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플랫폼의 벽을 허무는 '크로스 플레이', 새로운 대안이 될까?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22개 |



작년 E3 2017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가 몇몇 게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면서 크로스 플레이 논란에는 불이 붙었다. 이미 GDC 2016에서 ID@BOX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플랫폼과의 연계 가능성을 연 MS. 그리고 지금까지 폐쇄적인 정책을 택했던 닌텐도까지 E3 2017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니의 PS만 크로스플레이 지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이는 게이머와 개발자들 간의 논란으로 연결됐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닌텐도 E3 2017 스팟라이트의 '로켓리그'영상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면서 "모든 플랫폼은 크로스플레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로켓리그의 개발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크로스플레이가 게이밍의 미래"라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2018년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모바일'을 공개하며 PC-콘솔-모바일 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니, 약 1년의 세월이 지나서 자신들 스스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게 된 셈이다.(파라곤도 PS4와 PC 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엔진사 스스로 모바일과 콘솔, PC를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하고자 했고, 실제로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 크로스 플레이가 뭔가요?




그럼 대체 크로스 플레이가 뭐길래, 어떤 장점이 있기에 이런 논란으로 번지게 되었을까? 크로스 플레이는 말 그대로 플랫폼 간의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cross-platform play)을 의미한다. 마인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들이 기종과 관계없이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외에도 타 기종과의 멀티 플레이 외에도 후속 기종과의 멀티플레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PS3와 PS4, PS VITA에서 각 기기 간의 멀티플레이가 가능 경우가 예가 될 수 있다. 기기의 세대가 다르고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을 경우, 각각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플랫폼 환경에 따라 조작 체계는 달라질 수 있으나, 같은 게임환경을 공유하게 되며, 다른 기기의 유저들과도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네트워크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조작 체계의 차이 때문에 완전히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 플랫폼 내부 정책을 이유로 각 플랫폼 간의 크로스 플레이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PC - PS4 / PC - Xbox 간의 멀티플레이는 가능하지만, PS4와 Xbox 간의 플레이는 불가능한 것이 예다.

이외에도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가 되었던 'HTML5'를 이용한 게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PC와 모바일 기기의 크로스 플레이를 이전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설치하지 않고도 PC와 모바일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실행되므로, 애플이나 구글의 까다로운 마켓 심사 기준을 따를 필요도 없다.

아직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내부의 캐주얼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잔디소프트의 MMORPG '매드월드'나 드래곤플라이의 FPS '프로젝트 H5'와 같이 많은 수의 이용자들이 필요한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다.

▲ 드래곤플라이의 HTML5 FPS, '프로젝트 H5'



■ 크로스 플레이에 대한 두 시선, 그리고 현재

분명한 것은 유저의 입장에서는 유저 풀의 확대, 플랫폼 간의 멀티플레이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점이다. 출시일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플랫폼과 관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메리트다. 게임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유저 수가 보장되니 어떠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구매, 플레이하더라도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을 운영하고 보유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크로스 플레이에 대한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기술적·운영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도 크로스 플레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MS의 Xbox와 소니의 PS4가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 서로 다른 콘솔들. 그렇기에 다른 선택들.

일단, 시장 점유율 면에서 MS와 소니는 차이가 벌어져 있다. 슈퍼데이터는 PS4와 Xbox One의 판매량 차이를 약 2배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2017년 12월 PS4의 판매량이 7,000만 대를 넘었으므로, Xbox One의 판매량은 3,000만 대 정도가 판매된 셈이다. 즉, 시장 점유율에서 큰 차이가 난다. PS4가 콘솔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면, Xbox는 자신들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선택지를 가져가야만 한다.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MS는 크로스 플레이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다. 일단 윈도우 스토어라는 PC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자사가 운영 중인 플랫폼을 하나의 큰 틀로 묶으려는 시도 또한 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부족한 독점작을 가지고 있지만, 기기의 성능은 나은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따라서 MS는 크로스 플레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PS4를 크로스 플레이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보인다. 자신들은 잃을 것이 적고,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는 요소이므로.

반대로 퀄리티 있는 독점작, 서드 파티가 중심을 지키고 있는 PS 진영에서는 경쟁 콘솔과의 크로스 플레이가 반갑지만은 않다.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 나가고 있고, 기조 자체가 독자적인 콘텐츠의 퀄리티에 기반을 둔다. 때문에 서드 파티의 크로스 플레이는 시장이 겹치지 않는 다른 플랫폼으로만 한정하여, 이용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 같은 링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적절한 선택이다.



▲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PS의 시선은 다르다.

그래서 다른 콘솔 기기와의 크로스 플레이는 고려되지 않는다. 작년 E3에서 로켓리그 개발자가 인터뷰를 통해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현재 소니 측만 'Yes'라고 말한다면, 언제던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다. 지금은 정책적인 면에서 벽이 있다"라고 설명한 것처럼, 타 기종과의 크로스 플레이를 정책·보안적 이유에서 거부하고 있다. 다만, PC와 PS4 간의 크로스 플레이는 지원되는 상태다.

이러한 기조 때문에 '마인크래프트'도 PS4와의 크로스 플레이가 제외됐다. 현재 마인크래프트는 PC, 모바일, VR, Xbox, 닌텐도 스위치(개발 중)를 모두 아우르는 멀티 플레이 환경을 구축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소니는 정책적인 문제 때문에 크로스 멀티 플레이에 포함되지 못했다.



■ 그렇다면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일단, 과거와 비교해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스트리트 파이터V, 마인크래프트, 하스스톤, 로켓리그 등 멀티 플레이 위주의 게임들은 점차 플랫폼의 벽을 허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발전하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지금에는 기술적인 문제나 제한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크로스 플레이는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제 오직 하나의 기기만을 보유하고 이용하는 시대는 조금씩 의미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일련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입장차이 때문에 문호가 개방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멀티플레이를 유료로 판매하는 콘솔 기기에서 별도의 월정액을 지불하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내부 정책을 이유로 멀티플레이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몇몇 게임에서는 PS4와 Xbox 간의 멀티플레이가 이루어지는 해프닝이 있었고,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빠르게 수정한 사례들도 있었다. 플랫폼에 따른 조작 변화는 있을지언정, 지금 시점에서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어찌됐던, 크로스 플레이는 멀티 플레이를 지향하는 게임에 있어서는 고려할 만한 사안이 됐다. 턴제 게임뿐만 아니라 이제는 TPS까지 다른 플랫폼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크로스 플레이는 거부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이다.

각자의 플랫폼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제한적인 영역만을 제공할 것인지. 나머지는 이제 플랫폼 홀더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플랫폼 홀더가 아니라 외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로켓리그나 포트나이트와 같은 서드 파티의 게임들처럼 말이다.
공유하기
주소복사

코멘트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