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갓겜'이 나왔는데 구매하지 않은 이유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247개 |



아무래도 게임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이 게임에 대해 자주 물어온다. 어떤 게임이 재미있고 인기 있는지, 혹은 이 게임 구매하려고 하는데 어떤지. 그럴 때마다 답변을 해주고 게임을 추천해주곤 하지만, 꽤나 의외의 답변이 들려올 때가 있다. 게임을 안 해보고 사지도 않았는데, 다 해본 거 같아서 살 필요가 없을 거 같다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인터넷 방송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이라는 콘텐츠가 국가나 대형 업체 단위에서 넘어와 '개인'이 진행하는 시대가 됐다. 라디오 방송부터 먹는 방송, 음악 방송, 그리고 '게임' 방송까지. 다양한 인터넷 방송 중에서도 게임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게임 방송은 인터넷 방송 중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다.


게임 방송과 구매에 대한 반응
"생각보다 재미있어 보이네? 살까?" vs "다 봤으니까 안살래~"

다양한 게임들이 방송으로 공개되면서, 유저들은 인기 있거나 반응이 좋은 게임들의 구매에 대해서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 보여서" 그 게임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게임 방송인이 게임을 진행해서 그걸 내가 지켜봤기 때문에 플레이할 생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멀티플레이 기반의 온라인 게임은 전자의 반응이 다수. 하지만 '선형 기반의 스토리 라인'이 강력한 게임, 혹은 어드벤처 기반 싱글 플레이 게임들은 후자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꽤 많다. 실제로 게임의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들은 게임 방송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케인의 유산과 언차티드 시리즈의 디렉터 및 작가였던 에이미 헤닉(Amy Hennig)은 과거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한 바 있다.

"There is also this trend now that, as much as people protest and say, “Why are you canceling a linear, story-based game? This is the kind of game we want.” people aren’t necessarily buying them. They’re watching somebody else play them online."

"사람들이 말하는 어떤 '추세'가 있습니다. "선형적인, 스토리 기반의 게임을 왜 만들지 않습니까?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게임이라구요."라고요. 그들이 게임을 반드시 구매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걸 지켜봅니다."

스토리가 게임의 큰 축을 차지하는 게임들, 대부분의 일직선 방식을 도입한 게임들은 방송으로 인한 콘텐츠 노출에 취약하다.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자 구매 욕구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게임 방송을 통해서 노출이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몇몇 게임들은 이를 방지하고자 방송, 영상 촬영 금지를 해두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페르소나5'다. '페르소나5'는 게임의 스토리 진행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출시 당시 이를 금지했다가 북미의 게임 방송인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페르소나5 리뷰를 쓸 때, 직접 폰으로 촬영했다. 모서리에 보면 모니터가 보인다.

거센 항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페르소나5'의 이러한 조치도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콘솔기기에서는 영상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하나, 게임이 출시되고 나자 캡처 보드 등의 다른 장비를 이용해 얼마든지 방송을 하거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게임사에서 제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기서 서두에 말한 괴상한 답변이 나오곤 한다.

"이거, 재미있으니까 한 번 사서 해봐. 갓겜임."
"아~그거? 방송이랑 업로드 영상으로 다 봤어. 안 사도 될 거 같아."


오히려 방송으로 게임의 매력을 접하고 구매하는 유저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히 있으며,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은 '잠재적 구매자'라고 할 수 있기에, 구체적으로 통계를 내기도 어렵다. 전자의 경우는 긍정적 영향이라고 볼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의도치 않은 게임 방송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게임 방송에도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소비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나오고 있다.



결국 게임방송은, '게임'을 보는지 '사람'을 보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김도랜드 영상 캡쳐)

누군가 게임을 플레이를 하는 걸 보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 플레이하는 걸 본다'라는 행위는 초점이 '사람'에게 가있느냐, 아니면 플레이하는 '게임'에 가있느냐에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임 방송인의 재치와 입담, 플레이를 보려고 게임 방송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호기심을 갖고 있던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대략적으로 보기 위해 게임 방송을 보는 경우가 있다. 소비의 형태는 언제나 다양하니까.

본질적으로 게임사 입장에서는 게임 방송으로 개발사나 개발자가 아닌 타인이 수익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이런 방송들로 인해서 게임이 적지 않은 노출 효과(시청자 수, 영상의 재생 수만큼)를 보고 있고, 나름의 이득이 있다고 판단해 제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은 직접적으로 게임 방송인들에게 '프로모션'을 제안해 어느 정도 플레이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1회성이 강해 콘텐츠 노출이 취약한 게임들. 개발자가 게임을 개발했지만, 정작 그 게임으로 방송을 한 사람이 후원이나 구독, 영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는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창출한 수익의 일부가 게임사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마치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느낌이다.

특히 높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싱글 플레이 기반 AAA급 대작들은 이런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당장 유튜브에 '라스트 오브 어스'만 검색해봐도 시작부터 엔딩까지 대사 하나 없이 플레이하는 것처럼 틀어주는 영상이 즐비할 정도다. 보기만 해도 게임을 다 해본 기분이 들 정도인 영상들이 부지기수다.



게임명만 검색해봐도 시작부터 엔딩까지 다 나온다.

경험 많은 몇몇 방송인들은 이런 위험과 부작용을 알고 방송 콘텐츠를 엔딩까지 보지 않거나, 실제 플레이해보면 느낌이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방송이 대부분이며, 이를 고지하지 않아도 게임 방송인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게임 방송인들과 게임사, 그리고 게임 스트리밍 업체까지 모두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이런 1회성 플레이가 매우 중요한 게임의 경우, 미디어의 출시전 리뷰에서도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구간은 영상이나 스크린샷 촬영 게재 및 언급이 불가능하고, 이에 대해서 NDA(Non-disclosure agreement, 기밀유지 협약)를 작성한다. 매체로서도 게임사로서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게임 방송에 대해서는 이런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방송에서도 특정 게임들은 콘텐츠의 노출 정도와 방송 영상 게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안내,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이제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
게임 방송, 결국은 해야할 불편한 답변이다.



결국 '시간'이 없어서 방송을 보는 것, 대리만족이다. 절대 나쁜게 아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과 플레이를 보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 '경험'과 '추억'이 남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경험은 어느 정도 있을지 몰라도 추억은 남지 않는다. 타인의 기억이 나의 기억인 것 마냥 남게 되는 것이다. 게임의 본질을 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경험할 순 없다.

그렇다고 게임 방송이 나쁜 것이다라고 할 순 없다. 개인 사정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을때 게임 방송은 훌륭한 대리만족의 수단이 된다. 혹은 게임 방송인, 프로 게이머들의 슈퍼 플레이나 재미있는 반응이 더 큰 재미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유저들에게는 게임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이, 게임을 접하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게임의 방송은 게임을 소비하고 홍보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고, 이를 이끌어가는 건 게임 방송인들이다. 하지만 게임 방송으로 일회성 소비로 '잠재적 고객'을 잃어버리고 있는 게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이 점점 매력을 잃기 쉽게 되어버리면 제작하는 메리트가 사라지고, 게임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결과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수익성과 메리트 모두 낮은 게임을 몇 년이나 고민해서 만들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결국 게임의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방송으로 게임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피해가 의도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면, 피해를 줄이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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