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 재미있다. 그래서 아쉽다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124개 |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한국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7월 초 서비스 소식이 발표된 후, 두 달 만의 일이다.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타이틀이다. 과거 콘솔로 출시되었을 당시 '데스티니2(데스티니 가디언즈는 한국 서비스명이다)'는 한국어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출시되었다. 당시 소니 정책상 대다수 타이틀이 한국어화 되어 출시되는 와중 꿋꿋한 움직임이었는데, 이 와중 SNS 담당자가 '아랍어'로 출시되어도 해야 한다는 망언을 하는 바람에 이미지를 제대로 구겼다.

번지와 액티비전으로서는 애초에 한국 시장을 생각도 안 했던 것인지 딱히 대응하지 않았고, 기존 시리즈를 즐기던 소수의 한국인 게이머들은 콘솔로 영문판 '데스티니2'를 플레이하던가 VPN을 써가며 북미 배틀넷을 이용했다. 그게 1년 전이었다.

때문에 서비스가 발표되었을 때도 게이머의 반응은 뜨겁다고 말하기는 모호했다. 팬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영어와 VPN을 뚫고 게임을 해왔는데 왜 이걸 이제야 말해 주냐는 분위기였고, 일반 게이머는 '데스티니가 뭔데?'하는 반응이었다. 한국어화를 하느라 1년이 걸렸다는 핑계도 그냥 '들어주는 정도'였다. 솔직히 누가 봐도 한국어화 때문에 1년을 꼬박 쓴 것 같지는 않았고, 이를 사전에 발표했다면 반응은 더 좋았을 테니 말이다.



▲ '왜 이제야..?'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

블리자드코리아의 올해 주요 이슈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와 이어지는 '콜오브듀티: 블랙 옵스4'다. 두 게임 다 액티비전의 작품이고, 블리자드코리아는 이를 퍼블리싱하는 서비스 주체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업무일테고, 그만큼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거란 것은 이해하고 있다.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게임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손맛도 좋고, 비주얼도 좋고, 1인칭 RPG라 신선하기도 하고.

블리자드코리아는 출시 전까지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굉장히 강하게 밀었다. 래퍼인 '지코'가 "헤이 가디언즈~"라고 말하는 TV CF가 방영됐고, 망한 영화도 일단 보고 싶게 만드는 말발의 김경식을 섭외해 영상을 만들었다. 기존의 블리자드 게임들도 출시일이 가까워지면 광고를 했지만, 이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처음 보았다. 국내 게이머 층이 연예인 마케팅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김경식이 재미있게 말한 영화 중엔 망한 것도 많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적어도 블리자드코리아가 이 프로젝트를 진짜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개인적으론 좀 그랬지만 그래도 밀어주는게 어디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번지 특유의 슈팅에 대한 감각이다. 데스티니1 시절부터 슈팅 자체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무겁고 육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적정선의 감각이다. 패드에서나 느끼던 '손맛'을 키마로는 느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클래스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번지 특유의 다소 '쨍'하면서도 짙은 색 대비도 좋다. 지하로 내려가면 딱 '지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밝은 곳에선 말 그대로 사정없이 밝다. 스토리 임무 막바지 태양 바로 앞 '전능자'에서 펼쳐지는 미션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다.



▲ 오지게 뜨거웠던 태양 앞

판권은 '343 인더스트리'에 넘어갔으나 '헤일로'를 개발해오던 개발력은 어디로 간게 아니었다. 게임을 즐기는 와중 조작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을 정도였으며, 으레 존재하는 버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확실히 장점이다. 국내 시장과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게임성의 슈팅이 어울리지 않다는 말은 이미 오버워치 출시와 함께 옛말이 되었다. 국내 게이머의 수준은 지속해서 상승해왔으며, 몇 년 전처럼 게임의 선택지가 좁지도 않다. '퀄리티'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시대가 온 지금, 번지의 개발력은 충분한 게임 퀄리티를 보장한다.

