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방치형 게임, '간편함' 넘어 다음을 보여줘야 할 때

기획기사 | 이두현 기자 | 댓글: 20개 |
혹시 '방치형' 게임을 하시나요? '방치형'은 플레이어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캐릭터가 알아서 싸우고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의 한 장르입니다. 외국에서는 'Idle(게으른, 나태한) game'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플레이 방식에 따라 '클리커' 게임, '인플레이션' 게임, '관상형' 게임, '잉여' 게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방치형'은 이미 90년대 PC 게임에서도 등장한 개념입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아이템 파밍, 스테이지 진행 정도에 머물고 전투는 정해진 인공지능에 따라 캐릭터들 스스로 진행됩니다.

현재 흔히 말하는 방치형 게임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은 PC, 콘솔과 비교해 기대할 수 있는 게임성이 한정됐죠. 이런 이유로 캐릭터 디자인과 간편함을 극대화한 방치형 게임이 등장해 유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초기엔 실험적인 방치형 게임이 나타나다, '탭 타이탄'과 '거지 키우기'가 등장해 성과를 거두면서 "어? 이게 먹히네?"라는 반응이 게임 업계에 돌았습니다.

비교적 개발이 쉽다는 장점으로 방치형 장르는 인디씬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타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간편한 방치형에 인디씬만의 독특함을 넣는 거죠. 대표적인 예로 '어비스리움'이 있습니다. 단순히 '탭' 하는 것만으로 나만의 아름다운 수족관을 만들 수 있는 '어비스리움'은 많은 유저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방치형 게임은 인디씬의 한계로 꼽히기도 합니다. 보통 인디 게임 업계에서 신작이 나오면, 유저는 '인디만의 독특함'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전에 해본 방치형에 스킨만 다른 게임'이란 느낌을 받으면 유저는 실망하게되죠. 양산된 방치형 게임은 유저들이 인디 게임에 등을 돌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치형 게임은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됩니다. 인디 게임에 기대하는 창의성이나 독득함을 갉아 먹고, 기획자와 개발자에겐 쉬운 길만 가게 한다고요. 하지만, 장르 자체가 잘못일 수는 없습니다. 게임에는 성장과 목표 달성의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복잡한 조작 없이도,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아도 꾸준히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 방치형 장르가 가진 강점입니다.


주목받았던 방치형 게임

▲ '마이 오아시스 - 힐링 되는 하늘섬 키우기'

위 게임은 버프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마이 오아시스-힐링 되는 하늘섬 키우기'입니다. 개발사는 "자기 전에 하면 정말 힐링 되는 게임'이라고 간략히 소개합니다. '마이 오아시스'를 시작하게 되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황무지와 같은 섬만이 보입니다. 단순히 '탭'하는 동작으로 하트를 얻게 되고, 이렇게 얻은 하트로 자신의 섬 하나하나 꾸며나가는 게임이죠.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지만 점차 아름다워지는 나만의 섬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어비스리움 - 탭으로 키우는 수족관'

거대한 흰수염 고래가 유유히 떠도는 게 인상적인 '어비스리움'입니다. 이 게임 역시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탭'으로 점수를 얻어 자신만의 수족관을 가꾸는 작품인데요. 몽환적인 그래픽으로 이뤄진 수족관과 신비함을 더하는 배경 음악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난달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3,000만을 달성한 '어비스리움'은 국내 인디 개발사인 '아이들상상공장'에서 제작된 게임입니다. 현재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개발 중인 아이들상상공장은 모바일에서 다 못 보여준 아름다운 그래픽을 콘솔에 담겠다고 포부를 전한 바 있습니다.

▲ '탭 타이탄1'

뒤돌아선 캐릭터가 자신보다 2배는 훌쩍 넘는 타이탄을 공략하는 '탭 타이탄'입니다. 앞의 두 게임과 다르게 전투가 목적인 게임인데요. 공격은 칼을 휘두르는 동작 하나지만,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크게 늘어나는 데미지와 인상적인 필살기가 특징입니다. 캐나다에 위치한 개발사 '게임 하이브 코퍼레이션'에서 2달 만에 내놓은 게임이라고 해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현재 '탭 타이탄'은 인기에 힘입어 두 번째 시리즈까지 출시됐습니다.

▲ '중년기사 김봉식'

얼떨결에 쓰게 된 투구가 안 빠져 그냥 기사가 되기로 한 '중년기사 김봉식'. 플레이 자체는 캐릭터가 알아서 던전을 공략해 나가고, 유저는 '주 잡기', '멧돼지 퇴치' 등 부가적인 퀘스트를 선택하며 골드를 획득합니다. '중년기사 김봉식'의 특징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치의 데미지인데요. 만, 억 단위를 훌쩍 뛰어넘어 조, 경, 해 그 이상의 단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중년의 멋을 풍기는 아재개그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쏠쏠한 재미입니다.

