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9년과 2020년, 신 챔피언들의 발자취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29개 |



새로운 챔피언은 유저들의 적응 기간을 거쳐 자리를 잡는다. 기존에 없던 챔피언이라 이를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고 어떤 아이템과 룬이 최적화된 챔피언인지 알아낼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신 챔피언들은 출시 직후에 승률이 바닥을 쳤다가 유저들의 적응 기간을 거쳐 서서히 중간 그 언저리에 자리를 잡곤 한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머나먼 과거까지 올라가 보면 트위스티드 페이트나 르블랑이 그랬다. 특히, 르블랑은 출시한 지 3시간 만에 궁극기 버그 수정 핫픽스는 물론, 3일 만에 대대적인 너프를 겪은 챔피언이다.

굳이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르블랑 같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출시한 지 이틀째인 사미라다. 사미라는 출시와 동시에 너무나도 뛰어난 성능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라이엇 게임즈는 하루 만에 사미라를 너프하는 핫픽스 패치를 적용했다.





우리의 버그 덩어리, 애증의 챔피언 사일러스는 2019년 들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 챔피언이었다. 신 챔피언이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는지를 정석처럼 보여준 챔피언이기도 하다. 사일러스는 출시 직후에 40%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을 보이며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유저들의 연구로 탑 탱커 사일러스가 유행처럼 번졌고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사일러스가 꾸준히 연구된 배경에는 궁극기 복제라는 독특한 스킬 메커니즘이 있었을 거다. 유저들의 숙련도가 오르면서 궁극기 활용의 수준도 크게 올라 사일러스는 꾸준히 사랑받는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회에서는 사일러스의 존재만으로 오른이나 노틸러스 등 궁극기 효과가 빼어난 챔피언들이 견제를 받고 있다.





유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챔피언이다.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저들에게 온갖 핍박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 최초의 팀원 기생형 챔피언이라 악용의 소지가 너무 많다. 실제로 고의 트롤러들은 유미를 팀원에 안착시켜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부계정의 레벨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더라도 팀원들에게 '유미는 하는 게 없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유미 유저가 없을 정도로 인식이 바닥을 친다.

출시 직후엔 더 심했다. 승률이 29%였다. 익숙지 않은 챔피언 운용 메커니즘이 너무나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엔 유미를 픽 창에 띄워만 놔도 팀원들의 사기를 저하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번의 변화와 대회에서의 활약 등으로 유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현재 유미는 많은 바텀 라이너들의 원성에도 49% 정도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키아나는 비운의 챔피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진이 '원소'라는 콘텐츠를 적극 밀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를 보여줬는데 그중에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던 챔피언이었다. 대지와 물, 자연을 자신의 스킬에 활용한다는 특징을 지녔기에 유저들은 도타2의 원소술사(인보커)를 떠올리며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키아나는 금방 묻혔다. 모데카이저의 리워크가 상당히 잘 뽑히기도 했고 또 다른 '원소' 콘텐츠였던 TFT 모드에 유저들의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다.

초기 승률도 35%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키아나는 자신의 궁극기 이름처럼 여왕의 진가를 드러냈다. 대대적 너프나 버프가 없었지만, 유저들의 연구로 키아나가 슬슬 대세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미드는 물론, 정글로도 활용됐다. 지금은 예전의 명성을 누리진 못하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49% 정도의 승률을 보이는 추세다.





세나는 최근 등장한 신 챔피언 중에 처음으로 출시와 동시에 활약한 챔피언이다. 안개 유령을 수급해 끊임없이 강력해지는 건 물론, 스킬셋이 좋아 예견된 결과였다. 출시 직후에 세나는 서포터로만 기용됐는데 승률이 43% 준수한 편에 속했다. 비교적 쉬운 스킬들로 구성되어있고 각 스킬의 성능도 좋았다.

이후, 세나는 랭크게임 뿐만 아니라 대회에서도 두루 사랑받았다.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착취의 손아귀 룬과 얼어붙은 망치를 조합하는 서포터 세나, 빙결 강화 룬에 무라마나를 선택하는 원거리 딜러 세나가 현재까지 애용된다. 특히, 안개 유령 생성률이 줄어드는 너프를 받았음에도 원거리 딜러 세나는 승률 50%를 넘겼다.





