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학 생활의 낭만을 원해?" 신입생을 위한 학과별 추천 게임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43개 |



12월 말부터 내년 1월까지는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시 모집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누군가는 성적에 맞춰서, 다른 누군가는 취향과 목표에 맞춰서 대학 학과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입생으로 들어가는 학과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활용하리란 것이다. 곧 2018학번이 될 신입생들은 아직 닦지 않은 원석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게임 몇 가지를 추천하려 한다. 앞으로 4~7년가량을 보내야 하는 대학교. 그중에서 신입생들이 선택한 학과별로 '실제 학교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임들을 말이다. 대학생활의 낭만은 단순히 캠퍼스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문예창작과를 위한 추천 - "앨런 웨이크"


공학자 주인공이 판치는 게임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설가라는 직업을 어필했던 게임 '앨런 웨이크'. 문학창작과를 지망한 학생이라면, 어떻게 해야만 각박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매우 급한 상황에서도 남의 맞춤법을 지적하는 올곧음, 글 쓸 때의 집중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격 솜씨까지. 진정한 문과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희망이 되었는지를 가늠케 한다.

문학을 하는 주인공은 독백마저 남다르다. "그것은 호수가 아니다. 바다다."나, 초자연적인 힘을 보고 나서 느끼는 감정들 모두를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또한, 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올해 5월 15일부로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데, 문과는 더더욱 어렵다. 슬픈 현실이다.





산업공학과를 위한 추천 - "팩토리오"


팩토리오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공장설비를 만드는 게임'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공장 이곳저곳으로 돌리고 생산설비와 연구설비 간의 효율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야말로 산업공학과에게 제격인 게임인 셈이다. 학문적인 영역에서 공유되는 것들이 있는 경영학과라면 좋은 실습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증권시장론을 듣는다고 해서 우리가 주식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적어도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생산관리를 부전공으로 듣고, 산업공학과의 이점을 살려 '팩토리오'로 이론을 현실로 만들어보자. "교수님, 공장 운영해보니까 그게 아니던데요?"라고 수업에서 질문을 던지면, 그 학기 A+ 학점은 떼놓은 당상이다





기계공학과를 위한 교본 - "비시즈"


기계공학 커리큘럼에서 필요한 것은 '수학'과 '물리학'. 공업수학은 물론이고 미적분, 통계학, 일반화학과 물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시즈'는 기계공학과를 위한 최적의 게임이다. 물리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설계를 해야 하고, 수많은 시도를 거치면서 결과물을 기록하는 과정들, 불과 유기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까지. 배워놓은 모든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을 끝마친 기계공학도들의 결과물은 '비시즈_근황.jpg'라는 게시물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중세 건축이라는 한계를 벗어던진 현대 문명과 같은 공성전차부터, 궤도 레이저포, 전투형 안드로이드까지 모든 것들이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다. "극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도 같이 느껴지는 것"이라는 말. 그게 딱 맞다.





컴퓨터공학과를 위한 실습과정 - "핵넷"


"큿! 이런! 누군가 해킹을 시도하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연인이 생긴다는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컴퓨터공학과라면 신명 나는 대학 생활을 위해서 이 게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핵넷'은 그야말로 해킹 시뮬레이터 같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굳이 티가 나는 연기를 할 필요도 없고, 그저 즐겁게 게임을 즐기다 보면 전문 해커처럼 보일 수 있다.

게임은 터미널에서 명령어를 입력하고, 해킹을 시도하는 게 전부. 꽤 단순한 UI는 신입생인 당신을 능숙한 해커로 포장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마치 전문 해커가 된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컴공의 멋짐을 책임지는 해킹천재 신입생 컨셉을 즐기다 보면 한 학기는 금방이다.





법학과를 위한 게임 로스쿨 - "역전재판 시리즈"


지난 11월 1일 사법시험이 종료되면서 로스쿨 체제로 이행된 법학과 학생들에게는 '역전재판' 시리즈가 실전 법정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될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게임 로스쿨'쯤 될까? 심지어 법학과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진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까지 한다. 변호사, 판사, 검사, 그리고 증인들을 살펴보고, 실제 법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을 만날 수가 없으므로 접하기가 어렵다. 정식 발매된 NDS 소프트들은 한국어화가 없으며, 모바일판은 판매 종료를 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의 법학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다. 학업에 열중하고 있겠으나, 이참에 외국어 실력을 키워서 국제 변호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호텔조리학이 만날 미래의 환경 - "오버쿡드"


레스토랑의 주방은 언제나 바쁘다. 그리고 업무는 분담되어있다. 좁은 주방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동선을 고민해야 하며, 여기 저기 산재한 날붙이들의 관리, 안전사고 방지, 실수 없는 주문처리 등 신경 써야할 것들이 수 없이도 많다. 문제는 이런 환경에서 실제 계획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는 점이다.

