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CC기에 울고 웃는 사미라, 직접 해봤습니다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9개 |



리그 오브 레전드 151번째 챔피언 사미라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출시 하루 만에 50%에 가까운 승률을 보일 정도로 챔피언의 성능이 좋았고 이 때문에 이틀 만에 핫픽스 너프를 당했다. 그럼에도 기존 승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유저들 사이에서 사미라가 OP인지 아닌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나중에 대회에도 나올 챔피언이기에 e스포츠 기자 입장에서 당장 플레이해봤다. 어떤 챔피언인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는 알아야 대회 취재에 용이할 터. 랭크 게임에서 연습도 해보지 않은 신 챔피언을 하는 건 민폐라고 판단해 일반 게임으로 향했다. 요새 유저들 손이 어찌나 빠른지 로딩이 끝남과 동시에 사미라를 가져가서 기사를 시작도 전에 접을 뻔했다. 아니면 5년 전에 구매한 뒤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내 컴퓨터 때문인가.

수차례 큐를 돌리고 닷지를 한 결과, 어렵사리 일반 게임에서 사미라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때 이미 내 머릿속은 사미라로 펜타킬을 기록하는 상상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그건 단지 상상일 뿐이었다.


사미라의 라인전
CC 서포터와 함께라면 나도 '세체원'

일반 게임이라 그런지 상대 바텀 라이너 역시 사미라를 선택했다. 진성 탑 라이너인 나에게 일반 게임 미러전은 숱한 경험치를 안겨준 매치업이었다. 그동안 기자로서 신 챔피언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미러전을 치렀던가. 미러전만 하면 항상 졌다는 아픈 징크스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바텀 2:2 라인전 구도에서는 다르리라. 원래 바텀 라인전의 9할은 서포터가 책임지는 거다.



▲ 으, 졌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진 기분이 들었던 건 아군 서포터가 파이크를 거의 해보지 않았던 유저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대 사미라는 이미 초능력 특공대 사미라 스킨를 구매한 유저였다. 그에 비해 내 사미라는 중세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가죽 소재 옷을 입고 나를 업신여기듯 쳐다보고 있었다. 기자 월급으로는 신 챔피언마다 스킨을 끼얹어줄 수 없기에 애써 패배한 듯한 기분을 무시한 채 게임에 집중했다.

사미라처럼 인파이트 챔피언은 탱커 서포터 챔피언과 잘 어울린다. 예상은 적중했다. 확실히 사미라는 미러전이긴 했지만 멀리서 스킬만 뿅뿅 쏴대는 서포터 챔피언보다 온몸을 철갑으로 중무장한 채 상대 쪽으로 거침없이 진격하는 서포터 챔피언과 합이 잘 맞았다. 아니면, 블리츠크랭크나 쓰레쉬, 노틸러스, 파이크와도 잘 맞는 느낌이었다. 그랩류 챔피언이 상대를 당겨오면 그 챔피언은 거진 사미라의 먹잇감이 됐다.



▲ 출처 : lolalytics.com

데이터도 내 느낌과 분석을 입증해줬다. 현재 사미라는 알리스타나 타릭, 레오나, 노틸러스와 합이 잘 맞았다. 특히, 알리스타와 55%에 육박하는 승률을 자랑 중이었다. 이게 난입 알리스타 자체가 떠오르고 있어 나온 데이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알리스타 유저들 중에 듀오를 해보고 싶은 유저가 있다면 조용히 거수하길 바란다.

사미라의 라인전은 3레벨 전후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모든 스킬을 하나씩 배우기 전의 사미라는 나사 빠진 챔피언 같았다. 유일한 견제기라고 할 수 있는 Q스킬 천부적 재능은 그 사거리가 짧아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기본 사거리 자체도 짧아 사미라는 3레벨 전까지는 딜교환을 접어두고 CS 수급에만 집중하는 게 좋았다.

3레벨이 되면 사미라의 라인전이 조금은 수월해진다. 사미라가 할 일은 아군 서포터가 돌진하면 함께 들어가 주는 것. 그러면 상대는 체력 압박을 크게 느꼈다. 상대도 나와 같은 사미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웬만한 바텀 챔피언들 모두 3레벨 이후의 사미라의 딜교환에는 부담을 느끼리라.

사미라는 라인전 단계에서의 딜교환 뿐만 아니라 상대의 갱킹 등 공세를 받아치기에도 좋았다. 상대 주요 투사체 스킬을 W스킬 원형 검무로 무시하며 역으로 킬을 기록하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사미라의 패시브 스킬 무모한 충동에 있는 에어본 효과를 적극 활용하면 사미라가 더 강해졌다.

사미라의 E스킬 거침없는 질주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귀환했다가 라인으로 복귀할 때 아군 미니언 혹은 챔피언에 활용해 복귀 시간을 줄이는 건 센스만점 플레이. 또한, 타워를 때릴 때 아군 미니언보다 살짝 앞에 있다가 상대가 오면 재빨리 뒤로 빠지는 무빙을 구사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사미라 E스킬 관련 꿀팁 아닐까.

▲ 첫 장면은 그냥 무빙 센스 자랑을 하고 싶어 넣었다.