사미라 이전에 아펠리오스가 새로운 원거리 딜러 챔피언 중에 유저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았다. 아펠리오스는 전투 중에 무기를 다섯 개나 바꿔 들고 이에 따른 스킬 변화도 있는, 난이도가 상당한 챔피언이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이처럼 다루기 어려운 메커니즘에도 43%의 승률을 보였다. 쉬운 스킬셋의 세나와 같은 수치였다. 유저들의 숙련도가 나날이 상승하면서 아펠리오스는 삽시간에 OP 챔피언으로 급부상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아펠리오스에 연속된 너프를 가했다. 결국, 출시 직후와 비교해 거의 모든 걸 잃은 아펠리오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아펠리오스의 승률은 47% 정도다. 이에 일부 유저들은 아펠리오스를 더 버프 해달라는 요청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유저 대부분은 아펠리오스가 출시 직후부터 오랫동안 보여줬던 '사기급' 성능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세트는 땀내나는 사나이들의 대결을 그리워하던 유저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며 공개된 챔피언이었다. 유저들은 언제나 예전처럼 단순한 스킬들을 지닌 챔피언을 그리워하는데 세트는 그걸 충족시켜줬다. 어디에 비교해도 솔직한 스킬 메커니즘을 지닌 세트는 그 힘이 매우 강력해 출시와 동시에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당시 승률은 무려 51%였다.

심지어 세트는 다재다능함을 유저들의 연구를 통해 입증받으면서 탑은 물론, 거의 모든 포지션에 가도 제구실을 했다. 최근 들어 정글과 서포터 세트의 활약 빈도수는 많이 줄었지만, 세트는 여전히 준수한 성능과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세나와 아펠리오스, 세트는 출시와 동시에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사실 이건 신 챔피언과는 꽤 동떨어진 이야기다. 릴리아는 다시 '신 챔피언'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 출시 직후 릴리아는 37%의 승률을 보이며 제자리를 잘 잡지 못했다. 정글러로 출시된 챔피언이었는데 유저들은 도저히 릴리아를 정글에서 쓰지 못하겠다며 다른 라인으로의 활용을 연구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요네의 출시 소식에 릴리아에 대한 유저들의 주목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릴리아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대회 경기를 통해서였다. 특히, LCK에서는 DRX의 '표식' 홍창현을 필두로 릴리아 정글이 활약했고 이는 곧 유저들의 릴리아에 대한 인식 재고를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 릴리아 정글은 현재 47% 정도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결코, 준수한 챔피언이라곤 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아예 못 꺼낼 정도는 아니란 뜻이다.





요네처럼 큰 관심을 받으며 출시됐던 챔피언이 또 있었을까. 요네는 야스오의 형이라는 스토리에 야스오와 비슷하면서도 오묘하게 다른 스킬 구성으로 유저들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다. 그런 관심은 보통 높은 픽률과 저조한 승률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요네는 달랐다. 요네는 출시 직후에 46%, 첫 주가 흐른 뒤엔 무려 51%의 승률을 보였다.

요네 역시 야스오처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스킬 구조상 플레이 숙련도를 많이 타는 챔피언이다. 해서 야스오가 부정적 의미로 '과학'이라는 별명을 얻었듯이 요네는 '수학'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유저들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요네는 빼어난 면모를 자랑했다. 현재 요네는 너프 이후 49% 정도의 승률 라인에 안착했다.





미안하다. 사실 이거 보여주려고 이 기사를 작성했다. 사미라는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는 신 챔피언이다. 가장 최근, 약 이틀 전에 출시된 챔피언이고 원거리 딜러로 설계됐다. 문제는 사미라가 출시 이틀째인 현재 48%의 고승률을 자랑 중이라는 점이다. 낮은 진입 장벽의 스킬 구성과 믹서기를 연상시키는 궁극기의 효율이 압도적이다.

사미라를 상대하는 팀에 확정 CC가 없다면, 사미라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챔피언이 되어버린다. 손쉽게 스타일 스택을 쌓아 궁극기로 한타를 혼자서 지배할 수 있는 성능을 과시 중이다. 실제로 많은 스트리머나 유저들이 사미라 펜타킬 영상을 업로드 중이다. 재미있는 점은 자신이 어떻게 사미라로 펜타킬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를 모른다는 거다. 그저 빠르게 스타일 스택을 쌓고 적진 한가운데서 궁극기만 썼을 뿐인데 펜타킬이 나왔다는 것.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출시 하루 만에 핫픽스 너프를 적용했다. 큰 의미가 있을 법한 너프였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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