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희, 지금 PC/콘솔로 갑니다"

기획기사 | 박태학,양영석,박광석 기자 | 댓글: 50개 |




달라졌습니다. 그리 큰 움직임은 아니지만,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처럼 30대 초반 게이머라면, 그 변화는 더욱 더 피부에 와닿습니다.

요즘 국내 개발사들의 PC/콘솔 게임 제작 소식이 연달아 들려옵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사정은 여러분이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온라인, 모바일 게임이 아니면, 일단 투자받는 것부터 머리를 싸메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패키지 시절의 향수를 다시 이끌어낸다는 것.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단순히 도전으로 끝난 것도 아닙니다.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의미있는 성과도 나왔습니다. '배틀로얄' 게임의 창시자 브랜든 그린을 영입한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얼리엑세스 판매 시작과 동시에 스팀 전체 판매량 1위를 달성했습니다. 32,000원짜리 게임이 100만 장 넘게 팔렸으니까, 계산해보면 지금까지 최소 3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봐도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PC/콘솔 시장에서의 성공 사례로 남기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꼼꼼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PC/콘솔 출시작 및 출시 예정작은?

이런 국내 게임업계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미 시장에 출시된 작품과 출시를 앞둔 예정작들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임 몇 개 추려봤어요. 출시작 중에선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작품도 있습니다.

* 온라인 MMORPG를 스팀 및 콘솔로 출시한 경우는 제외.

-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블루홀, STEAM)
- 로브레이커즈 (넥슨, STEAM)
- DJMAX RESPECT (네오위즈, PS4)
-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로이게임즈, PS4 & PSVR)
- 화이트데이: 스완송 (로이게임즈, PS4 & PSVR)
- KIDO (넥스트플로어, PS4)
- 베리드 어 라이브 (넥스트플로어, PS4)
- 창세기전2, 창세기전3 (넥스트플로어, 휴대용 콘솔)
- 큐라레:마법도서관 (스마일게이트, PS4-Free to Play)
- 플라잉버니 (제페토, PS4-Free to play)
- 3on3 프리스타일 (조이시티, PS4-Free to play)
- 오퍼레이션7: 레볼루션 (파크이에스엠, PS4-PS4-Free to Play)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와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PC/콘솔 게임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넥스트플로어도 보이고요. 이외에도 제페토, 파크이에스엠과 같은 중견 게임사들의 시장 진입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입니다. 외국의 네임드 개발자를 섭외했고, 전통적인 패키지 판매 방식을 따르면서 출시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성과도 가장 좋았어요. 스팀 얼리엑세스 게임 중 최단기간 100만 장 판매 돌파, 동시접속자 수 5위 안을 꾸준히 마크하면서 새로운 히트작을 예고했지요. 또한, 트위치에서는 가장 핫한 시청 프로그램으로 떠올랐고, 북미 커뮤니티를 기준으로 e스포츠화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5월, 소니 컨퍼런스에서 'DJMAX' 시리즈의 최신작 'DJMAX RESPECT'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지스타에서 시연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죠. 'DJMAX RESPECT' 버전에는 디제이맥스 시리즈 포터블 1,2편의 모든 곡과 신곡을 포함해 140여 곡이 기본으로 수록되고, 백그라운드 영상이 HD 화질로 리메이크 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7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DJMAX RESPECT'의 가격은 49,8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개발자 '클리프 블레진스키'가 직접 제작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은 하이퍼FPS '로브레이커즈'도 지난 3월 16일 스팀에서 CBT를 진행했습니다. 이 게임 역시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부분유료화가 아닌 패키지 판매 형태의 '유료 게임'으로 출시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공포 어드벤처인 '화이트데이', 그리고 화이트데이의 6년 전 시점을 다룬 '화이트데이: 스완송'도 PS4로 연내 출시 예정입니다.

자체적인 독립 스튜디오인 '지하연구소 비피더스팀'을 보유한 넥스트플로어는 PC/콘솔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게임사입니다. 현재 3종 이상의 콘솔 타이틀을 개발 중인데요. PS4로는 액션 게임 'KIDO', 그리고 진승호 PD의 신작 '베리드 어 라이브'. 여기에 창세기전2와 3의 IP를 확보해 리메이크 버전을 휴대용 콘솔로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넥스트플로어의 'KIDO'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2월에 PS4 플랫폼 전용으로 '큐라레: 마법도서관'을 글로벌 출시했고, 제페토 역시 '산게임즈'에서 출시했던 모바일 게임 '터치 버니'를 PS4버전으로 개발해서 유럽 등 14개국에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또, 조이시티도 길거리 농구 게임 '3on3 프리스타일'을 개발하여 올해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북미 PSN 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부산 소재의 개발사 파크이에스엠은 자사의 FPS '오버레이션7: 레볼루션'을 PS4 독점으로 출시했는데요. 이에 맞춰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지난 2월 16일, 두 게임의 커런시 바우처를 각각 포함한 번들팩 2종을 따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따로 언급은 안 드렸지만, 국내 인디게임사들 역시 PS4 진출이 활발한 상황입니다. 버프스튜디오의 '용사는 진행중' 시리즈와 더불어 뎀 코퍼레이션의 '양파기사단', 자이네스의 '플루토비', 픽셀로어의 '서브테레인', 21세기 덕스의 '레이서:더트', 오키도키 게임즈의 '리프트카', 핸드메이드 게임의 '크렝가', 콰트로기어의 '블랙위치크래프트' 등등... 정말 많은 타이틀이 콘솔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지스타2016'에서 발표한 신작 인디 게임 타이틀들.



