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픽게임즈 스토어, 한국 유저는 왜 못 쓰나?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39개 |



지난해 12월, 에픽게임즈의 대표 팀 스위니(Tim Sweeney)는 기존 자사의 게임 런처를 앞으로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에픽게임즈의 런처는 '에픽 게임 스토어'로 다시 태어나게 됐습니다.

"모든 개발자가 88%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에픽 게임 스토어의 기조는 오늘날 대세 ESD로 자리하고 있는 스팀의 수수료가 30%인 것을 생각해볼 때 정말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ESD의 등장으로 일종의 선택권이 생긴 개발자들은 에픽 게임 스토어의 탄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대다수 유저들은 플랫폼의 파편화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실상 스팀 독점 체제인 PC ESD 시장의 새로운 활기가 생기기를 기대했죠.

그렇지만, 에픽 게임 스토어가 발표된 지 2개월도 넘은 지금도 국내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에픽게임즈가 스토어 출시와 함께 2019년 말까지 2주에 하나 꼴로 무료 게임을 배포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저들은 이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15일 정식 출시된 '메트로 엑소더스'가 에픽 게임 스토어 독점으로 유통되면서, 국내 PC 게이머들은 출시일이 지난 지금도 게임을 플레이하기는커녕 구매조차 할 수 없게 됐죠.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일부 유저들은 에픽 게임 스토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체, 국내 게이머는 에픽 게임 스토어를 언제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요?



▲ 국내 유저는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게임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국내 지역 제한, 게이머가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
스토어 독점 작품이 하고 싶었던 게이머, A와 B의 사례



▲ 에픽게임즈 런칭작으로 선정된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작 '하데스'

여기 게이머 A가 있습니다. 평소 '트렌지스터', '베스쳔' 등의 게임을 즐겼던 A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작 '하데스'가 에픽 게임 스토어의 런칭 타이틀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에픽 게임 스토어는 베타 버전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구 버전 사용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유롭게 스토어에 등록된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죠.

신작을 빠르게 즐기고 싶었던 A는 그렇게 게임을 구매했지만, 이내 에픽 게임 스토어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동안 자신이 구매한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됐습니다. 아직 해당 스토어는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 지금도 많은 국내 플레이어들이 즐기지 못하고 있는 '메트로 엑소더스'

또 여기에는 게이머 B가 있습니다. 드미트리 글루홉스키의 소설 '메트로 2033'부터 모두 읽고, 과거 출시된 게임 시리즈도 모두 플레이한 그는 최신작 '메트로 엑소더스'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일찍이 스팀에서 예약 구매를 하지 않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B는 메트로 엑소더스가 스팀과 이별하고(?) 에픽 게임 스토어에서 약 1년간 독점으로 서비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에픽 스토어를 설치해 게임을 구입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결말을 알고 있듯 그는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도대체 언제쯤 이 화면을 안 볼 수 있을까요?

위와 같은 사례들이 에픽 게임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는 국내 유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입니다. 현재 스토어를 실행할 경우 '포트나이트' 및 '언리얼 토너먼트', '섀도우 컴플렉스' 등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게임밖에 확인할 수 없죠. 또 VPN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스토어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국가가 대한민국으로 되어있는 계정으로 로그인 할 경우 VPN에 관계없이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 또한 확인했습니다.

파격적인 수수료부터 개발사가 직접 다루는 뉴스피드, 스토어 내 광고 삭제까지, 에픽게임즈가 지금까지 '스팀 대항마'라고 외쳤던 여타 ESD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 유저들 한정으로는 에픽게임즈의 이 모든 행보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맞습니다. 아니, 멀쩡히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게임을 지역 제한 때문에 출시일에 할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하면 사실 그것보다 더 심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다른 나라와 같이 '에픽 게임 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나요?
에픽게임즈 코리아 "국내에는 지켜야 할 법과 규제가 많기 때문"




그렇다면 무엇이 에픽 게임 스토어를 국내 서비스하는 데 발목을 잡았을까요?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스토어를 오픈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제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스토어가 유통하게 될 게임들에 대한 등급 심의와 같은 국내 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준비를 위해 오픈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픽게임즈의 한국 지사인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연락을 취하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해당 자격을 얻은 업체는 사전 심의 없이 게임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길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사후 관리의 의무도 함께 따릅니다.

