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억하시나요? 당신의 향수를 자극할 게임 BGM 7선

기획기사 | 이평강 기자 | 댓글: 96개 |



"학교를 마치면 항상 집까지 마라톤이었습니다. 또래 친구들 그 누구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면 책가방은 항상 현관 앞에 던져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바람의나라'를 실행했습니다. 접속하면 로그인 페이지와 함께 나오던 그 음악이 제 머릿속에 여전히 생생합니다."

게임은 초창기부터 '음악'과 함께 해왔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 게임 '갤러그'도 BGM을 도입해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물론 갤러그는 게임 플레이 중에까지 BGM을 도입하지는 못했지만, 스타트 시나 점수 집계 화면 등에서 나오는 귀에 익숙한 3중 화음의 BGM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음악과 게임의 조화는 시대가 지나갈수록 더욱 필수 요소가 되어갔지요.

여러분들이 즐겼던 게임 속은 어떤 음악이 흘렀었나요? 우리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게임 음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그때 그 음악을 들으며, 잠시 여유를 갖고 추억 속으로 빠져보세요.



■ 포켓몬스터 시리즈 (Pokémon, 1996) - Game Freak


▲ 꼬부기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재생목록을 여시면 더 많은 곡들이 있습니다.


한 번도 플레이 안 해본 사람도 없고, 한 번만 플레이해본 사람도 없다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입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만큼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적/녹 버전'이 처음 발매되었던 1996년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물론 표현할 수 있는 음의 종류가 많지 않았던 게임보이 포켓 시절인 만큼, BGM의 구성은 단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상황에 걸맞은 분위기는 우리를 게임에 충분히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이 순간의 BGM보다 날 긴장하게 만든 BGM은 없었다.

게임과 BGM의 조화가 너무 필요 이상(?)으로 잘 맞아서 벌어진 해프닝도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유저들 대부분은 알고 있는 '보라 타운 괴담'입니다. 유령이 테마인 마을의 특색을 살려 BGM을 제작했지만, 당시 8비트의 음원밖에 지원이 안되던 게임보이 포켓의 특성상 무서운 분위기를 떠나 기괴한 느낌까지 받게 한 것인데요.

해당 BGM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코피, 구토 등과 함께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켜 기존의 게임팩들을 리콜을 했다는 등의 다소 과장된 듯한 루머가 존재합니다만, 루머의 사실관계를 떠나 이 BGM은 확실히 섬뜩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자 역시도 어릴 적 이 마을에 들어서면 게임보이의 볼륨을 줄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피와 구토까진..)

실제로 이러한 BGM의 영향으로 괴담들은 더욱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기도 했으며, 여러 형태의 포켓몬 괴담들을 만드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또한 팬들은 해당 음원을 리메이크하거나, 직접 연주하여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보라 타운 BGM은 위 영상 재생목록 31번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 이 작은 마을이 뭐라고..



■ 피파 시리즈 (FIFA, 1993) - EA SPORTS


▲ 예전부터 지금까지 실제 축구 선수를 표지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피파 시리즈'는 처음 발매된 93년부터 지금까지, 유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포츠 게임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파 시리즈와 함께 축구 게임의 양대 산맥을 이어온 코나미의 '위닝일레븐'도 있지만, BGM만 놓고 본다면 조금 더 생각나는 쪽은 피파 시리즈일 것입니다.

피파 시리즈는 유명 밴드나 가수의 곡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락 장르가 많지요. 물론 이러한 특징들은 스포츠 게임의 특성상,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좀 더 다이내믹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형성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EA의 이러한 전략은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고, 'Robbie Williams'의 'it's only us'를 포함한 많은 명곡들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피파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 2006년 5월 세계 최초로 '피파 온라인'이 출시됐습니다. 피파 온라인 시리즈의 BGM 역시 피망이 운영했던 '피파온라인 1'부터 현재 넥슨이 운영하고 있는 '피파온라인 3'까지 국내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 메이플스토리 (MapleStory, 2003) - 넥슨


출시 당시 주 유저층이었던 초등학생들과 같이 성장해온 그 게임 '메이플스토리'입니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파란을 일으키며 수많은 유저들을 유입시켰고, 어느덧 14주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는 추억의 게임의 반열에 올랐지요. 메이플스토리는 2D 그래픽의 아기자기한 게임성 자체도 강점이었지만, 그 중심에는 BGM이 있었습니다. 메이플스토리의 BGM은 로그인 화면 창부터 접속하는 유저들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필드의 BGM들도 메이플스토리의 전체적인 색깔과 조화를 이루며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 일반적인 게임 BGM들은 단조로운 진행과 마디의 반복이 많아 계속 듣다 보면 질리는 경우가 많은데, 메이플스토리의 BGM은 같은 진행에도 조금씩의 차이를 두어 같은 멜로디 구간도 들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업데이트나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새 BGM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 2월에는 메이플스토리 5000일을 기념해 대표 BGM들을 오케스트라 버전 앨범으로 제작하기도 했었습니다.





