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PO 2R] 변신의 귀재 '페이커', 그 상대는 같은 듯 다른 '쇼메이커'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32개 |



SKT T1의 폼이 정말 좋다. 정규 시즌 4위의 위치로 포스트 시즌 일정을 시작했고 5위였던 아프리카 프릭스와 3위였던 샌드박스 게이밍을 연달아 꺾었다. '도장 깨기'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현실로 만들고 있다. 본인들은 인터뷰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그 부족한 부분이 밖에서 봤을 땐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게 더 어울릴 정도다.

포스트 시즌을 준비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을 거다. SKT T1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일정은 지난 8월 17일이었으니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전이 열렸던 21일까지 약 4일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매번 색다른 시도로 위의 두 팀을 무릎 꿇렸다. '변화무쌍'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섯 경기 동안 여섯 개의 챔피언을 꺼냈던 '페이커' 이상혁이 있었다.


변신의 귀재 '페이커'
에코, 레넥톤, 아칼리, 키아나, 카사딘, 니코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전 세 세트, 샌드박스 게이밍과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세 세트. '페이커'는 매 세트 다른 챔피언을 꺼냈다. 6세트 6챔피언. 샌드박스 게이밍전 승리 이후 김정균 감독은 "선수들이 워낙 챔피언 풀이 넓어서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이전과는 패치 버전의 차이와 메타의 변화도 있겠지만, '페이커'는 포스트 시즌 첫 세트부터 미드 레넥톤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정규 시즌에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챔피언이었다. 아니, 정규 시즌 뿐만 아니라 데뷔 이래 처음 둔 강수였다. 초반에 상대의 노림수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페이커'의 레넥톤은 힘을 잘 보여줬다.




팀의 여름 일정이 아프리카 프릭스의 저력 앞에 마무리될지도 모를 땐 키아나를 꺼냈다. 이 역시 '페이커'가 대회 경기에서 처음 손을 댄 챔피언이었다. 그럼에도 '페이커'의 키아나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심장부를 제대로 때렸고 '키아나 캐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후에도 '페이커'는 변신을 멈추지 않았다. 샌드박스 게이밍과의 대결에서는 에코에 이어 카사딘, 아칼리를 선택해 경기를 주도했다. 팀원들의 도움에 자신의 활약까지 합쳐 초중반부터 성장 기반을 마련했던 '페이커'의 새로운 친구들은 어김없이 상대를 거칠게 압박했다. 특히, 오랜만에 '페이커'와 합을 맞췄던 에코와 카사딘이 돋보였다.

재미있는 건 '페이커'와 SKT T1 선수들이 아직 보여줄 게 많을 것 같다는 점이다. 김정균 감독도 "언제든지 다른 챔피언이 나올 수 있다. 라이너는 당연하고, 정글 쪽에서도 정말 예상치 못한 픽이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페이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포스트 시즌에 다양한 챔피언을 소화했다. '칸' 김동하는 매번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트록스 말고도 레넥톤, 블라디미르, 케넨에 잭스까지 선보였다. 다들 처음 잡은 챔피언들을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꺼내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였다. '클리드' 김태민은 정규 시즌에는 그리 자주 꺼내지 않았던 스카너나 엘리스, 사일러스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에포트' 이상호는 알리스타와 레오나, 카르마 같은 새로운 카드도 유효하다는 걸 알렸다.


'쇼메이커'는?
같은 챔피언 기용 수... 좀 더 개인기에 특화

변신을 거듭했던 '페이커'를 상대할 '쇼메이커' 허수는 정규 시즌에 어땠을까. 그가 이번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동안 보여줬던 챔피언 수는 '페이커'가 정규 시즌에 보여줬던 가짓수와 같았다. 둘 다 총 14개의 챔피언을 꺼냈다. 특정 몇 개의 챔피언만 꺼냈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쇼메이커'인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두 미드 라이너의 닮은 듯 다른 스타일 차이를 알 수 있다. 먼저 '페이커'는 정규 시즌에 '쇼메이커'보다는 팀 플레이에 용이한 챔피언을 더 자주 꺼냈다. 혼자서는 캐리력을 보여주기 힘든 니코를 5회, 카르마를 3회 선택했고 개인기보단 한타 파괴력에 집중된 아지르를 8회나 꺼냈다. 코르키(6회)나 아칼리(5회)도 자주 기용했지만 혼자 상황을 만들고 경기를 지배하는 챔피언들에만 챔피언 풀이 집중되지 않았다. 팀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 중이라는 말도 된다.



▲ '페이커'의 기록(상), '쇼메이커'의 기록(하)

'쇼메이커'는 이보다는 좀 더 개인 능력을 자랑하기 좋은 챔피언들 위주로 선택했다. 코르키 9회와 아칼리 9회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르블랑(5회), 카밀(4회), 이렐리아(3회)도 눈길을 끈다. 팀원들과 함께 힘을 합치거나 팀적으로 판을 깔아주는 챔피언보단 개인기가 돋보여야 하는 챔피언을 '페이커'보다 자주 꺼냈다. 물론, '쇼메이커' 역시 아지르나 카르마도 꺼냈지만 다 합치면 횟수가 '페이커'보다 적었다.

이를 통해 담원 게이밍과 SKT T1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미드 라인 구도를 예상해보면 어떨까. 우선, 정규 시즌 챔피언 기용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쇼메이커'도 '페이커'만큼 색다른 챔피언을 다수 꺼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쇼메이커' 역시 '페이커'가 포스트 시즌 들어 선택했던 에코나 키아나를 꺼내 밴픽 심리전을 걸 수도 있다. 두 챔피언 모두 버프를 받았거나 연구가 완료된 데다가 '쇼메이커'의 화려한 플레스타일과도 잘 통하며 미드-정글 싸움에서도 좋다.

'너구리' 장하권은 '서밋' 박우태처럼 탑 카르마와 같은 서포터형 챔피언을 꺼낼 확률이 낮다. 샌드박스 게이밍이 그런 전략을 꺼냈다가 SKT T1에게 혼쭐이 났던 걸 확인했을테니 말이다. 오히려 '너구리' 특유의 스타일을 살려 맞불을 놓을 것 같다. 꼭 '너구리' 대 '칸'의 대결 구도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SKT T1의 핵심으로 꼽히는 '클리드'를 억제하려면 '너구리'와 '쇼메이커' 모두 '캐니언' 김건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챔피언을 꺼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현재 LoL 메타에서는 어떤 챔피언이 나와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 최근 LCK에서는 '페이커'를 필두로 미드 라인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그 바람에 몸을 맡길 선수가 '페이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쇼메이커'도 그 바람을 타고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미드 라이너다.


2019 우리은행 LCK 섬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2라운드 일정

담원 게이밍 vs SKT T1 - 8월 25일 오후 5시
* 5판 3선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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