■ 플랫폼의 변화, 정부의 지원도 힘을 보탰다




이러한 게임사들의 변화는 PC/콘솔 플랫폼의 저변 확대에 기인합니다. 유저들의 인식이 변한 거죠. 일단 콘솔부터 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콘솔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PS4가 출시된 이후 상황이 조금씩 개선됐습니다. 여전히 국내 시장의 콘솔 보급률은 낮지만, SIEK의 적극적인 한국어화와 더불어, 콘솔 관련 행사를 매년 두 차례 이상 국내에서 진행하면서 콘솔 시장의 대중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글로벌 정책 역시 시장 변화에 영향을 줬습니다. 정확히는 XBOX가 윈도우10과의 공존을 선택한 이후입니다. 타이틀 한국어화도 조금씩 이루어졌지만, 최근에 발표된 'Xbox Live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이 대단히 파격적이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을 받지 않아도 Xbox와 윈도우10 마켓으로 출시 가능해졌습니다. 추후 ID@Xbox로 전환까지 가능하고요.

자, 그럼 PC 패키지 게임 유통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팀'은 어떨까요? 이미 예전부터 '그린라이트' 시스템을 통해 가능성 있는 게임들을 유저들이 직접 투표로 선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선별된 게임은 그린라이트에 등록되어 보다 쉽게 출시할 수 있었고요. 최근에는 그린라이트의 투표제를 악용해 이를 통과하는 게임들의 사례가 있어 그린라이트를 폐지,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인 '스팀 다이렉트'를 발표하기도 했죠.

이렇듯 플랫폼 사업자와 유통사들은 출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혹은 플랫폼 게임기가 많이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건, 지금은 7세대 콘솔(PS3, Xbox360)의 개발 환경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더 좋아졌습니다. 글로벌을 노릴 수 있는 콘솔, PC 유료 게임으로 눈을 돌려볼만 한 환경이 조성된거죠.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과 비교해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가 이미 증명하고 있고요.





시장 변화는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에서도 포착되었습니다. 지난 3월 28일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차세대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는 그동안 없었던 '콘솔 플랫폼 개발'도 포함됐습니다. 올해 사업은 목적별로 지원 금액을 다양화했어요. 수출전략시장 진출형인 ‘글로벌 분야’, 창업 3년 미만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Start-up) 분야’로 세분화해 업체의 신청을 받습니다. 이 사업에는 총 92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또, 부산정보산업진흥원도 지난해 지스타에서 발표한 것처럼 VR 및 콘솔 개발 스타트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SIEK와의 MOU를 통해 VR 게임 제작 기반이 약한 부산지역 게임사를 대상으로 테스트 기기를 지원합니다. 동시에 콘솔 게임 출시를 위한 프로세스 및 마케팅 지원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 변화의 중심에 선 게임사들의 생각은?





이러한 국내 게임 시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는 곳은 역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사인데요. 현재 PC/콘솔 게임을 개발 중인 게임사들에게 이러한 변화에 뛰어들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이슈의 중심에 선 블루홀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정체'를 체질 개선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모바일 게임은 크게 성공을 거둔 게임이 아니면 대부분 수명이 짧다. 따라서 더 다양한 장르, 플랫폼에 대한 도전이 필요했다"며, "이후 출시될 '테라'의 콘솔 버전으로 해당 플랫폼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에서 콘솔 시장의 규모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라는 걸 인식하고 있고, 자체적인 콘솔 게임 개발력을 보유함으로써 미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블루홀 뿐 만 아니라 현재 PC/콘솔 게임을 개발 중인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DJMAX RESPECT'의 네오위즈 게임즈, '화이트데이' 콘솔 버전을 개발 중인 로이 게임즈도 비슷한 시각이었죠.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우, 갈수록 커지는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신규 개발사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지만, 콘솔 시장은 국내 개발사 입장에서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로브레이커즈'의 넥슨 역시 "콘솔 및 패키지 게임을 꾸준히 내부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플랫폼 개척에 꾸준히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앞으로의 국내 게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로이 게임즈는 "온라인 모바일 게임의 입지가 탄탄한 국내 게임 시장에서 PC/콘솔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규모가 크기에 1~2개의 성공 사례가 더 등장한다면 국내 게임사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네오위즈 게임즈는 "지난해부터 VR 기기의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관련 타이틀도 출시되는 만큼, 시장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 게이머들에겐 '선물',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





정부 및 지자체의 PC/콘솔 게임사 지원 동기, 그리고 현재 관련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사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국내 게임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게임 시장을 조준하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배틀그라운드'와 '3on3 프리스타일'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고, 넥슨의 '로브레이커즈', 파크이에스엠의 '오퍼레이션7: 레볼루션'도 국내보다는 서구권 게임 시장을 목표로 개발중입니다. 이미 PSP로 판매량을 검증한 'DJMAX', PC 패키지 게임에서 시작한 시리즈인 '화이트데이'는 국내를 1차적인 시장으로 잡았으나 PS4로 출시 이후, 비슷한 문화권에서 추가 매출을 기대해볼 수 있지요.

물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는 게 '국내 게임 시장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넓게 본다면 국내 게임 팬 모두에게 유익한 현상입니다. 이미 국내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DJMAX', '화이트데이'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선물'입니다. 더 나아간다면, 유저 입장에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과 같은 도전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외국의 명작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국산 게임도 등장할겁니다. 최근 나온 게임 중 '배틀그라운드'에서 그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어요.

자,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이제,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국산 PC/콘솔 게임의 어깨 너머로 힘찬 응원을 보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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