■ 환세취호전 (幻世酔虎伝, 1997) - 컴파일


연령대가 조금 낮은 분들이라면 살짝 의아해하실 수도 있는 게임이지만, 20~30대 분들이라면 어떻게든 한번 플레이해봤을 '환세취호전'입니다. 주당 호랑이와 변태(?) 강아지, 그리고 고양이 귀 여권사라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조합으로 진행되는 턴제 RPG 게임이랍니다.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세계관, 플레이 방식 등 모두 고전 게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게임입니다. 환세취호전의 BGM 역시 반복적이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사용하였는데, 지금까지 인터넷 방송이나 게임 영상 BGM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어린 시절 형을 따라서 플레이하다가 세이브 파일을 날린 아픈 추억이 있는 게임이네요. 아직 플레이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오래된 게임이라, 중간중간 세이브는 필수입니다)



▲ 특유의 개그도 한몫했었다.



■ 크레이지 아케이드 (Crazy Arcade, 2001) - 넥슨


일명 '크아'라고도 불리는 '크레이지 아케이드'입니다. 쉬운 조작법과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들에게도 온라인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큰 인기를 가져온 게임이지요. 온라인 게임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게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유저층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대의 PC로 2인 플레이(2P)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큰 메리트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피시방에서 한 컴퓨터에 두 명의 어린 학생들이 앉아있는 풍경들도 볼 수도 있었으며, 또 명절에 모이면 하나 있는 컴퓨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게임이기도 했답니다.

BGM은 독자적인 사운드도 물론 중요하지만, 게임 내의 효과음들과 얼마큼 조화를 이루는지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됩니다. 몇몇 게임들은 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의 몰입과 집중을 위해 BGM과 효과음들을 절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크레이지아케이드는 BGM과 효과음을 모두 잘 활용한 게임인데요. 가벼우면서도 톡톡 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BGM과, 물 풍선이 터지는 등과 같은 여러 효과음들이 가미되어 사운드와 게임의 조화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 "한때는 우리의 인기가 카카오프렌즈 애들보다 위였어...진짜야"



■ 바람의나라 (The kingdom of the winds, 1996) - 넥슨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를 하고 있는 MMORPG'라는 타이틀을 갖고 여전히 많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역사적인 게임입니다. 어떠한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넥슨의 기반은 이 '바람의나라'로 다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바람의나라가 지금까지 써온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BGM도 함께해 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메이플스토리'의 BGM들도 바람의나라의 이런 모습들을 잘 가져온 것이겠지요. 바람의나라에 접속하는 넥슨 로고부터 로그인 창까지, 그리고 수많은 필드 BGM들이 꽤 오랜 시간을 알게 모르게 우리와 함께 해왔습니다.

바람의나라는 게임의 배경이 우리의 옛 고구려, 부여 시대인 만큼, BGM 역시 전통적인 느낌의 음악이 많았는데, 실제로 우리의 전통 악기들을 많이 활용한 퓨전 국악의 느낌의 곡들이 무척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국악을 현대의 느낌으로 작곡하여 게임에 적용한 것인데, 이런 모습들은 게임의 분위기와도 조화를 잘 이루었으며 유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전통음악을 기반으로도 게임 BGM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뒤이어 나온 '거상'과 같이 역사적 세계관을 가진 다른 게임들에게도 그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 이 순간 들렸을 BGM은 그 어떤 BGM보다 참담했을 것이다.



■ 테일즈위버 (Talesweaver, 2003) - 넥슨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요? 게임 BGM에 대한 평가에서는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까운 그 게임 '테일즈위버'입니다. 테일즈위버는 게임의 세계관을 유명 판타지 소설인 '룬의 아이들'을 기반으로, 일반적인 타 게임들보다 '스토리' 그 자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 게임입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온라인 RPG'라는 장르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이러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욱 신경을 쓰며, BGM 역시도 감성적인 느낌을 띄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BGM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작곡가 '남구민'씨가 만든 'Reminiscence''Second Run'은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커뮤니티 등을 보면 이 두 개의 BGM을 듣고 게임을 시작했다는 유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테일즈위버의 BGM들은 서정적인 느낌의 게임 BGM으로써는 단연 최고라 평가받으며, 게임이라는 장르를 떠나 TV 프로그램, 타 사이트 등에서의 BGM으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3인조 클래식 밴드인 '바닐라 무드(Vanilla Mood)'가 따로 테일즈위버 BGM을 주제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었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몇몇 분들의 스마트폰 안에도 이 BGM들이 저장되어 있지 않을까요?



▲ BGM이 수록된 앨범 커버, 얼마나 각별한 신경을 썼는지 느껴진다.




사실 게임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면 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음이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음들은 여러분이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훗날 지금처럼 그 게임을 조금 더 추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가끔 이렇게 가만히 그때 그 음악들을 듣다 보면 플레이하던 게임뿐 아니라 그 어릴 적 게임을 즐기던 내 모습, 컴퓨터가 있던 방, 그리고 함께 플레이하던 친구들까지 떠오릅니다. 게임을 할 당시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게임 BGM을 흥얼거렸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 쯤 있지요. 게임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만드는 기본 재료이자 완성도를 높이는 비장의 조미료입니다.

올 추석 귀경길에는 예전에 즐겼던, 혹은 지금 즐기고 있는 게임 BGM을 들으며 추억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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