인디씬을 벗어난 방치형 게임들은?
네이버 웹툰, 유명 IP와 결합한 방치형 게임

인디씬에서 떠올랐던 방치형 장르는 서서히 메이저 게임사의 눈에도 들어 왔습니다. 메이저 게임사들은 기존 방치형 게임에 유명 IP를 혼합한 게임들을 선보였습니다. 올해 국내 출시작인 '전자오락수호대 with NAVER WEBTOON'과 '라그나로크: 포링의 역습'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전자오락수호대'는 웹툰 작가 가스파드의 동명의 작품의 IP로 제작된 게임입니다. 원작의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 용사를 수호하고 아군과 적군, 아이템까지 모두 준비하는 것은 전자오락수호대'라는 컨셉을 방치형으로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에 힘입어 구글이 선정한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즐기는 대세 게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방치형에 채팅을 도입한 '포링의 역습'

1세대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인 IP로 꼽히는 '라그나로크'도 방치형 게임으로 선보여졌습니다. '라그나로크: 포링의 역습'은 원작에서 보던 직업, 몬스터, 스킬, 아이템 등을 방치형 장르에 녹였는데요. 이 게임은 단순히 캐릭터가 뛰어가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걸 넘어서, 채팅을 방치형 장르에 도입했습니다. 기존 방치형 게임의 경우 혼자 즐기다 보니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았었죠. '포링의 역습'은 다른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해 지루함을 덜어내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메이저 게임사 입장에서 IP를 도입한 방치형 장르는 적은 개발 부담으로 최소한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매출 순위가 높게 나오는 게임을 만들고 싶겠지만, 고 매출 게임의 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적당한 매출을 바란다면 방치형은 메이저 게임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중대형 게임사들이 방치형 장르는 보조 매출 수단으로써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귀찮아진 '방치형 게임'
이제 필요한 것은 참신함



▲ 매출 상위권에서 방치형 게임을 찾긴 힘들다

모바일 게임에서의 방치형 장르는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었습니다. 그 이유로든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너무 편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빠른 식상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점과 모바일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굳이 방치형 장르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방치형 장르는 특성상 콘텐츠를 다양화하려는 시도에 한계치가 있습니다. 플레이 방식도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 힘들고요. 단순화하기 위해 '탭'만으로 점수를 획득시키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주어진 점수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죠. 그나마 신선한 시도로 보였던 '포링의 역습'의 채팅 시스템 역시 좋은 성과를 이끄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해 방치형 장르가 경쟁력을 잃은 것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모바일 게임의 주류 장르는 MMORPG로 꼽힙니다. 태생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지닌 MMORPG와 비교해 방치형은 유저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기가 다소 힘들어 보입니다.

모바일 외 플랫폼에서 성공 사례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또한 방치형 게임의 약점입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됐다는 점이 성공 가능성을 제약하게 되버렸죠. 현재 개발중인 '어비스리움'이 닌텐도 스위치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방치형 장르는 인디씬에 식상함을 일으켰다고도 평가받습니다. 한때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행을 타 쏟아지다시피 출시된 방치형 게임들로 인해 인디씬이 획일화됐다는 반응까지 일어났었죠. 많은 게이머들이 인디씬에 바라는 신선함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차세대' 방치형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 전작과 큰 차이점을 보여주진 못한 '탭 타이탄2'

방치형 게임은 모바일 게임에 등장한 이후로 자신만의 파이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파이는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모바일 MMORPG가 대세의 정점을 찍었을 무렵 피로감이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 솔솔 올라오기 시작했는데요. MMORPG와 비교해 경쟁 부담이 적은 방치형, 수집형, 캐주얼, 퍼즐, 아케이드 장르의 순위가 오르는 조짐이 보인 바 있습니다.

현재 방치형 장르의 한계치는 분명 깨질 시기가 올 것입니다. 과거 '탭 타이탄'이 클리커의 대중화를 이끌었듯, 이후 '차세대'로 불릴 만한 방치형 게임이 등장하는 될 텐데요. 고정된, 정형화된 방치형 게임의 알을 깰 작품이 어느 인디 개발자가 만들고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방치형보다 많은 할 거리를 제공하면서도 특유의 편의성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공식을 벗어나야 하죠.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합니다.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음 세대의 방치형 게임을 원한다면,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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