 맞는 새벽에 이번 글을 쓰면서 벌써 다음 결승이 기다려진다.

이미 무대는 마련되었다. 멋진 무대와 최고의 경기력, 그리고 결승전 현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응원과 함성을 선사하는 팬들이 어우러진다면 e스포츠는 단순한 '게임 행사'가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될 것이다.

모니터로만 볼 수밖에 없던 2만 5천 관중의 함성이 울린 2011 블리즈컨 GSL의 모습. 에너지로 가득 찬 그 현장을 부러움으로만 바라볼 수 없던 그 현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다.




[ ▲ 군단의 심장에서는 더 많은 이들과 함성을 지를 수 있기를... ]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