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신형의 본좌로드, 팬들은 절대자의 출현을 갈망한다!

칼럼 | 김지영 기자 | 댓글: 27개 |



얼마 전 SK플래닛 프로리그 준플레이오프 STX소울 대 SK텔레콤의 대결이 끝이 났다. 7전 4선승제를 최대 세 번까지 반복해 승자를 가리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이신형을 앞세운 STX소울이 SK텔레콤을 상대로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총 8승이 필요했던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이신형 혼자서만 3승 1패를 기록, 자신이 명실상부한 슈퍼에이스임을 거리낌 없이 증명했다. 비단 프로리그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WCS 시즌1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통합 WCS 체제에서 최초의 세계 챔피언으로 부상한 이신형의 압도적인 기량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역대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는 임요환-이윤열-최연성으로 이어지는 '본좌' 계보가 있었다. 이후 새로운 5대 본좌의 출현 대신, '육룡'이나 김택용-송병구-이영호-이제동을 일컫는 '택뱅리쌍' 등의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져왔다.

그리고 현재,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는 바로 STX의 이신형임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과연 이신형이 이 기세를 이어 과거 이들이 누렸던 '본좌'의 수준에까지 오를 수 있을까?



■ 본좌의 정의 - 본좌란 어원에 대하여



[ ▲ 강철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루이 암스트롱', 이 캐릭터는 자기 자신을 '본좌'로 칭했다 ]

'본좌'의 사전적 의미에 가장 근접한 뜻은 무협지 등에서 자기 자신을 높일 때 쓰는 말이다. 본좌(本座)는 근본 본(本)자와 자리 좌(座)자 이 두글자를 쓴다. 즉 뜻을 풀이하자면 한 문파의 수장과 같이 요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본좌'라고 높여 일컫는 것이다.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기 자신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다가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본좌'라고 칭하기 시작한 것이 정확한 본좌의 어원이다.

과거 팬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한계를 초월해 절대적인 실력을 발휘하는 일부 선수들을 본좌라고 칭했다. 최초 임요환이 그렇게 불렸고, 이후 이윤열, 최연성이 본좌의 칭호를 계승하며 '본좌 로드'를 이어 나갔다.


■ 본좌의 의미 - 최강자가 가지는 상징성



[ ▲ e스포츠의 성지 '광안리 신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

광안리 결승 신화를 만들어냈던 e스포츠 최대 부흥기를 선도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도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초창기에는 임요환의 화려한 마린 컨트롤이 사람들을 압도했고, 그 다음은 이윤열이 센스 있는 운영을 선도하며 '스타급 센스'란 말을 탄생시켰다. 뒤를 이은 최연성은 '상식을 벗어나는 물량'을 선보이며 괴물 테란의 칭호를 얻었다.

당시 이들의 플레이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경탄하게 했다. 그리고 이들의 화려했던 경기가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았다. 임요환과 이윤열의 전성기로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e스포츠는 3대 본좌 최연성이 전성기를 맞이했던 '질레트배 스타리그' 즈음부터 스타리그 팬이 급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양적 확장이 절정에 치닫던 2007~2008년경, 상향 평준화에 의해 더이상 본좌는 탄생할 수 없다는 속설을 깨고 4대 본좌가 그 뒤를 이으며 인기의 고공 행진에 이바지했었다. 팬들이 '본좌'의 출현에 열광했던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플레이를 보자면 '이길 것 같다!'라는 느낌보다는 '질 것 같지 않다!'에 가까웠다.

사실 두 가지의 관점은 큰 차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 작은 차이가 관객을 전율하게 하고, 오감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자연히 시청자는 팬으로 변화되었고, e스포츠를 지지하는 하나의 세력이 되어가고 있었다.


■ 본좌의 여건 - 정상급 기량의 플레이어 모두가 본좌가 될 수는 없었다



[ ▲ 본좌는 혼자서는 될 수 없다. 라이벌과 호각을 다투는 치열한 명승부끝에 탄생한다 ]

본좌의 칭호는 절대적인 기량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다.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있어야 했고, 꾸준한 우승이라는 뒷받침도 있어야 했다. 과거 임요환은 홍진호라는 걸출한 조연이 있었고, 이윤열은 최연성, 최연성은 박성준이라는 라이벌이 있었다. 비록 본좌는 아니지만 이제동과 이영호가 격돌하던 시기에 두 선수의 팽팽한 대립구도는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과거에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던 선수들이 많았다. 전성기 시절 4대 본좌의 라이벌이었던 강민과 육룡으로 꼽혔던 김택용, 송병구, 김구현, 윤용태, 도재욱, 허영무도 많은 우승을 차지하고 프로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본좌란 칭호는 얻지 못했다.