'오버쿡드'에서 플레이어들은 타인과 협력하여 요리를 제작해야만 한다. 물론, 세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여기저기 안전사고가 터져 나오며, 일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역할을 분담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요리야 어디서든 배울 수 있겠지만, 언제 또 이렇게 여러 명과 실전을 겪을 일이 있겠는가. 이 게임이 알려주는 것은 '협동'하는 방법과 그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경영학부의 바이블같은 게임 - "캐피탈리즘"


경영학부 새내기에게 게임을 추천할 때, 소위 말하는 '타이쿤' 시리즈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겨우 동네 구멍가게 하나 운영하는 느낌으로는 우리의 학구열을 만족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캐피탈리즘'은 한점 틈 잡을 데 없는 완벽한 교과서다. 회사의 경영, 재고관리와 부동산, 금융 및 주식까지 구현한 게임 내 시스템은 그야말로 현대 시장경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즉, 경영과 경제 양쪽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무언가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일단 대출부터 받고 본다는 사실까지 포함된다. 그러니 경영학부 새내기라면 어떤 게임을 하냐는 선배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주자. "캐피탈리즘?"





순수예술은 어려워! 미술학과 - "파스포투트"


현대미술의 미학은 게임 내에서도 통하기 마련이다. 예술적인 재능을 꽃피우고 싶은 미술학도들에게는 '파스포트트: 배고픈 예술가'가 어울리겠다. 현실에서 갈고 닦은 데생실력이 게임 내에서 어떤 가치가 매겨지는지 시험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록 캔버스는 작아졌고 붓은 마우스로 변해버렸지만, 명필인 당신이 도화지 따위를 가리지는 않는 법. 신입생의 불타는 창작욕 앞에서는 그저 자그마한 걸림돌이 될 뿐이다. 동시에, 게임 내에 등장하는 NPC들이 현대 미술에 조예가 깊음을 알게 된다. 그저 점만 찍어도 좋은 가격이 매겨지는 기현상을 보여주니 말이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당신도 그렇듯, 예술혼이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H2O가 산소면? 화학공학과를 위한 게임은? - "스페이스켐"


"수헬리베붕탄질산플네나마알규인"으로 주기율표의 여신을 소환하던 화학 분야에서는 화학공학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은 심화한 학문을 체험한다. 화학공학과에서는 분자와 원자를 이용한 화학제품과 공정에 관해서 연구하게 된다. 단순히 화학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쉽고 빠르게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기 마련이다. 주기율표보다는 공정 최적화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기에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변태 같은 게임, '스페이스켐'은 정말로 화공과를 위한 최적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화학이라는 게임의 제목답게, 제공된 원소를 결합·분리해서 목표로 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문제는 순서도를 직접 제작하고, 알고리즘을 짜야 된다는 것. 복잡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화학공학과에는 꽤나 깊이 있는 퍼즐 게임이 될 것이다.





'석션!'을 외치는 의학계열이라면 - "서전 시뮬레이터"


대학 병원이 무대였던 어느 만화에서 주인공은 이런 대사를 남겼다. "(외과 의사는) 죽인 환자 수만큼 성장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은 법이다. 기나긴 인턴 과정과 전공의 과정을 버텨야 하며, 시험을 통해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지만 고강도 노동환경 속에서 실제 수술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의 신입생들은 이 게임을 해봐야만 한다.

서전 시뮬레이터에서는 온갖 환자들의 신체를 열어보고, 치료할 수 있다. 응급환자, 대통령의 갈비뼈, 외계인의 어금니까지 전부. 수술 과정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매우 어렵다. 의과대 신입생들에게는 이만한 실습 과정도 없을 거다. 그리고 자랑도 할 수 있다. "제가 (게임에서) 환자를 수백 번 치료해봤습니다"하고.





엔진오일은 어떻게 갈지? 자동차공학과의 교본 - "카메카닉 시뮬레이터"


과장을 하지 않더라도 이 게임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괜히 뒤에 '시뮬레이터'가 붙은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는 그저 차만을 고치고, 해체하고, 고치고를 반복한다. 가끔 시험 운전하러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운전석에 앉아있을 일도 없다. 자동차공학과를 선택한 신입생 모두가 정비 및 검사업체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겠으나, 차의 내부 구조를 알고 직접 수리한 경험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이론적인 수업을 마치면, 이 게임으로 자동차의 A부터 Z까지 전부 섭렵할 수 있다. 유명하다 싶은 차량은 일단 게임 내에서 만져볼 수 있으며, 차량마다 주의할 점까지 체득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괜히 스팀 페이지에 '리얼리스틱'과 '교육' 태그가 붙은 게 아니다.





번외편: ROTC 과정을 위한 - "커맨드: 노던 인페르노"


남들은 2년 갔다 올 때, 4년을 다녀와야 하는 자들. 우리는 그들은 ROTC라고 부른다. 일반 사병이 아닌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지휘 경험'. 군대에서의 지휘경험은 단순한 리더십이 아니라 부대의 전략적인 움직임을 판단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군대 내부에서 실전에 가까운 지휘는 워게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실제 부대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게임 내의 부대를 이동하는 형태다. 그러므로 '노던 인페르노'는 워게임의 예행연습으로는 아주 훌륭한 사전 학습이다. 이 게임을 추천하는 나에게는 보인다. 사단 워게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포상을 잔뜩 챙겨가는 당신의 모습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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