생각보다 콘텐츠의 양이 풍부한 것도 좋은 포인트다. 과거 PS4나 북미 서버에서 데스티니2를 플레이하던 기자들이 "일주일만 해도 할 게 없던데", "뭔가 할게 적다"는 말을 자주 했고, 실제로도 콘텐츠 양을 지적하는 게이머들이 꽤 있었기에 걱정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포세이큰'이 업데이트된 후 정식 오픈 버전을 플레이해본 결과 조금은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번지가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한국 게이머들의 블랙홀 급 소모력을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이건 어떤 온라인RPG게임도 승리한 적 없던 사항이니 큰일은 아니다.



▲ 예상 외로 할게 많은 것도 좋았다

또한, 여기서 말했다시피 FPS의 모습을 띤 RPG라는 게임 장르도 긍정적으로 볼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FPS 중 대부분은 'PVP'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들이다. 물론 PVE 중심의 슈팅이 개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실제로 서비스도 했었지만(ex: 하운드 등) 그다지 오래 살아남지는 못했다. 때문에 FPS의 장르 편중이 생겨났고, 오늘날 국내에서 FPS 하면 당연히 PVP를 연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데스티니'는 FPS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엄연히 RPG 게임이다. 이는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그간 국내 게이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티 플레이가 가능하므로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기도 어렵지 않으며, 빠르게 가맹 PC방 서비스를 제공해 PC방에서 할 이유를 만들었다. 간혹 '집에서 플레이하는 이들도 많으니 PC방 점유율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PC방 점유율은 실제로 굉장히 중요한 지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경쟁적 지표는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 형태만 FPS일 뿐, 엄연히 RPG 게임이다.

게임으로만 보면 굉장히 좋다. 아니, 생각보다 더 좋다. 이 작품이 굉장히 묘한 게임인 게, 플레이할 때는 뭔가 '엄청 재밌다', '세상에 이런 게임이'같은 느낌은 전혀 없고, '그냥 괜찮네'정도의 감성인데, 끄고 다면 또 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게임이 어디 게임성만 좋다고 성공하던가?

PC방 프리미어 때 게임을 시작하고, 만렙인 50레벨을 달성했다. 이 정도로 열심히 게임을 한 건 꽤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로 게임을 하다 보니 하나둘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재미있는 게임인데, 마치 가지런히 놓은 벽돌 중 하나만 툭 튀어나와 있는 조각들이 보였다. 그렇게 잘 보이는 아쉬움을 정리해 보니 세 가지 문제로 정리되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렇게 검색 열심히 해 가며 게임한 적이 없었어...

플레이 도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문제점은 게임이 '어렵다'는 것이다. 난이도가 높고 낮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게임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SF와 판타지 장르 게임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인데, 세계관 설정에서 너무 많은 고유 명사가 사용되고, 한국어화가 이뤄지지 않은 전작까지 존재하다 보니 찾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설정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문제는 그게 뭔지 게이머가 알 수가 없는데 게임상에서 따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진행 중 영상을 보면 '대변자가 기갑단에게 잡히고 여행자가 힘을 잃고 수호자가 어쩌고...' 하는데 대변자, 기갑단, 여행자, 수호자가 뭔지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 몰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설정 상 주인공은 대충 망한 세계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외계인들과 투닥거려야 하는데, 왜 투닥거리는지, 저들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우리한테 이러는 건지 궁금할 정도다.



▲ 여행자가 뭔지 몰랐는데 저거였다.

물론 설정이나 배경에 대한 의문이야 언젠가는 알게 되는 것들이고, 사실 게임 플레이에서 크게 중요하진 않다. 친구들과 같이 파티플레이로 적당히 다 때려 부수다 보면 해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 내에도 '설명이 없는 시스템'이 꽤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레벨업 도중 '경이(Exotic)'장비를 얻었는데, 조금 쓰다 보니 더 강한 저등급 장비가 나왔다.