이후로 2세대 본좌 칭호에 준할 법한 '택뱅리쌍'의 칭호가 팬들을 환호하게 했지만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와서는 거기까지였다. 지금의 이신형에게 과연 이러한 칭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사실 현재 이신형의 행보는 위력적이지만 이신형을 '본좌'라고 칭하기엔 시기상조다. 절대적인 경기력, 걸출한 라이벌도 가지고 있지만 이신형이 두각을 드러낸 지 아직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신형이 '본좌'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본좌'라고 칭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예비 후보' 정도가 적절하다.


■ 본좌의 성립 - 이신형은 본좌만이 가지는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 ▲ 본진 옆에서 기습적인 드랍도, 아예 앞마당을 장악하는 플레이도 이신형에겐 먹히지 않았다 ]

최근의 이신형의 플레이를 보자면 가히 전율적이다. 유리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기고, 백중세의 상황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신형에게 유리해지며 심지어 초반에 극히 불리하게 시작한 상황도 경기를 수십 분이나 더 이끌어가거나 역전승을 거두어 버리곤 한다. 군단의 심장에서 물이 오른 이신형의 플레이를 보자면 임-이-최로 이어지는 역대 본좌급 선수들이 떠오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이신형의 원동력은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탄한 기본기에 있다. 기본기가 탄탄하기에 상대방은 운영 대결로 경기를 풀어나갈수록 이신형을 대적하는데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략을 노리게 되지만 최근의 이신형은 이마저도 극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통 전략은 어림도 없고 11/11 전진병영이나 6산란못 빌드, 전진 광자포 러시 정도의 뒤가 없는 도박성 짙은 초반 전략이 아니면 이신형에게 피해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계 중에 김정민 해설은 '이신형의 경기는 불리하게 출발해야 재미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신형의 경기에는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불리하게 시작한 경기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상황은 가히 전율적이다.

이처럼 본좌에게만 느낄 수 있는 '약간의 차이'가 바로 이신형에게서 느껴진다. '이신형이 5대 본좌인가?'란 물음에 현재는 '아니, 아직.'이지만, 이러한 기질을 2시즌, 3시즌까지 이어나가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 본좌의 역할 - 진정한 '본좌'는 개인의 활약에 국한되지 않는다



[ ▲ 이신형이 '본좌' 대열에 들기 위해선 시즌1 파이널 우승 당시의 기량을 더 유지해야 한다. ]

현재 e스포츠 시장은 유래에 없는 종목 다변화를 겪고 있다. 새로운 국민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필두로 한 새로운 시장을 기반으로 서든어택, 월드오브탱크, 도타2등 수많은 종목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스포츠 시장을 열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도 이들과 경쟁하며 팬층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 블리자드는 군단의 심장을 통해 '보는 재미'를 강화했고, 선수들이 한껏 기량을 펼칠 무대를 준비해놓았다. 그리고 이신형이 전율적인 경기력으로 다시금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으며 절대적인 경기 기량으로 팬들을 전율케 하고 있다.

팬들은 환호할만한 절대자의 출연을 항상 갈망한다. 강력한 포스에 머리털이 곤두설 만큼, 상식을 벗어나는 판단과 한계를 초월하는 교전 컨트롤에 희열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플레이에 경탄할 그날을 기다린다. 그런 플레이어가 스타 플레이어며, 스타 한 명이 시청자를 팬으로 바꾸고 그들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어 또 다른 강적의 출현을 기대하게 된다.

과거의 스타크래프트는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스타2 또한 이러한 과정을 따라서 걷고 있다. 이신형이 '본좌'라는 칭호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될 스토리와 드라마, 이른바 '본좌 로드'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가 다시금 번영기를 맞을 것을 기대한다. 이신형의 활약이 비단 개인의 활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믿는다.

절대자의 출현, 그것은 스타2가 e스포츠 종목으로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활약이 새로운 팬을 만들어내기를, 과거의 선배들이 그러했듯 이신형도 새로운 시대의 패자로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