2019년 2월 현재, 소니(SIEK)를 시작으로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 카카오게임즈, 원스토어, 오큘러스 7개 업체가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스팀 등 PC ESD는 이러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채 심의되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은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판매를 위해 진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팀과 같이 해외에 회사를 두고 있는 경우 이를 어긴다고 해서 책임을 묻거나, 제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 스팀은 말하자면 국내 규제를 지키지 않은 게임도 유통하고 있는 셈입니다

에픽게임즈는 다릅니다. 2009년부터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만큼 국내법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그리고 에픽게임즈 또한 한국의 규제를 준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스토어 오픈과 관련해 에픽게임즈 코리아 측에 문의한 결과, 이들은 "국내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게임 플랫폼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등록을 준비 중이며,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다수의 관련 미팅을 하는 등 절차를 진행 중이고 조만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자격을 탄탄하게 준비 후 신청해서, 수정이나 재신청 과정을 최소화해 최대한 빠르게 등록이 완료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관련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Q. 에픽 게임 스토어의 국내 지역 제한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국내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게임 플랫폼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자율등급분류사업자 등록을 준비 중이며,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다수의 관련 미팅을 하는 등 절차를 진행 중이고 조만간 신청할 예정입니다.

탄탄하게 준비 후 신청해서, 수정이나 재신청 과정을 최소화해 최대한 빠르게 등록이 완료되도록 할 계획이며 합법적인 국내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Q. 올해 2월 중으로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등록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 국내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오픈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제가 많습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의 경우, 지난 2009년 설립된 이래 국내법을 준수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등급심의 등 국내법에 의한 규제 부분에 대해, 많은 해외 파트너사들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해당 파트너사들의 의무이기 때문에 저희가 컨트롤을 할 수가 없지만, 다방면으로 이런 부분의 준비가 조속히 진행되도록 에픽게임즈에서 돕고 있습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국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도 해외 파트너사의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Q. 언제쯤이면 지역 제한이 풀려 국내 유저들이 에픽스토어의 독점작들을 플레이할 수 있을까요?

- 조만간 국내 심의가 통과된 게임들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머지않아 국내 서비스가 준비된 게임 목록 등을 담은 스토어 정식 론칭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국내 지사나 컨택 포인트가 없는 개발사의 게임들은 에픽게임즈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등록을 통하거나, 에픽게임즈 한국법인의 도움을 통해 국내 게이머들에게 해당 게임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별도의 국내 스토어팀을 마련하고 전담인력을 구축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Q. 그 밖에 현 상황에서 국내 유저가 에픽 게임 스토어 독점작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들은 국내 개발작뿐 아니라 해외 개발작도 국내법에 따른 등급심의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법적인 게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에픽게임즈는 합법적 게임서비스 외에는 다른 방법의 게임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스토어 정식 론칭 계획,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PC ESD로는 최초로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 얻을 '에픽 게임 스토어'



▲ 기사 작성 도중 스토어에 추가된 뱀파이어 (2월 20일 현재 다시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에픽게임즈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갖추게 된다면 곧바로 에픽 게임 스토어의 국내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찾기는 아직 어려워 보입니다.

과거 팀 스위니 대표는 인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픽 게임 스토어를 만들며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60개 국가를 지원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과 고객 지원, 온라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큰 규모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그만큼 해외 지역의 마켓을 여는 데는 고민해야 할 거리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우리가 희망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지난 2월 15일 경 에픽 게임 스토어가 아주 잠시 오픈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련의 사고로 인해 몇 시간 동안 국내 유저들이 에픽 게임 스토어에 접속하는 것이 가능했는데요, 몇몇 유저들은 심지어 이 시간에 메트로 엑소더스를 '성공적'으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건은 에픽게임즈 코리아가 메트로 엑소더스 구매했던 이들에게 환불을 해 주고, 게임은 무료로 제공해주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다만, 스토어에서 결제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점은 곧 에픽 게임 스토어의 국내 서비스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요?



▲ 과거 스토어에서 샀던 게임들도 라이브러리로 돌아왔습니다. 만세!

또 한가지 더, 위에서 설명해 드렸던 게이머 A의 사례가 기억나시나요? 한동안 이전 스토어에서 구매했던 게임들을 즐길 수 없어 허탈해 했던 A는 최근 자신의 에픽 게임 스토어 라이브러리에서 '하데스'와 '애쉰'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점 또한 에픽게임즈의 통합 계정으로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례들이 에픽 게임 스토어 발표 후 2달이 지나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에픽게임즈는 국내 유저들의 불만을 피할 길은 없어 보입니다. 스팀은 이미 PC 플랫폼의 대세 ESD로 자리하고 있으며, 에픽 게임 스토어는 엄연한 후발주자입니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든 국내에서는 선점 효과가 유독 강하게 나타나고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비스 지연으로 국내 게이머들이 원하는 게임을 제공할 수 없다면 앞으로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밝은 면을 생각해 본다면, 추후 에픽게임즈가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게 되면 에픽 게임 스토어는 PC ESD로서는 최초로 국내 심의 등급을 매길 수 있게 됩니다. 에픽게임즈가 발표했던 대로 개발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국내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앞으로 게임 유통 시장에 또 다른 큰 변화가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머지않아 국내 서비스가 준비된 게임 목록 등을 담은 스토어 정식 론칭 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힌 에픽게임즈 코리아. 그 말대로 하루빨리 국내 게이머들도 에픽 게임 스토어의 독점작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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