결국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 경이 장비를 분해했는데, 나중에야 경이 장비는 '인퓨즈'라는 과정을 거쳐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을 듣고 섣불리 장비를 갈아버린 걸 후회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한 번 얻은 경이 장비는 다시 제작할 수 있었다. 한 번 먹은 장비는 제작할 수 있다는걸 알고 나서도 문제였는데, '포세이큰'에서 새로 추가된 무기인 활을 처음 얻고 갈아버렸더니 이건 또 제작이 안 되는 무기다. 결국, 그 활을 구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로 퀘스트를 한 번 더 깨는 수밖에 없었다.



▲ 촉매제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직 먹은 적도 없다.

이 과정에서 경이 장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 새로 제작이 가능한 것, 이 제작도 되는 장비와 안 되는 장비가 있다는 것을 게임 내에서 어디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마치 안내대 없는 관공서에 간 것처럼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일일이 다 눌러보고, 직접 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매 특전으로 받은 '실버'를 날려 먹는 친구도 보았고, 전혀 의미 없는 활동을 반복하는 친구도 보았다. 롱 런을 노린다면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걸림돌이다.



▲ 이 친구는 사실 총을 팔지 않는다. 거짓말쟁이...


블리자드 답지 않은 한국어화
무슨 기준인지도 모르겠고 자막은 다 틀리고

두 번째 문제는 '한국어화'의 완성도이다. 지난 7월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왜 발매가 늦어졌느냐는 질문에 블리자드는 '최대한 완벽하게 출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늦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이 말이 영 믿기지가 않는다. 한국어화에서 문제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번역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더빙과 자막 사이의 괴리다. 번역의 방법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의미만 통하면 번역법이야 아무 문제도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번역의 방법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번역은 너무 많은 번역법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대체 기준이 뭔지 의심될 지경이다. 가령 '기갑단'은 영어 원문인 'Cabal'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이지만, 중갑을 입고 다니는 종족 컨셉을 한국식으로 지은 이름이다. 반면 '황혼전'은 'nightfall'이라는 원문의 뜻을 섞으려다 보니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펄스 라이플'은 '파동 소총'으로, '퓨전 라이플'은 '융합 소총'으로 한자어식 번역이 들어갔는데, '핸드 캐논'은 난데없이 음역을 해버려 그대로 '핸드 캐논'으로 번역되었다. 다른 무기들의 번역법을 그대로 따르면 차라리 '대구경 권총'으로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 황혼전이 대체 무슨 뜻이야...

한국어 더빙의 상태도 조금 이상한데, 더빙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자막과 음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아예 다른 표현과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나는 게임 중반부터 아예 자막을 꺼버렸다. 맞지 않는 자막이 계속 흘러나오니 오히려 집중에 방해될 정도였다. 추측하건대,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번역은 텍스트와 더빙을 서로 다른 번역사에서 진행했고, 블리자드는 소스를 한 번 번역된 버전이 아닌, 영어 원문을 그대로 두 회사에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같은 영문을 두고 더빙팀과 번역팀의 해석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는 시간이 모자랄 때나 벌어지는 일이다. 제대로 된 번역 과정에서는 텍스트 번역이 선행되고, 이를 기준으로 더빙이 이뤄지기 마련인데 이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는 것은 급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팀이 진행할 경우, 1년이면 번역과 더빙까지 마치는데 부족한 시간이 아니다. 이외에도 단순한 오타들도 종종 보인다. 이런 오타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데, 게이머가 '완성된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지 못하게 한다. 현지화는 고객들이 그 나라의 제품과 별로 다르게 느끼지 않도록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의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누가 봐도 어설프게 번역된 외국 게임이다.



▲ 진지한 장면에서도 자꾸 자막이 틀려서 마치 진지한 바보들같다.

어쩌면 블리자드가 그간 현지화로 눈높이를 사정없이 높여 놔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이정도 한국어화도 그냥 감지덕지하면서 플레이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수 없다. 한 번만 더 검수했어도 고쳤을 내용들이 뻔히 보이는건 좀 아마추어같지 않은가?



▲ 이런 건 좀 심하게 아마추어같은 부분


독립 서버라더니?
한국어 독립 서버라던데 왜 대만 사람이 파티원인거죠?