사미라의 장단점
킬 수급은 필수, CC기에 웃고 울고

라인전 단계나 소규모 교전에서 킬 포인트를 수급했다면 사미라의 강력함이 잘 드러난다. 마치 카이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카이사 역시 초반 약한 라인전에 고생하지만, 킬 포인트를 기록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지는 챔피언이다. 이는 인파이트 챔피언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붙어서 때릴 수만 있으면 탱커도 녹여버릴 만큼 강력한 스킬 구성을 갖췄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들어 싸워도 리스크가 없을 만큼 잘 성장했어야 한다.

사미라도 카이사처럼 상대 챔피언이 누구라도 빠르게 녹여버릴 수 있는 스킬 구성을 갖췄다. 가장 좋은 건 스타일 스택을 빠르게 쌓아 궁극기를 퍼붓는 거다. 빠르게 스택을 쌓는 스킬 콤보는 굳이 여기에 따로 기술하지 않아도 이미 유명하므로 넘어가겠다.

인게임 라인전에서 킬 교환이 이어지면서 내 사미라와 상대 사미라가 서로 잘 성장했다. 이제 어떤 사미라가 캐리력을 뽐낼지 두근두근한 상황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아군 파이크가 적은 체력으로 살아갔던 상대 사미라를 궁극기로 잡으려다가 현상금만 잔뜩 퍼주고 쓰러지기 전까진 말이다. 이래서 '우리 팀 파이크'는 안된다니까.

▲ 사미라는 상대 공세를 받아치는데도 능하다.

라인전에서 흠씬 두들겨줬던 상대 사미라가 현상금을 두둑이 챙기고 강해지자 게임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전까진 거의 우리 바텀 듀오만 킬을 기록했는데 이젠 비등한 싸움이 열렸다. 게다가 사미라를 잘 몰랐던 아군이 상대 사미라에게 목숨을 여러 번 헌납하면서 나보다 상대 사미라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화가 나거나 분하진 않았다. 랭크 게임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고 난 리그 오브 레전드를 9년째 즐기고 있으니까. 정글 베인까지 나온 일반 게임이니 승패에는 더욱 초연했던 상태였다.

▲ 너무 상심하지 마요~ 상대가 나잖아.

문제는 우리 팀원들이 분열되기 시작했다는 것. 잘 성장했던 우리 정글 베인과 탑 야스오가 서로 탓하며 아군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단단히 삐친 야스오는 한타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비어있는 사이드 라인 관리만 했다. 정글 베인은 그런 야스오를 더욱 탓했고 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틈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묵묵히 제구실을 해주던 우리 미드 탈론도 슬슬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야스오에게는 한타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직설적으로 내뱉었고 정글 베인에게는 베인 픽을 꼬집기도 하고 소위 던지지 말라는 식의 지시를 내렸다. 그럴수록 팀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고 상대 사미라는 활짝 웃으며 우리 팀의 목숨을 하나씩 받아먹고 괴물처럼 성장했다.


분명 사미라 체험기인데
극한의 팀 게임 체험기가 된 느낌적인 느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였다. 난 사미라 체험기고 뭐고 미러전에서 또 패배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뒤집어보고자 노력했던 내 플레이는 악수로 작용했다.

여기서 사미라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 수 있었다. CC기 연계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 그건 모든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가진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미라의 경우엔 좀 더 와닿았다.

▲ 사미라 혼자 캐리하는 건 매드 무비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사미라는 인파이트 챔피언이다. 앞으로 뛰어들어가야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스킬 구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사미라의 꽃인 궁극기를 퍼부어 한타를 지배할 수 있다. 뛰어들지 못하는 사미라는 한타 내내 저 멀리서 멀뚱멀뚱 서 있는 마스터 이나 카직스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막상 사미라가 뛰어들었을 때 상대가 CC기를 연계한다면? 사미라 역시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라 녹아버릴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사미라는 상대 조합을 잘 보고 뽑아야 하는 챔피언이라는 걸 알게 됐다.



▲ 서포터 카운터 픽만 해도 모두 CC기를 갖춘 챔피언들이다. (출처 : lolalytics.com)

사실 그건 모르겠고, 이제 멘탈이 강하기로 소문난, 멸종 위기종에 해당하는 부처형 탑 라이너인 나도 슬슬 멘탈을 놓기 시작했다. 당연히 악성 채팅이나 '트롤' 행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 양상이나 상황을 보지 않은 채 사미라를 연습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 목숨을 파리보다 소중히 여기지 않기 시작했다.

결과는 당연히 참패. 상대 사미라가 킬 포인트를 기록할 때마다 머리 위로 띄우는 따봉 인장에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게임이 끝나고도 아군 베인과 야스오, 탈론은 서로 헐뜯는 채팅을 하기 바빴다.

사미라는 전형적인 인파이트 챔피언이었다. 카이사와 느낌이 매우 흡사했다. 킬을 기록할수록 강력해지는 것과 상대를 때리려면 위험을 감수하며 앞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래서 아군에 CC기가 많을수록 좋았고 상대 쪽에 CC기가 많을수록 불편했다. 타이밍 좋게 들어가서 스타일 스택을 쌓고 궁극기를 퍼부을 생각에 신을 냈다간 상대의 집중포화에 그대로 산화하는 챔피언이 사미라였다.

사실 이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사미라 체험기를 작성하기 위해 오랜만에 일반 게임을 진행했는데 멘탈만 크게 상했다. 앞으로 사미라는 칼바람 나락에서만 할 테다. 하지만 난 내일 또 협곡에서 사미라를 플레이하려고 용을 쓰고 있겠지.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사의 협곡. 이 마성의 게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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