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프리뷰] 프차 떠나 보낸 젠지, 이제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6개 |


▲ 젠지 e스포츠 제공.

젠지 2023년 로스터
(TOP) '도란' 최현준
(JUG) '피넛' 한왕호
(MID) '쵸비' 정지훈
(BOT) '페이즈' 김수환
(SUP) '딜라이트' 유환중

공식적인 스토브 리그가 시작되기 전인 11월 10일, 다소 이른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FA 소식이 전해졌다. 젠지에서 6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룰러' 박재혁이 팀을 나온 것이다. 팀에서 가장 먼저 나온 오피셜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프랜차이즈 스타의 계약 종료라니. 젠지 뿐만 아니라 LCK 팬 모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룰러'는 2016년 데뷔 이후 쭉 젠지와 함께였다. 팀명이 여러 번 바뀌고, 다양한 선수들이 팀에 합류하거나 팀을 나갈 때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서 젠지의 하단을 지켰다. 하지만, 데뷔 8년 차를 목전에 둔 '룰러'는 시장 평가와 새로운 도전을 원했고, 젠지는 이를 존중했다. 아쉬움을 삼키고 '룰러'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룰러'의 에이스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쵸비' 정지훈이다. 2022 시즌 내내 팀의 쌍두마차로 활약했던 둘인데, 2023 시즌 행보는 정반대가 됐다. '쵸비'는 프로게이머 인생 최초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것도 시즌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년 계약이었던 그리핀 시절 이후 2년 이상 한 팀에 머무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피넛'과 '도란'이 그를 양옆에서 보좌할 예정이다. 사령관 타입의 '피넛'에게 보좌라는 단어가 붙으니 어색하긴 하지만, 그만큼 '쵸비'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매년 팀을 옮기곤 하던 '피넛'과 '도란'도 무난한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상체 세 명은 그대로 차기 시즌에 임하게 됐다.




'룰러'의 빈 자리는 '페이즈' 김수환이 채운다. 2005년 12월생 신예 '페이즈'는 중학교 3학년 때 젠지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젠지는 그가 만 16세가 되자마자 2군에 등록해 실전 감각을 키웠다. 절묘하게도 '룰러'의 이적 타이밍과 시기가 맞아 떨어진 덕분에 '페이즈'는 딱 만 17세를 넘긴 해에 1군 로스터로 합류하게 됐다.

'페이즈'와 호흡을 맞출 서포터는 '딜라이트' 유환중이다. 젠지와 T1에서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포텐은 증명됐다. 프레딧 브리온에 2년 간 있으면서 팀 성적이 좋지 못한 가운데 준수하게 활약하며 관계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아직 상위권 팀 간의 싸움은 경험하지 못했다는 거다.

'페이즈'와 '딜라이트' 모두 잠재력은 충분하나, 경험이 충분치 않으니 확신은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 LCK엔 쟁쟁한 바텀이 꽤 많다. 이전까지 젠지가 즐겨해 온 강력한 바텀을 상수로 한 운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형들의 어깨가 무겁다. 베테랑이 된 '도란'과 '쵸비', 그리고 사령관 '피넛'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

이번 비시즌 동안 진행했던 많은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쵸비'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쵸비'는 2022 시즌이 '재미가 없었다'고 표현했다. 내 할 것만 하면 됐던 2022 젠지의 강력한 로스터가 '쵸비'에게는 '노잼'으로 다가왔다는 거다. 일부러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초월의 경지에 오르는 도사가 떠오르더라.

그런 의미에서 2023 시즌은 '쵸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깨에 올려진 짐은 늘었고, 경쟁 팀들은 더욱 강력해졌다. 라인전, 로밍, 메이킹, 이니시에이팅 등 다양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던 그 시절의 '쵸비'가 필요해질 지도 모른다. 과연 '쵸비'는 재미와 성적을 모두 거머쥐는 그런 한 해를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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