게임 속 튜토리얼의 부족이나 한국어화의 문제보다도 빠르게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블리자드가 늘어놨던 사실과 다른 말들, 그리고 유저 편의를 해치는 운영 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한국어화가 잘못되면 비웃음을 사고, 게임 속 튜토리얼이 부족하면 불평을 사지만, 운영을 제대로 못 하면 불신이 쌓인다. 서비스 초기에 쌓인 불신은 해소되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개발사인 번지와 서비스 주체인 블리자드 모두에게 난감한 일이다.

일단, 사전 다운로드가 풀리지 않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최신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대용량의 게임인데, 사전 다운로드가 풀리지 않아 게임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다. 출시일인 9월 5일 새벽 2시의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 다운로드 속도가 나오지 않아 아침이 되어서야 시작한 사람부터 시작해 PC방 클라이언트로 미리 깔았는데 영어가 출력돼서 패닉에 빠지는 게이머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이 영문판 PC방 클라이언트는 일반 PC방에서도 그대로 받아다 썼기 때문에 PC방에 게임을 하러 간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 그마저도 멈춰버린 '초기화' 단계에서 수 시간을 소모한 후였다.



▲ 출시 당시의 혼돈탕

그리고 나서 게임을 시작했더니, 이제 북미 서버에서 플레이하던 유저가 한국 서버로 자유롭게 건너왔다. 여기서 게이머들이 허탈해했다. 북미 서버를 이용하던 게이머들이 한국으로 넘어와서 배가 아픈 그런 게 아니었다. 간담회 당시 계정 연동에 대해 물었지만, 블리자드는 이와 관련해서 계획된 바가 없다 대답했고, 한국 서버는 별도의 서버로 운영될 거란 말을 하는 바람에 기존 북미에서 즐기던 게이머 중 한국 배틀넷 계정으로 또 한 번 게임을 산 사람들도 존재했다. 이 사람들이 죄다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내 경험 중에도 비슷한 일이 하나 있었는데, 분명 의사소통의 문제 때문에 한국 별도 서버로 운영될 것이란 말을 들었음에도 공격전 플레이에서 대만 게이머를 만났다. 그냥 아시아 서버라고 했으면 될 걸 왜 한국 단독 서버라 했는지 모를 일이다.



▲ 익숙한 한자 배열이...

물론, 7월의 간담회 이후 진행된 회의에서 변경점이 있었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게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간담회 이후 게임 운영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 채 서비스 시점에 이르렀다. 이미 사고는 났고, 게이머들은 술렁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블리자드가 해야 할 일은 재빨리 유저들의 불만사항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사과 혹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이다.


재미있다. 그래서 아쉽다.
블리자드코리아, '롱 런'을 부탁해요

블리자드와 액티비전만 '데스티니 가디언즈'에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게임 기자로서, 그리고 게이머로서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 앞으로도 더 많은 서구권의 메이저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을 고려할 것 아닌가? 게임은 참 좋다. 불편하긴 하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면 그만이고, 한국어화도 제멋대로지만 그냥 이해만 되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게이머가 나처럼 이 게임에 애착을 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대다수의 게이머에게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낯선 게임이다. '헤일로'덕분에 미국에서는 내놨다 하면 대박을 내는 '번지'도 한국에서는 안 통한다. '번지'가 만든 게임이라고 하면 거기가 뭐냐고 물어볼 사람이 더 많은 시장이다.



▲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이 문제점들을 잡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데스티니 가디언즈도 가능하다. 일단 시작하면 재미있으니 문제들만 해결되면 같이 하자고 하기도 참 좋은 게임 아닌가. 하지만 지금처럼은 방관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블리자드코리아'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일 테다.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다 보니 초반에 잠깐의 흔들림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게이머가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진 않을 것이다. 다음 일정으로 준비된 '콜오브듀티: 블랙 옵스4'에 대한 게이머의 기대도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성과에 달려 있다. 굳이 데스티니 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할지라도, 블리자드코리아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이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게이머가 할 일은 '데스티니 가디언즈'라는 숙제를 블리자드코리아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다.



▲ 좀 오래 날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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